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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혈세 쏟고…주차도 못하는 '565억 공원'

입력 2017-05-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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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3일) 밀착카메라에서는 수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만든 공원을 보여드립니다. 큰 돈을 쏟아부은 만큼의 값어치를 하고 있을까요. 주민들은, 누구를 위한 공원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이곳은 충청남도 천안시의 도솔 광장입니다. 면적은 6만 1500㎡, 축구장 8개 크기가 넘는데요. 주변이 경부 고속도로와 8차선 도로로 닿아있어 차가 없으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광장에는 차를 몇 대나 세울 수 있을까요. 지상에는 장애인을 위한 전용주차공간이 8개 칸이 있고요. 나머지 차들은 저렇게 지하에 차를 세워야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셔터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결국 일반 차량들을 정식으로 세울 수 있는 공간은 한 곳도 없다는 겁니다.

천안시는 2013년 '푸른 숲을 늘리고 시민의 화합과 소통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광장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시공사가 부도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었지만, 개장 후 한 달이 넘도록 지하주차장은 닫혀 있습니다.

걸어서 광장에 접근할 수 있는 육교는 한 개 뿐입니다.

[주민 : (주차장을) 막은 이유를 몰라요. 일반 차들이 와서 장애인 주차장에 주차하더라고.]

완공을 했다지만 안으로 들어가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관리자의 허락을 받고 이용하라고 되어있는 인공 암벽장입니다. 정작 관리자 번호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벌써 관리에서 손을 놓은 듯한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지하주차장과 인공암벽장이 이용할 수 없어서 문제라면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상태가 어떨까요. 남자 장애인 화장실 안인데요, 이렇게 전기온수기가 한쪽 벽에서 완전히 뜯어져 있습니다. 두 군데가 연결돼 있는데 한 쪽이 떨어져 나와서 위태롭게 매달린 상태고요. 무게가 상당해 보이는데다 전기로 이용되기 때문에 사람이 있을 경우에 떨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전기온수기가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주에 외부로 알려졌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설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문제점들이 드러난 이 광장에 천안시가 쏟아부은 돈은 565억 원입니다.

[김찬미/충남 천안시 신부동 : 560억이요? (예산에 비해) 부실한 것 같아요.]

[이상선/충남 천안시 신부동 : 엄청난, 우리 서민들이 보기에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에요.)]

전체 사업비의 70% 수준인 400억 원 정도가 토지보상액으로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혈세 낭비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 공사를 추진한 전임 시장은 천안시에 아마추어 야구장을 만들면서 토지 용도를 변경해 지인에게 큰 보상금이 나가도록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천안시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광장 이용이 가능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천안시 관계자 : (지하 주차장은) 인력이 배치되면 바로 오픈할 예정이고요. 인공 암벽장은 관련 부서 이관 중이기 때문에 이용이 바로 되도록 조치할 예정입니다.]

거금을 들여 만들고도 관리를 하지 않아 피해가 주민들에게 이어지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570억 원을 넘게 들여 5년 가까이 공사한 생태하천입니다. 하지만 생태하천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물고기 떼들이 죽어서 떠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하천 주변의 공장과 축사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 제기에 시가 내놓은 대책은 다음 달 10억 원을 들여 강 하류에 체육공원을 만들겠다는 거였습니다.

[정명희/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이 지경인데 시민단체는 수질검사도 맡기고 기름 덩어리에 대한 분석도 의뢰했는데 너희는 뭐하냐 해도 '이제 검사를 하려고 합니다' 이런 답변을…]

파주시 담당 부서들은 책임을 미루기 급합니다.

[파주시 관계자 : 생태하천은 건설과 소관이고요, 오수는 하수도과가 있고, 저희는 공장폐수에 대한 부서이고, 축사 관련은 농축산과…]

시민들을 위한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사업들이 관리 소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는 지자체로 인해 바라보는 시민들 심정은 이 물처럼 새까맣게 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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