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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 정당들의 관심은?

입력 2020-03-16 10:39 수정 2020-06-05 10:56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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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7)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4월 15일이면 입법기관에 자리할 의원 300명이 새로 정해지는 거죠.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든 지금, 우리 개개인과 단체, 기업, 정부의 실질적인 행동들은 모두 여기서 정해진 '법규'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선거와 기후변화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지난 2019년은 특히나 기후변화로 많은 이상 기상 현상이 벌어진 해였습니다. 유난히 덥다거나 유난히 춥고, 유난히도 비가 적게 오거나 등등 말이죠. 이러면서 기후변화는 각국에서 정치적 이슈로도 떠올랐습니다.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도 과거 '뉴딜 정책'의 기후변화 버전인 '그린 뉴딜 정책'이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총선을 앞두고 환경단체들은 국내 주요 정당들에게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책, 공약이 무엇인지 물었고, 정당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나름의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번 주 취재설명서에선 각 정당들의 입장을 정리해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 정당들의 관심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의 당대표실과 정책위원회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정책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국내 환경단체들이 모인 기후위기비상행동 역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을 비롯 10개 정당에 정책질의서를 전달했고, 이중 6개 정당이 응답했습니다.

#국회 차원의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언
환경, 기후 관련 환경단체나 17주째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저뿐 아니라 모두가 함께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행동에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 이에 그린피스와 기후위기비상행동 모두 정당들에 '기후 비상 선언'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물었습니다. 

그린피스는 "귀 정당에서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기후 비상사태 선언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합니까"라고 물었고,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국회는 기후비상선언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는지 물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에 동의한다면서도 "기후비상선언은 산업, 금융, 국토, 농업, 기재 등 관련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속가능한 탄소중립사회를 목표로 국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산업분야(재생에너지 육성, 미래차·신산업 육성, 수소경제 활성화), 국토(스마트 에너지 관리), 금융(지속가능 금융 확대), 환경(미세먼지 저감) 등을 포함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이 부분에 대해서 동의나 반대라는 입장을 내놓진 않았습니다. 다만 "비상사태 선언에 공감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과속' 신재생에너지 정책 대신 친환경 고효율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정책"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라는 것은 원전을 고정비율로 의무 운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탄소나 미세먼지 발생이 없는 원전을 의무 운행하고, 신재생에너지의 R&D를 위한 예산 마련 등에 나서겠다는 겁니다.

정의당은 "이미 국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이나 기후위기대응 탄소순배출 제로 목표 설정 촉구 결의안 등을 내놨다는 거죠. 국민의당은 

국민의당은 "저탄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국회차원에서 중장기에 걸쳐 일관되고 지속적인 환경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비상선언 결의안에 대한 동의인지 불명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국회 내 기후변화특위 구성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다시 말 해 에너지와 자동차, 건물, 농축수산업,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 대응하기 위해선 환경부만 움직여서는 불가능합니다.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거의 모든 정부 부처가 함께 대응해야 하죠. 그런 만큼,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국회 내에도 기후변화특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여야간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특위 설치에 앞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가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기후변화를 앞에 두고도 여야간 입장이 이렇게 첨예하게 갈리는구나' 싶은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입장이 비슷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입장이 같다고 기후변화 대응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은 아니지만요.

#넷 제로 실현 등 포함된 '기후위기 대응법' 제정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뿐 아니라 많은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루 빨리 '넷 제로(Net Zero)' 달성해야 한다, 배출량을 완전 0으로 만들진 못하겠지만, 배출과 흡수 등 모든 것을 고려해 늦어도 2050년까지 순 배출량은 '0'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넷 제로는 그러다보니 '탄소중립'이라고도 불립니다.

이미 이 넷 제로 달성에 뜻을 함께하는 나라들은 서로 모여 단체를 만들기도 했고, 기업이나 개별 단체 차원에서도 넷 제로를 위해 힘을 합치고 있는 상황인데요, 우리나라는 '넷 제로'가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아직 '넷 제로' 달성 시점이나 구체적인 목표, 로드맵은 없는 상태입니다. 개별 정당들은 다 계획이 있을까요?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동일한 입장이었습니다. "저탄소 비전 포럼에서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을 제안하면서 2050년 감축목표 5가지 안을 제시했는데, 이중 가장 강력한 1안이 2017년 대비 74.8%를 감축하는 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넷 제로 목표 설정이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14번째 취재설명서 <정부 대책 살펴보니…웃다 울다>에서 나온 우리 정부의 입장, 발언과 '복붙(복사·붙이기)'입니다. 찬성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돌려 표현한 것이죠.

미래통합당은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게 그린피스의 분석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온실가스 순배출량 감축에는 공감하지만 나라마다 환경과 시스템을 고려한 국가 에너지 정책이 다른 만큼, 일괄적으로 몇%를 동시에 맞춰야 한다는 강제적 동참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답했습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엔 이와 관련한 질의에 "기후위기 대응법에 대해서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양대 정당들의 답변에 비춰보면, 넷 제로 목표를 내놓은 해외 정부들은 치열한 고민 없이 그저 선언적인 목표만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의당은 "이미 과거에 기후변화 대응법안을 공약한 바 있고, 이번 총선 공약에 '그린 뉴딜 추진 특별법'이 포함되어 있다"고 답했습니다.

'넷 제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해선 각 정당이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요.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서도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을 강조하기보단 정부가 해온 결과나 기존에 발표된 계획을 다시 설명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6년 7%에 불과하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중이다", "현 시점에서 발전비중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기보다 현재 목표를 최대한 이른 시간에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미래통합당은 현재의 정부 계획에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자연에너지 발전원들은 간헐성, 경제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으며 이 발전원들을 구축하기 위한 자연환경과의 조화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탈원전을 추진하여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재생에너지 확대만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입장이었습니다.

#전기차 인프라 확대
더불어민주당은 "2030년 전기차 보급 세계 1위를 목표로 다양한 보급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차상위 이하 계층의 전기차 구매시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등 지금의 지원정책에 보다 실효성을 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더불어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더욱 확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미래통합당도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기 확대 예산을 확보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용차를 전기차로 의무 구매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다"며 "향후 친환경차가 확대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해 놓았고, 앞으로도 정책적 제안과 법적 뒷받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탄소세 도입
더불어민주당은 "탄소세를 도입하면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군의 가격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며 "특히 발전과 철강, 운수 업종의 가격 경쟁력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관련 업종뿐 아니라 전 부문에 걸쳐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GDP도 줄어들 거라는게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입니다. 미래통합당도 "새로운 세금 부과로 생산비용이 늘어나 제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EU가 추진중인 '국경 탄소세'에 대해서도 "다른 국가와 무역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주요 이슈들에 대한 정당들의 입장을 살펴봤습니다. 조사를 실시한 환경단체들은 어떤 소감을 밝혔을까요.

그린피스는 "집권 여당과 제1 야당이 기후위기 정책을 외면하는 행태는 EU와 크게 대비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후변화 정책에 있어 EU와는 조금 다른 결을 보이는 영국에 비해서도 훨씬 못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영국에선 집권 보수당이 넷제로 법을 제정했고,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 시점을 당초 204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중"이라는 겁니다. 이들 국가는 진영 논리와 상관없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여야 모두 소극적이라는 평가입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국회 내 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도 거대 정당들이 기후위기라는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에 아무런 정책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두 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국회가 갑작스런 기후변화 관련 질문에 당황해서, 지난해 갑작스럽게 우리나라에서조차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나타나서 준비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길 바랍니다. 반면 제대로 준비하면, 훌륭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법안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길 바라며 이번주 취재설명서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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