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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그린 뉴딜', 에너지 전환=일자리 전환

입력 2020-04-06 13:08 수정 2020-06-05 11:03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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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0)

90년 전 뉴딜 정책의 '친환경판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는 '그린 뉴딜'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라지는 일자리와 생겨나는 일자리에 대한 우려와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사회의 변화는 우리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그 변화에 해외에선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소개해드렸습니다.

일자리 변화에 대한 우려와 기대 가운데 우리들의 심리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 '우려'입니다. 기존의 일터가 사라진다는 걱정은 새로운 일터가 생긴다는 희망을 뒤덮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려보다 기대를 더 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쉽게 답을 찾아보면, 크게 두 가지 정도의 방법이 있을 듯합니다. 없어지는 일자리의 수보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 수가 훨씬 많다면, 그리고 없어지는 일자리에서 새로운 일자리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가능할 겁니다.

당장 첫 번째 방법에 대한 답을 연구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와 UC버클리 공동 연구팀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그린 뉴딜', 에너지 전환=일자리 전환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그린뉴딜 효과를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모든 나라가 2050년, '재생에너지 100%'로 에너지 전환을 이룬다면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말이죠.

2589만 2422개. 전 세계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 일자리의 수입니다. 십만, 백만여 개도 아닌 수천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여기엔 광산이나 유전 등 화석연료를 채굴하는 일자리부터 트럭이나 철도 등을 통한 운송업, 화력발전설비 건설업 등 여러 직군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예측 결과는 어땠을까요. 18만 9298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탈석탄 등 탈화석연료, 탈내연기관 정책으로 19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거죠. 눈앞이 깜깜해지는, 아찔한 숫자입니다만 해외보다 그리 심각한 편은 아닙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와 '기름 파 내 돈 버는' 나라의 사정은 달라질 수밖에 없죠. 최근 요동치는 유가를 놓고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는 어땠을까요. 미국에선 220만 3272개의 일자리가, 러시아에선 105만 5215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럼 이제, 이런 걱정들을 덜어낼 수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하려면 많은 것들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와 풍차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을 만큼 흔치 않은 풍력 터빈도 곳곳에 만들어야 하고, 우리가 국내에서 전에 본 적 없는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도 지어야 합니다. 또, 이러한 개별 발전소들을 잇는 송전망도 새롭게 만들어야 하죠.

이렇게 새로운 시설·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건설 부문 일자리는 74만 2595개에 달합니다. 없어지는 일자리 수의 4배에 가깝습니다. 단순히 짓는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죠. 이를 제대로 굴러가게 하기 위한 운영 부문 일자리는 88만 8763개나 만들어집니다.

163만 1358개. '재생에너지 100%'가 우리나라에 가져올 일자리 수입니다. 에너지 전환으로 없어지는 일자리 수를 감안해도 총 144만 2060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셈입니다.

참고로, '대체 무얼 근거로 계산한 것이냐'는 근원적 의문에 답을 드리자면, 이는 미 EIA(에너지관리청)의 에너지 수요 예측치에 기반을 둔 계산입니다. EIA는 미 에너지부 산하의 통계 분석 기관입니다. 에너지부는 그저 석유나 전기와 같은 것만 다루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핵무기 프로그램, 원자로의 생산과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등 '에너지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룹니다. 에너지부 산하의 IN(에너지정보국)은 정부 정책뿐 아니라 해외 핵무기 생산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고요. 어느 나라가 얼마나 에너지를 쓰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사용할지 철저히 계산하는 곳이죠. 쉽게 말해 '전력(電力)'을 '전력(戰力)'으로 활용할 수 있게 치밀한 분석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그린 뉴딜', 에너지 전환=일자리 전환


다시 보고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렇게 일자리 걱정이 잦아든다 하더라도 "비용은 어떻게 할 거냐"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껏 전국 각지, 요소요소마다 발전시설들을 큰 돈 들여 만들어놨는데, 그 에너지를 다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과 땅을 들여야 하냐는 거죠. 이 우려에 대한 답도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각 나라별로 '재생에너지 100%'를 위해 필요한 면적과 비용도 계산했습니다. 개별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요량이 얼마나 되는지, 이를 충족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을 설치해야 하는지 등을 시뮬레이션 한 거죠 2050년,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을 때 필요한 에너지량은 155GW(기가와트)였습니다. 그럼 얼마의 땅과 돈이 들까요.

