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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밥솥 위까지…주민들 잡는 '새만금 모래 폭풍'

입력 2017-05-3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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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의 고비 사막을 방불케 하는 모래 폭풍이 부는 마을이 있습니다. 창틀에도, 밥솥 위에도, 시도 때도 없이 모래가 쌓여 피해가 크다고 하는데요, 새만금 매립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드넓은 모래벌판이 끝도 없이 펼쳐집니다.

거센 바람을 타고 모래 먼지가 희뿌옇게 일어납니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제 주변은 온통 모래로 둘러싸였습니다. 그 흔한 초록 잎사귀 하나 찾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이렇게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도 함께 휘날리고 있습니다. 이곳은 매립이 한창인 새만금 공사 현장입니다.

72가구가 모여사는 전북 군산시 오봉 마을에 모래 폭풍이 불어오기 시작한 건 올 봄부터입니다.

[박동건/전북 군산시 회현면 : 중국 고비 사막에서 미세 먼지가 날아온다고 하는데 거기 안 가도 여기 오면 안다 그거예요.]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건 지난 2010년, 곳곳에서 매립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곳 오봉 마을 인근에서만 1,400㏊에 달하는 부지를 모래로 채워놓고 있습니다.

이 모래가 거센 바람을 타고 창틀 사이에도 밥솥 위에도 가릴 거 없이 쌓이고 있습니다.

화면이 희뿌옇게 보일 정도로 카메라 렌즈 위에도 미세한 모래 입자가 쌓였습니다. 이렇게 헝겊으로 닦아 내야 할 정도입니다. 공사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매일 모래 먼지와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이곳 평상 위를 흰 장갑으로 닦아보겠습니다. 이렇게 모래가 쓸려 나올 정도로 모래가 가득 쌓여있습니다.

[천금숙/전북 군산시 회현면 : 이것 봐요. 먼지. 이렇게 먼지가 있으니 이건 일도 아니야. 모래가 이렇게 있어요. 아침에 대청소 한 거야.]

모래 위의 발자국이 20여 분 만에 자취를 감출 정도로 모래 바람이 거셉니다.

호흡기와 안구 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에 가는 주민도 늘고 있습니다.

[김승완/전북 군산시 회현면 : 병원에서는 눈을 비벼서 빨갛게 멍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움직이면 꺼끌꺼끌해요.]

바닥은 잠시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푹푹 빠지는 펄로 돼있습니다. 제 왼쪽에는 제 키보다 큰 모래 언덕이 쌓여 있는데요. 잠시 주먹을 움켜쥐었다 피면 입자가 날릴 정도로 모래가 굉장히 곱습니다. 잠시 이곳에 서있었는데 눈에 이물질이 느껴지고 입안에 까끌까끌함이 느껴질 정도로 모래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고운 모래 입자는 공사 현장에서 직선 거리로 3km가량 떨어진 김제 심포 마을까지 덮쳤습니다.

[강덕순/전북 김제시 진봉면 : 바람이 불면 하늘이 안 보여, 하늘이…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뿌예…빨래도 제대로 널 수도 없고 아무 것도 못해.]

주민 민원이 이어지자 한국농어촌공사는 방진막을 설치하고 내년까지 보리과 식물을 모래 위에 심겠다고 했지만, 해결책이 될지는 불투명합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 조사료(보리과 식물) 뿌린 거 거든요. 2주 정도 후면 올라옵니다.]

[박동건/전북 군산시 회현면 : 2주 후면 올라와요? 누가 그래요? 비도 안 와서 벼도 바싹 말랐는데 2주 후면 올라와요?]

새만금 매립 공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모래 먼지가 대기 환경과 주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송미정/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새만금 지역에서 나오는 비산 먼지 가운데 미세먼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배출되고 문제가 되고 있는지 연구가 필요합니다.]

새만금에서 날아온 모래 먼지로 인근 주민들은 오늘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피해 규모 파악은 물론 이 모래 먼지가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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