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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로 신냉전 중 피격…미·러 관계 최악?

입력 2014-07-19 14:23 수정 2014-07-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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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태, 국제부 조민중 기자와 함께 좀 더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조 기자, 방금 전 리포트에서도 봤지만 우크라이나 반군 측이 공격했을 가능성이 큰 것 아닙니까.

[기자]

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는 그렇습니다. 지난 6월에도 반군이 병력과 보급품을 싣고 가던 우크라이나 수송기를 격추시킨 적이 있거든요.

이번 사건도 우크라이나 반군 측이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군용기로 오인하고 격추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이번 격추가 친러시아 반군에 의해 자행된 걸로 결론 내린 상태입니다.

[앵커]

반군이 공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통화 도청 자료 아니겠습니까.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공개했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첫번째 도청자료는 이고리 베즐레르라는 반군 지도자가 러시아군 정보장교에게 반군이 항공기를 격추했다고 보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베즐레르는 러시아군 정보기관에서 근무한 바 있는 퇴역 중령인데요. 현재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반군 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번째 도청 자료는 2명의 반군 소속 군인들 간의 통화를 녹음한 건데요. 반군 부대가 여객기 추락 지점에서 북쪽으로 25km 떨어진 지역에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는 내용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번에 사용된 미사일이 러시아제 부크 미사일이란 것도 반군의 소행일 거란 가능성을 시사한다구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 부크 미사일은 1970년대에 옛 소련이 처음으로 개발했는데요.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동부 유럽 국가들이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특히 트럭에 실어서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하며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이번 공격이 있기 전에 러시아로부터 이 부크 미사일 시스템이 트럭에 실려 반군 지역 쪽으로 들어온 정황이 포착됐다는 겁니다.

이 부크 미사일은 최고 사격고도가 14km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에 10km 안팎의 상공을 비행한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어렵지 않게 격추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이런 여러 정황상 격추 사고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긴급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한 발언을 보면요. "우크라이나 반군 지역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면서 "러시아 요원들이 기술 지원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반군들이 자체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만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가 관여됐을 거란 얘기죠.

또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반군 측을 감청한 자료를 근거로 아예 러시아 군인들이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장은 기자 회견에서 "러시아제 부크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들어왔고 러시아 측 군인 3명이 미사일을 조작했으며 민간 여객기를 향해 발사 버튼을 눌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3명의 신원을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친러 반군과 러시아 측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네 당연히 격추를 부인하고 있는데요. 오히려 반군과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소행이라고 화살을 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러시아 측에선 어제 여객기를 격추한 세력이 당초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기를 노렸을 것이란 주장을 내놨는데요.

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던 푸틴 전용기가 사고 지점을 이 여객기보다 37분 후에 통과했다는 겁니다. 사고 여객기와 푸틴 전용기가 외양이 비슷하다 보니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오인 사격했을 거란 주장인데요.

이에 대해선 자신들에게 쏠리는 책임론을 회피하려는 러시아 측의 선전전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오바마 대통령도 러시아 지원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을 해서 러시아대 미국 갈등으로 번질 위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마침 격추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지 말라며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한 참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금융 군수 기업에 대해 미국 금융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인데요. 이에 대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다"면서 강력히 반발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에 각종 무기를 제공하며 노골적으로 지원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는데요.

이번에 여객기를 격추한데 러시아제 미사일이 사용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러시아 쪽 입장이 상당이 난처하게 됐습니다. 미국은 이번 일에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이 있다는 게 드러나면 유럽도 더욱 강력한 러시아 제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유럽 각국은 러시아와 경제적 협력을 할 일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미국보단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객기 사고에서 네덜란드를 포함해 유럽인들이 많이 희생됐기 때문에 제재 강화라는 미국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격추 사태가 31년전 소련이 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시킨 것과 닮은 꼴이란 지적이 나오던데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기자]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는데요. 이 사고로 탑승객과 승무원 269명 전원이 숨졌습니다.

당시는 미국과 소련간 냉전이 극에 달한 상태였는데 소련이 대한항공 여객기를 상대 진영의 정찰기로 오인하고 격추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아직 공격 주체가 명확하진 않지만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가 힘겨루기를 해온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시킨 건 분명합니다.

미국과 옛 소련, 현재의 러시아 간의 갈등에 애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겁니다.

[앵커]

방금 지적한 것처럼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번 비극을 불렀다고 볼 수 있을텐데 현재 우크라이나는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지도를 좀 보실까요. 우크라이나는 이미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내준 상황입니다. 친러시아 성향이던 크림반도는 지난 3월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에 합병됐습니다.

뒤이어 지난 4월 이후엔 러시아와의 접경 지대인 도네츠크 등 3개 주 역시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내전 상태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일단 반군 측은 이번 사건의 조사를 위해 교전을 중단할 것을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제안한 상태인데요. 현재 반군과 정부군이 서로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에 향후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도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앵커]

항공사 책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격추 사고 직후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하는 항로는 전격 폐쇄된 상태입니다. 여객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가 조치를 내렸습니다.

미국도 이미 지난 4월에 자국 항공기의 비행을 금지시켜왔구요. 우리나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도 유럽 노선 여객기들을 북부 러시아 노선으로 운행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항공 등 여러 항공사가 우크라이나 항로를 이용해 왔는데요. 이 항로가 런던, 암스테르담 등 유럽의 허브 공항과 싱가포르, 홍콩, 쿠알라룸푸르 등 동남아시아 대도시를 연결하는 핵심 루트이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 항공이 이 항로를 여전히 운행한 건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말레이시아 항공은 지난 3월에 인도양에서 승객과 승무원 239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실종되는 참사를 겪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불과 4개월 새 같은 항공사에서 연이어 참사가 벌어진 건데 아직 그 사건도 미해결 상태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막대한 비용과 장비, 인력을 투입해 다국적 조사단이 넉달 동안 인도양 일대를 샅샅이 뒤쳤지만 탑승자의 유해는 물론 기체의 잔해 한조각조차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역대 최악의 여객기 격추 사고까지 겹치는 바람에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깊은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습니다.

참고로 넉달 전 실종된 말레이시아 여객기 탑승객의 대다수는 중국인이었는데요. 이번에 격추된 여객기의 탑승객 중엔 네덜란드 인이 189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앵커]

탑승객 신원은 모두 확인이 됐나요? 우리나라 탑승객은 없는 게 맞는 거죠?

[기자]

네. 오늘 탑승객들의 국적이 모두 확인됐는데요. 우리나라 국적자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네덜란드인이 189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말레이시아 29명, 호주 27명, 인도네시아 12명, 그리고 영국 9명, 독일과 벨기에가 각각 4명, 필리핀과 베트남이 3명입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 미국인도 각각 1명씩인 걸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탑승객들 중엔 이번 주말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국제 에이즈 학회에 참석하려던 저명한 학자와 전문가 100여 명이 단체로 탑승했던 걸로 밝혀졌는데요. 이에 따라 앞으로 에이즈 치료법 연구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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