6320㎢. 태양광, 태양열, 지열, 풍력, 수력 모든 종류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공간입니다. 우리 국토 면적의 6.5%입니다. 분야별로는 발전용량 기준 태양광 발전이 479GW로 가장 많고, 해상풍력 319GW, 건물 옥상 태양광 발전 119GW 순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1조 9천억 달러, 우리 돈 2100조 원 가량일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일각에서 '슈퍼 예산'이라고 일컫기도 한 2020년도 정부 예산 513조 5000억 원의 4배입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어떻게 투입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일순간 동시에 모든 설비를 투자·건설할리 없습니다. 2050년까지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데에 들어가는 '총액'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어떨까요. 2050년까지 궁극적으로 총 비용이 2100조원 든다고 하지만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 위주의 발전을 했을 때,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8650억 달러(약 900조 원)에 달합니다. 이를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하면, 사회적 비용이 1610억 달러(약 190조 원)으로 줄어듭니다. 해마다 700조원 넘는 돈이 절약되는 셈이죠. 여기에 보건비용도 해마다 940억 달러(약 112조 원) 줄어듭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평균 9천 명 줄일 수 있고요. 향후 30년간 2100조원을 나눠 쓰고, 해마다 800조원 넘는 사회적·보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도 건강한 선택이라는 것은 자명해보입니다.

물론, 현실성 떨어지는 소리다, 실질적으론 경제적 효과보단 부담만 클 뿐이다… 이런 반대의 목소리도 예상됩니다.

"현실성 떨어지는 소리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고, 우리 인간의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글로벌 경제 역시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앞선 취재설명서에서 기후변화와 신종 감염병의 등장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해외는 당연하고,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한 다수의 기관, 전문가들이 이 둘의 관련에 주목하고 우려해왔었다고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육체적 피해와 경제적 피해, '그린 뉴딜'이 줄여줄 수 있는 사회적·보건  비용에 해당합니다.

"실제론 경제적 효과보다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유례없는 규모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EU는 '코로나19 극복 방안'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어 유럽위원회(EC)와 EU 중앙은행 등과 '경기부양 로드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이 선택한 경기부양책은 '그린 뉴딜'이었습니다. 에너지 전환 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로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겁니다. 앞선 취재설명서에서 언급했던 대로 EU는 존재 목적 첫 번째를 '유럽의 번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저 자선단체인양 손해를 감수하고 지구를 지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EU 회원국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겁니다. '그린 뉴딜'이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면, 그렇게 될 거란 예측이 우세했다면 EU는 결코 정책 방향을 이렇게 잡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연구를 이끈 마크 제이콥슨 스탠포드대 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도움으로 제이콥슨 교수에게 제 질문을 전할 수 있었고, 육성으로 답변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그린 뉴딜', 에너지 전환=일자리 전환
그린피스의 도움으로 마크 제이콥슨 스탠포드 대학 교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국내 '그린 뉴딜' 논의가 미국이나 EU보다 더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정보의 부족, 정보의 제한 때문이라고 봅니다. 많은 국가나 정부, 도시들이 '그린 뉴딜'과 관련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 정보가 있어야 계획을 만들 수 있고, 계획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공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일례로, 미국 같은 경우도 우린 이 계획을 10년간 준비해왔습니다. 비영리단체, 이해당사자, 정책 담당자 등이 참여했고, 무엇이 가능한지, 실제 계획이 어떻게 될지 알려줬었죠. 주 단위의 계획을 시작한 게 2011년부터였는데, 나름 일찍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가 단위의 계획은 하지 못 했습니다. 2017~2018년까진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연구도 하지 못 했던 거죠.

