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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수색 종료' 한 달, 썰렁해진 팽목항엔…

입력 2014-12-09 21:16 수정 2014-12-0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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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밀착카메라 순서입니다. 이번 주부터는 강신후 기자 외에 김관 기자가 합류해서 매일 현장 취재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김관 기자가 밀착카메라에서 처음으로 취재한 곳은 아마도 서복현 기자와 함께 김관 기자에게는 인연이 깊은 곳일 텐데요. 바로 팽목항입니다. 실종자 수색 종료를 선언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에 대한 뉴스는 이제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썰렁해진 진도 팽목항에선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이 남아 간절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며 취재했던 김관 기자가 이분들의 이야기를 밀착 카메라로 담아봤습니다.

[기자]

약 한달여 만에 팽목항에 다시 왔습니다.

여전히 바람은 강하게 불고, 기온은 0도 가까이 뚝 떨어졌습니다.

거세진 계절풍 때문에 이곳 팽목항 방파제 바로 앞까지 이렇게 파도가 높게 일고 있습니다.

점점 짓궂어진 날씨 속에서도 여전히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가서 만나보겠습니다.

실종자 가족 2명과 유가족 2명 그리고 7명의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아직도 팽목항에 남아 있습니다.

썰렁해진 건 사람 숫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팽목항 가족캠프에는 이런 조립식 주택 8채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그전에는 여기 머물던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을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시설물, 컨테이너들 수십 동이 주변에 있었지만 지금은 뒤로 보이는 것처럼 그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썰렁한 분위기입니다.

이곳에는 각종 의료진들, 소방본부, 119구급대 등이 상시 대기 중이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이 맞은편에 있던 해경의 상황실, 그리고 가족들의 회의실도 모두 지금은 철수해있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도움이 절실한 순간마저 속수무책으로 보낸다는 겁니다.

[박순미/단원고 고 이수빈 군 어머니 : 어제 새벽 같은 경우 동진이 엄마가 많이 아팠어요. 숨을 못 쉴 정도로 막. 너무 위급한 상태였는데 예전에는 119 부르면 응급처치는 가능했잖아요. 지금은 다 철수되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유가족들이 그냥 계속 주무르는 거예요. (몸이) 순환이 되게.]

팽목항엔 오늘도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렸습니다.

팽목항 가족캠프에는 지금도 10여 명의 인원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당초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찰 병력은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동파출소 관계자 : (예전에는 서너 개 장소에 (경찰이) 있었는데, 지금은 못 봐서요.) 통제하고 그런 건 요새 없어요. 지금은 저희 병력도 많이 빠져가지고요.]

의료와 치안뿐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급식까지 지원이 끊겼습니다.

다행히 시민들의 후원으로 매 끼니를 버티고 있습니다.

'팽목항 소식을 접하고 반찬거리를 조금 보냅니다. 작은 마음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 지역 커뮤니티의 회원이신 한 어머님께서 이곳 팽목항에 반찬거리를 보내면서 동봉해온 메모입니다.

사실 이런 분들뿐 아니라 옆에 화이트보드를 보면, 적을 때는 5~6명에서 많을 때는 25분 정도 전국 각지에서 각종 먹거리를 팽목항에 보내오고 계십니다.

정부가 이곳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는 소식에 일반 시민들이 십시일반 작은 마음을 모아서 지원해주고 있는 겁니다.

이런 처절한 상황에서도 가족들이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유백형/단원고 양승진 교사 부인 : 인양을 해준다는데 날짜만 언제 되느냐 한두 달 안에 되는 건 아니지만 확답을 받으면…]

가족들은 인양에 대한 확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 없인 안산으로 돌아갈 엄두가 안 난다는 겁니다.

[유백형/단원고 양승진 교사 부인 : 남편 옷이며 신발이며 그런 게 다 있으니까 집에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저와 저희 JTBC 취재진이 지난 4월 16일 이후 7, 8개월 동안 매일같이 세월호 소식을 전해드린 팽목항 방파제입니다.

지금은 바닥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국화 몇 송이가 놓여져 있고요.

이쪽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을 향해 놓인 음료와 과자 몇 개가 차갑게 얼어가고 있습니다. 이쪽엔 몇몇 종교단체의 천막들도 모두 사라진 상태입니다.

사람도 거의 없어 보입니다. 대신 '함께 기다리겠다', '세월호 인양을 촉구한다'는 구호만이 현수막 위에서 펄럭이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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