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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유령 공원' 전락…길 잃은 4대강 공원

입력 2017-04-17 22:02 수정 2017-04-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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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강 주변에 '수변공원'을 만들었지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 4대강 사업에 사람들을 끌어들일만한 요소가 없으니까 3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수변공원'을 만든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찾는 사람은 없어서, 결국 '유령 공원'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남한강 둔치에 조성된 경기도 여주의 한 수변공원입니다.

4대강 이용 도우미 홈페이지에서 시설 예약을 받고 있는 이포보 체육공원 야구장입니다. 시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경기장에 내려가 보니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나무 계단은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군데군데 깨져 있습니다.

제 발목 높이만큼 잡풀이 자란 이곳은 농구장입니다. 상당기간 이용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위를 보면 골망이 남아있지 않고 백보드도 누렇게 색이 바랬습니다.

황량한 건 바로 옆 축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축구 골대 안에는 골망을 뒤흔들 축구공은 없고 플라스틱 자재만 한가득 쌓여있습니다. 게다가 야구 베이스도 버려져 있습니다. 축구공이 외곽으로 나가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한 안전펜스는 이렇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 지역 수변공원을 개장한 지난 2011년, 23억 원이었던 한 해 사업비는 올해 6억 원으로 7년 사이 1/4로 대폭 줄었습니다.

이 예산으로 관리해야 할 공원 면적은 500헥타르, 축구장 500개 크기에 달합니다.

[경기 여주시 남한강 사업소 : (민원이) 풀 안 깎는다, 관리 안 한다, 이런 건데. 저희가 억지로 관리는 하고 있는데, 굉장히 힘든 상황이죠.]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입니다. 입구에서 시민을 맞이하는 건 문 닫은 안내센터와 편의점입니다.

[안상호/충남 공주시 신관동 : 별로 그렇게, 찾는 것은 조금 희박하다고 봐야죠. 여기까지는 거리가 외져서 그런가…]

이번엔 금강 하굿둑으로부터 107km 떨어진 한글공원에 가봤습니다. 텅 빈 공원에는 '세종대왕'이라고 쓰인 조형물이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둔치 주변에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인 미국쑥부쟁이가 마구잡이로 자라났습니다.

[유진수/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 하천 둔치를 파헤치고 난 이후에 생태계 교란종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어요. 금강만 해도 가시박을 비롯한…]

시민들이 앉아서 쉬는 긴 의자 앞쪽엔 원형으로 된 공간이 있습니다. 이 아래엔 시커멓게 탄 숯도 있고, 페트병과 담배꽁초도 버려져 있습니다. 지금 이곳엔 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지만 원래 분수대로 조성된 곳입니다.

지난 여름 폭우로 파손된 전망대는 1년 가까이 그대로입니다.

공원 안쪽에는 하천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습니다. 그런데 바닥을 보면 이음새 부분이 들려있습니다. 심지어 이쪽은 이가 빠지듯 나무가 빠져있는 곳도 있는데요. 이렇게 안쪽에 어떤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지 관찰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 시간 반 동안 공원을 지켜봤지만 이용객은 없었고, 자전거를 탄 시민 한 명만 지나갔습니다.

수요 예측 없이 마구잡이로 공원을 만들다 보니 찾는 이는 없고, 망가진 시설물을 고치자니 예산이 부족한 겁니다.

결국 지난해 정부는 발길이 뜸한 4대강 친수 구역의 관리를 포기했습니다.

당초 357곳이었던 관리 구역을 297곳으로 줄인 건데, 그럼에도 상당수 '유령 공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 : 지속적으로 이용객 조사를 해서 이용객이 떨어지는 데는 시설물을 이동하거나 면적을 조정하거나 이런 것을 해나갈 겁니다.]

4대강 수변공원을 만드는 데 3조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관리 비용으로 매년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애물단지가 됐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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