    '재생에너지 100%'를 연구하는 다른 많은 연구자들도 각자 여러 나라들에 대한 연구를 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 생각엔 계획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계획이 만들어지면 정책 담당자들이 정책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이를 알리는 일은 술술 풀리게 됩니다.



 
  • 그럼 한국은 언제쯤 가능하리라 보는지?

    성공을 좌우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지만 무엇보다 정보, 이를 통해 계획을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나면 한국의 재생에너지나 배터리 비용이 떨어지게 될 겁니다. 그럼 비용이 기존의 화석연료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보다도 낮아지게 되고요.

    시간이 걸리는 것은 기존의 인프라스트럭처가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기존의 인프라를 바꿔야 할 이유나 인센티브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에겐 비싸게 느껴집니다. 기존의 설비를 그대로 이용한다면 새로운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생산비용이 점차 더 떨어지면서 한국에서도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발전소뿐 아니라 새로운 히터나 스토브가 필요할 때, 이젠 '깨끗한 전기' 버전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앞으로 자연스러운 전환이 일어날 겁니다.

    다만 한국에선 정부 차원, 국가 차원에서 전환의 속도에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 한국 정부는 이제 이 정책을 실제로 도입할 수 있습니다. 실천 가능한 계획도 있고, 비용은 이미 줄어들었고요. 그럼 정책을 적용하기 쉬워지죠. 그렇다보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이 전환을 위해 가장 좋은 타임라인을 결정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 그럼에도 여전히 '그린 ㅇㅇ'이라고 하면 '지구엔 좋지만 비싸다'는 인식이 많은데?

    그건 정말 오래된, 옛날 옛적의 말입니다. 5~10년 전이라면 몰라도 더 이상은 아닙니다. 풍력과 태양광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과 비교하더라도 5분의 1 수준이죠. 이젠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비용만 저렴한 게 아닙니다. 재생에너지는 발전설비 건설을 계획하고, 짓고, 실제 가동하기까지 훨씬 적은 시간이 듭니다. 당장 여러분은 집이나 건물의 지붕에 6개월이면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상용발전 수준의 태양광 발전 시설도 길어야 2~3년이면 됩니다. 원전은 어떨까요. 20~22년? 빨라도 10년입니다. 이제 더 빠르고 더 싼 겁니다. 그리고 더 건강한 에너지죠. 각종 부작용이나 환경오염도,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도 훨씬 적고요.

    게다가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비용, 시간에 이어 경제적 이점도 있는 거죠. 우린 이번 연구를 통해서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하면 에너지 비용이 60%나 절감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57%의 에너지가 덜 필요해지기도 하고요. 모든 것을 전기화하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청정 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도 줄고, 에너지 생산비용도 줄어드는 건데, 건강과 기후변화 측면까지 감안하면 비용이 90%까지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자리도 더 생기고, 비용도 절감하고, 더 건강해지는 거죠.



 
  • '그린 뉴딜'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문제점에 직면하게 될까?

    한국이든 어느 나라든 지금의 '에너지 혁명'에 참여하지 않는 나라는 경제적으로 크게 뒤처지게 될 것입니다. 에너지 전환으로 돈을 아끼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참여하지 않는다는 건 곧, 돈을 잃고 일자리도 잃는 거죠. 게다가 더 많은 사람들이 대기오염으로 죽게될 것이고요.

    불리한 측면이 많을 겁니다. 일자리, 비용, 건강, 기후 측면에서만이 아니라요. 재생에너지를 적극 추진하는 나라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혁신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경제개발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거죠.

    독일을 예로 들어보면, 독일은 일조량이 그렇게 많지도 않지만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습니다. 그곳에서 태양광이 재생에너지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보조금도 지급하며 적극 장려했죠.

    그 결과, 무척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을 뿐더러 관련 산업 자체를 만들어냈습니다. 신산업이 나타난 겁니다. 많은 나라들이 독일의 사례를 카피하고 있고, 그러면서 기술이전 등을 통해 기술적인 측면으로도 많은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발 빠르게 도입하지 않는 나라가 '잃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제도 여기나 성장할 수 없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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