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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민주주의서 찾아보는 기후변화 해법

입력 2020-04-20 11:00 수정 2020-06-05 10:57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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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2)

스물두 번째 기후변화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오늘(2020년 4월 20일)은 시기적으로 여러 의미가 교차합니다. 지난주 총선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이 절실하다는 데에 공감했던 여야 후보들이 이젠 '당선인'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면, 지구의 날(4월 22일)이 찾아오죠. 1972년, 113개국 대표들이 모여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한 이래 48번째 지구의 날이고, 우리나라가 이 지구의 날을 정부 차원에서 챙기기 시작한지 12번째 지구의 날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민주주의서 찾아보는 기후변화 해법


기후 걱정하는 의회, 우리도 가능할까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던 지난달 16일, 17번째 취재설명서에서 각 정당들의 기후변화 관련 입장들을 정리해드렸죠. 당시 각 정당들은 기후변화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됐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물론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언이라든지 '기후변화특위' 구성이나 '기후위기 대응법' 마련과 같은 개별 사안을 놓고 여야간 입장이 다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마냥 가만히 둘 일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었던 겁니다.

개별 후보별로 설문한 결과는 더 고무적이었습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지역구 후보자 669명에게 정책질의를 했고 총 242명이 응답을 했습니다. 응답자 96%가 ① 국회 비상결의안, ② 기후위기대응법 제정, ③국회 특별위원회 구성, ④탈탄소사회 전환 기반 마련, 이 네 가지 항목에 동의했습니다. 그것도 여야 한 목소리로요. 정의당과 민중당 소속 후보들은 100%가, 민주당 후보 96%, 통합당 후보 82%가 동의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의 기대라면, 이제는 이 답변들이 얼마나 지켜질지 지켜봐야 할 시간이 됐습니다. 전체 300석 가운데 180석을 차지한 여당(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도, 103석을 가져간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과연 기후변화 관련 공약을 지켜낼지. 또, 정당별로 물었을 때보다 더 많은 공감을 보였던 개별 후보들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말이죠.

21대 국회의원들은 다음달 30일부터 4년의 임기를 시작합니다. 이 시기는 기후변화 대응의 성패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당장 올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LEDS(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y, 장기저탄소발전전략)를 제출해야 합니다. 정부안은 올해 10월까지 나올 것을 목표로 현재 한창 준비 중인 상태죠. 그런데 이 정부안의 바탕이 될 5개의 시나리오는 많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참고: [취재설명서]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⑭정부 대책 살펴보니…웃다 울다

장기계획만 세운다고 끝이 아닙니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탄소배출 그래프의 모양이 어떻게든 바뀌기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이번 국회의 회기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민주주의서 찾아보는 기후변화 해법


이 시기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 하면 그 땐 기후변화의 속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기자 1명의 주장, 특정 환경단체의 주장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내로라는 과학자들과 연구원들이 머리를 맞댄 과학적, 객관적 결과입니다. 21대 국회 회기 안에 정부는 구체적이고도 확고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국회는 이를 뒷받침 할 탄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새 얼굴들, 여의도에 기후변화 경종 울릴까
총선 당일과 다음날, 잠시 '환경·기상 담당'이라는 직책을 내려놓고 선거방송을 통해 투표 상황과 당선인들을 전해드렸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우리 시민들을 대표할 300명을 한 사람씩 소개하던 와중에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얼굴도 있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안일한 대응에 적극 쓴 소리를 내던 분들의 모습입니다.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 목소리를 특정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21대 국회가 기후변화 대응에 성공하느냐 마느냐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될 테니까요. 또,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는 그들이 몸담았던 시민사회와 단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국회의 300명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더, 기후변화 대응의 심각성과 시급함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들이 특정 정당 소속이라고 해서, 정부나 상대 정당에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관찰자, 왓치독(Watchdog)의 입장에서, 최근 환경단체들의 '칼날'이 조금은 무뎌진 것 아닌가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저 착각이길, 이런 우려도 '쓰잘머리 없는 걱정'이길 바라봅니다.

지구의 날, 기후변화주간
모레(4월 22일)는 지구의 날입니다. 유엔이나 기타 국제기구가 정해서 나온 날짜가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 순수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을 통해 정해진 날이죠.

첫 시작은, 시간을 거슬러, 태평양을 건너… 1970년 미국에서였습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에선 바다에서 원유가 크게 유출되는 사고가 벌어졌고,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선 2009년부터 해마다 4월 22일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날을 전후한 일주일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정했고요.

전세계 곳곳이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가운데 새롭게 주목받는 것이 생겼습니다. 우리 인간 활동이 지구에 미쳤던 영향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송분야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줄고, 경제활동의 감소로 각종 공장에서의 오염물질 배출도 줄어들면서 '코로나19의 역설'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기도 했죠. 인도에선 30년만에 맨눈으로도 히말라야 산맥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고, 당장 우리나라도 지난해의 역대급 미세먼지 농도가 무색하게 올해는 대체로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잠깐만 생각할 시간을 내면,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 하나가 모여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바쁜 일상에 그럴 시간을 만드는 것조차 빠듯하지만 모처럼 그럴 '계기'가 곧 찾아옵니다. 바로, 지구의 날에 진행되는 '10분간의 소등행사'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민주주의서 찾아보는 기후변화 해법 (자료: 환경부)


많은 분들께서,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몰라도 "오늘 10분간 불을 끄는 소등행사가 열렸습니다"라는 기사를 본 기억은 있을 겁니다. 그 행사가 열리는 날이 바로 '지구의 날', 모레입니다. 짧은 시간이고, 그로 인한 직접적인 탄소 저감 효과가 미미할 수는 있겠지만,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 동참하고, 그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면 이 소등행사의 의미는 충분할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민주주의서 찾아보는 기후변화 해법 (자료: 환경부)


특히, 앞서 지구의 날의 첫 시작을 소개해드렸던 만큼 올해는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50주년을 맞아 정부뿐 아니라 각 지자체들도 다양한 움직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바쁘고 피곤할 일상이지만, 여러분도 딱 10분만 지구에게 시간을 내어준다면 어떨까요. 짧다면 짧은 순간이지만, 그 사이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하고, 지금의 지구를 걱정한다면 '깜깜한 10분'을 전후로 우리가 지구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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