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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방치된 불법 어구에 '병드는' 서해 갯벌

입력 2017-05-24 22:30 수정 2017-05-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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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서해바다는 세계 5대 갯벌로 꼽힐 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생물 종과 생태 환경이 잘 보존 돼 있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불법 어구들이 갯벌에 방치되면서 갯벌 오염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가 현장을 가봤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물이 빠지자 모습을 드러낸 인천 영종도 갯벌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입니다.

서해 갯벌은 미국과 캐나다, 아마존과 함께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큼 풍부한 생물종과 우수한 생태환경을 자랑합니다.

세계 멸종위기종인 도요새 등 각종 철새들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보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환경운동 시민단체와 함께 갯벌 안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갯벌 곳곳에서 길쭉한 형태의 플라스틱 관이 발견됩니다.

갯벌 안으로 들어와 봤는데요. 펄 안에는 이렇게 길이 2m 정도의 플라스틱 PVC관이 묻혀 있습니다. 칠게를 불법으로 잡기 위해 설치해놓은 불법 어구인데요. 해안가를 따라 수백 개의 어구들이 이렇게 설치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몸길이 5cm 안팎, 성인 남성 엄지손가락 크기의 칠게를 대량으로 잡기 위해 누군가 설치해놓은 것입니다.

일부 어구들은 오랜 기간 갯벌에 방치돼 펄 속에 깊숙이 파묻히거나, 해안가 인근까지 떠내려 와있습니다.

[최소 방치된 지 2~3년 되지 않았을까 추정이 됩니다.]

파도에 떠밀려 온 것으로 보이는 불법 포획용 어구입니다. PVC관 주변을 보시면 이렇게 굴 껍데기나 조개껍데기가 붙어있어서 오랜 기간 방치돼있는 걸로 추정이 되고요. 안에 흙을 한 번 파봤더니, 한눈에 봐도 주변의 흙 색깔과 다르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냄새를 맡아봤더니 오랫동안 고여있어서 악취마저 풍깁니다.

철새들과 낙지의 주요 먹잇감인 칠게는 갯벌이 숨 쉴 수 있는 구멍을 만들고 갯벌 정화 역할을 해 갯벌의 청소부로 불릴 만큼 중요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반찬거리나 미끼용으로 1kg에 4~5000원 선에 거래되면서 일부 유통업자들의 불법 어구 설치가 수년 전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인근 상인 : (갯벌을) 내려만 봐도 그전에는 바글바글 했었는데 지금은 없잖아요. 칠게 자체가 많이 안 보이니까. 오염이 돼서 안 나오는 거겠죠.]

이처럼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어구로 갯벌이 오염되고 손톱만 한 새끼 칠게들까지도 싹쓸이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개체 수가 줄면서 먹이사슬 붕괴와 환경오염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주희/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 2차 환경오염과 갯벌 훼손까지 이어질 수 있고요. 조류들의 생존에도 위협이 되고 결국 전체적인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불법 조업 단속권이 있는 해경은 방치된 불법 어구 철거는 지자체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천해경 관계자 : 그게 활용되고 있는 어구들이 아니라 예전에 활용되다 적발당해서… 저희는 수거하고는 관련이 없어요. 철거는 지자체에서 하고…]

해당 지자체는 관련 예산이 일부 책정됐지만, 모두 철거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인천 중구청 관계자 : 이제 계약 의뢰하기 직전이거든요. 전체적으로 모든 구역에 대해 정화 활동하면 좋기는 한데, 그게 예산 문제가 조금. 일단 시급한 구역부터…]

관련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그동안 소중하게 보존돼 온 서해 갯벌이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 번 훼손되고 오염되기 시작한 자연을 되돌리는 데는 커다란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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