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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봄날은 갔다

입력 2020-04-13 10:15 수정 2020-06-05 10:57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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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1)

봄이 시작한다는 입춘(올해 2월 4일)에 이어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3월 5일), 봄 농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한다는 청명(4월 4일)까지 지났습니다. 24절기 가운데 봄에 해당하는 것은 이제 곡우(4월 19일)뿐입니다.

좀처럼 '꽃샘추위'다운 추위 한 번 없이, 또 코로나19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벚꽃 시즌'도 즐기지 못한 채 이렇게 봄은 지나가게 됐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봄을 느끼기 힘들었던 것은 그저 기분 탓, 코로나 탓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구에게도 올 봄은 평소와 다른 봄이었습니다. 한 해의 첫 계절인 봄부터 '이상기후'의 신호탄이 여기저기서 쏘아 올려진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봄날은 갔다


■ 역대급 겨울

봄을 이야기하려면 지난 겨울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하겠죠. 2019년 12월부터 올해 2월은 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때였습니다. 한파를 찾아보기 어려웠을 정도로요.

한파일수는 전국 평균 0.4일에 불과했습니다. 역대 가장 적은 일수입니다. 평년보다 무려 5.1일이나 적을뿐더러, 한파일수 역대 최저 '2위'인 1973년(1.3일)의 3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1월엔 한파일수가 0일이었습니다. 1월의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1.1도였습니다. 지난해 12월은 영하 1.7도, 올해 2월은 영하 1.2도였고요. 겨울 중 가장 낮은 온도를 보였던 1월이 도리어 덜 추웠던 겁니다.

기상청은 올해 1월을 "한반도 기상역사를 다시 쓴 따뜻한 1월"이라고 일컬었습니다. 전국 56개 지점에서 일 평균기온, 일 최고기온 Top5 안에 들 정도였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봄날은 갔다 자료: 기상청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겨울철 전국의 평균기온은 3.1도로 평년보다 2.5도나 높았습니다. 최고기온은 8.3도로 평년보다 2.2도가, 최저기온은 영하 1.4도로 평년보다 무려 2.8도나 높았습니다.

기상청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①시베리아 고기압의 약화, ②북극제트의 강화, ③높은 해수온 등으로 우리나라가 역대 가장 덜 추운 겨울을 보냈다는 것이죠.

오호츠크해 기단과 함께 학창시절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 바로 시베리아 고기압입니다. 시베리아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겨울철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미쳐(찬 북서풍) 덩달아 춥게 만들곤 했죠. 그런데, 올해 이 시베리아에 따뜻한 남서풍이 자주 불어왔습니다. 시베리아가 평년보다 3도 넘게 따뜻해지면서 이 시베리아 고기압이 제대로 발달하질 못 한 겁니다.

또한, 북극 찬 공기의 테두리인 북극제트가 올해 유독 강했습니다. 북극제트는 저기압의 덩어리로, 이 제트기류가 강하면 북극의 찬 공기가 극지방에 꽁꽁 묶이고, 느슨해지면 이 찬 공기가 우리나라 정도 되는 위도까지도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서태평양의 수온은 평년보다 높았습니다. 한반도 아래에 따뜻하고 습한 고기압이 발달하게 됐죠.

 
[박상욱의 기후 1.5] 봄날은 갔다 2019년 12월~2020년 2월 지구 기압계 모식도 (자료 : 기상청)


북극의 차가운 공기는 북극제트라는 강력한 에어커튼에 막혀 내려오질 못하고, 시베리아의 추운 고기압은 힘을 못 쓰고, 아열대 서태평양에선 따뜻한 고기압이 생겨나니 결국 따뜻한 공기가 남풍 기류를 타고 유입됐습니다.

이렇게 지구 차원에서의 변화가 일어났다보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선 연말연시부터 기후변화의 현장이 즐비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봄날은 갔다 2019년 12월~2020년 2월 세계 이상기후 (자료 : 기상청)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130년 만에 기온이 가장 높은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호주에선 가을부터 폭염과 산불이 이어지더니 남동부엔 최대 619mm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반면 캐나다와 이탈리아, 이집트, 파키스탄, 인도, 태국에 이르기까지 이상저온이나 폭설 등의 이상기후가 나타났습니다. 일본과 태국에선 각각 36년, 4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고요.

■ 뜨거운 바다

바다의 어감이나 색감을 떠올리면 보통 '시원하다'는 표현이 연상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바다는 '따뜻함'을 넘어 '뜨거움'을 향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 바닷물의 온도는 평균 13도였습니다. 관측을 시작한 1998년부터의 겨울철 평균인 10.8도보다 2.2도나 높은 수준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봄날은 갔다 천리안1호로 확인한 한반도 해수온. 좌측부터 2018년 1월, 2019년 1월, 2020년 1월 (자료 : 기상청)


위성관측자료로 살펴보면, 한반도 주변 바다의 색이 점차 노랗게 변하고 있을뿐더러, 섭씨 10도 경계선(붉은색)이 점차 올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98년부터 2009년까지 겨울철 해수온은 해마다 0.1도씩 꾸준히 올랐습니다. 그런데 2010년부터 2019년 겨울철 해수온은 연평균 0.21도씩 높아졌고요. 상승폭이 2배로 늘어난 겁니다. 특히, 12~2월 중 1~2월의 변화 폭이 컸는데요, 한반도를 둘러싼 3면의 바다 면면을 따로 살펴보면 어땠을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봄날은 갔다 해수온의 연평균 상승폭 (자료 : 기상청)


이렇게 막대로 비교를 해보니, 1998년부터 2009년까지의 연평균 상승폭(파란색)보다 2010년 이후부터의 상승폭이 크게 커진 것이 확연히 눈에 띕니다. 해마다 0.3도가 올랐다면, 10년이면 3도에 달합니다. 기온도 아니고 물의 온도가, 그것도 바닷물의 온도가 이렇게 높아졌다는 것은 우리가 주의해야할 일들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태풍을 비롯한 많은 기상재해가 '바다의 열(에너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 결국, 봄 없던 봄

위의 추세는 겨울(12~2월)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지난달, 3월은 역대 두 번째로 기온이 높았던 달로 기록됐습니다.

지난달 전국의 평균기온은 7.9도였습니다. 평년보다 2도 높을뿐더러,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걱정되는 점은, 역대 가장 더운 3월 상위 5위가 모두 2000년대 이후라는 겁니다. 1위는 2018년 3월의 8.1도, 2위는 올해 3월(7.9도), 3위는 2002년 3월(7.9도), 4위 2014년 3월(7.7도), 5위 2019년 3월(7.5도) 순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봄날은 갔다 올해 3월 기온 변화 (자료 : 기상청)


위의 그래프에서 붉은 날은 평년보다 더운 날, 파란 날은 평년보다 쌀쌀했던 날입니다. 잠시 세 차례의 반짝 꽃샘추위가 있었습니다만 평년 대비 하락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그 날을 제외한 시간들은 모두 평년보다 큰 폭으로 기온이 높았습니다.

기상청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북쪽 찬 공기의 강도가 약한 가운데 따뜻한 남풍기류의 유입과 강한 일사가 더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을 만들었던 지구의 상황이 3월에도 이어졌다는 거죠.

1월은 역대 1위, 2월은 역대 3위, 3월은 역대 2위… 역대급 고온이 3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아직은 더운 시기가 아니다보니 이런 부분이 눈이나 몸, 마음에 와닿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치들을 보고 있노라면 벌써부터 올 여름이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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