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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20년 넘게 안전점검 '0'…방치된 백화점

입력 2017-04-1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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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 연지 1년도 안돼 부도가 나면서 유지 관리가 전혀 안된 '백화점'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데요. 20년 넘게 안전점검 한 번 받지 않고 대형 화재 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오늘(13일) 밀착카메라에서는 시한 폭탄으로 변한 백화점 관리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깨진 창문에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만 남았고, 외벽 타일은 수십 개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머리 위를 조심하라는 경고가 곳곳에 붙은 이 건물은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백화점입니다.

버스 정류장과 재래시장이 붙어있어 유동인구도 많지만 개점 8개월 만에 부도가 나면서 그대로 방치됐습니다.

유리와 타일이 차량 위로 떨어져 파손된 일만 여러 차례인데, 건물 내부도 오랫동안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았습니다.

처음 이 백화점이 문을 연 19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층당 약 600㎡, 200평 규모의 큰 매장이었는데요. 하지만 부도 이후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한동안은 체육관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등 이 공간에도 큰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곳이 한때 백화점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건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창문이 없다는 것과 두 번째는 시계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겁니다.

화재대피소로 지정된 이 건물에서 마지막으로 안전점검이 이뤄진 건 1995년입니다.

여성 전용 목욕탕과 고시원, 침구류 가게 등이 아직 문을 연 상태라 작은 화재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백화점 건물의 6층 입구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이렇게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매트와 베개, 그리고 이불이 있는데요. 이곳 상인들은 아무래도 집이 없는 사람들이 머물고 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쓰레기가 있어서 악취도 굉장히 심하고 이곳에는 전기장판도 있어서 화재 위험까지 있지만, 이 공간 안에는 소화기도 없고요. 천장에 있는 화재 감지 센서도 전기가 끊어진 탓에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 수원소방서 관계자 : 소화전에서 물이 안 나오니까 화재 진압에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다음 날 (조사해보니) 소방시설에 문제가 있는 점을 발견한 거죠.]

문제는 상가 분양 업체가 자취를 감추고 각 점포 소유자들도 연락이 끊기면서, 관리의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보다 못한 입주 상인이 자비로 건물 바깥에 가림막을 설치했지만 구청이 민원을 이유로 철거 명령을 내린 적도 있습니다.

[상인 : 사람들이 드나드는데 다치잖아요. 저도 여기 있는데 유리가 떨어져서 난리가 났었어요. 철거를 시켰어요. 구청에서는 '법이 아니다' 대안이 없어요. 무조건 철거하라고 하더라고요.]

지자체가 뒤늦게 펜스를 설치했지만 그마저도 도로 쪽으로만 낸 상황입니다.

건물이 사유지인 만큼 내부의 화재 예방이나 입구 쪽 통행 안전까지는 책임지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경기 수원시 관계자 : 관리 주체가 없어요. 부도가 나서…사유재산에 예산을 투입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재능기부를 받아서 지나가는 행인이 다치지 않도록 조치를 했고…]

제가 들고 있는 건 이곳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벽에서 떨어져 나온 타일 조각입니다. 이렇게 건물이 방치돼서 시민들을 위협할 동안 지자체는 뾰족한 대책은커녕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는데요.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려는 듯한 행정이 여기저기서 반복될 동안 시민들의 안전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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