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른다며, 경비원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한 서울의 한 아파트 사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경비원 수를 줄인다고 관리비가 과연 얼마나 절감될까요. 혹시 딴 데서 더 많이 새고 있는 건 아닌지 꼼꼼한 경제에서 취재했습니다.
이새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경비원과 계약서에서 '갑을' 문구를 '동행'으로 바꾸면서 이른바 '갑질'을 없애겠다고 선포한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김서현/경비원 : 10년 넘게 경비 생활을 했는데 여기 와서 동 대표 뿐 아니라 주민들이 하대하는 것이 없어졌다고 제가 느낍니다.]
그러나 이런 훈훈한 사례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경비원 해고 사태. 하지만 입주민이 항상 이를 막아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수개월 간 제때 월급을 받지 못하다가 결국 해고까지 당한 경비원도 있었습니다.
경기 파주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원 이씨는 입주자대표회장의 승인이 나지 않아 월급이 밀리는 일이 빈번해지자, 아파트 곳곳에 호소문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건 거짓 사과문을 쓰라는 강요였습니다.
[이모 씨/해고 경비원 : 관리소장이 저를 관리소장실로 불러서 (호소문에 대한) 사과문을 쓰라고…]
결국 이 씨는 받을 돈도 다 받지 못하고 해고당했습니다.
경비원을 해고하는 아파트들은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정작 얼마나 줄었는지 실감하지 못하는 주민이 많습니다.
[이모 씨/해고 경비원 : (경비원) 한 사람 앞에 (월급을) 30만~40만원씩 낮췄는데 어떻게 관리비는 그 전과 변한 게 없는지…]
그렇다면 입주민들은 아파트 관리비, 얼마나 챙겨보고 있을까요.
[김충렬/아파트 입주민 : 저희 집은 그런 거 안 보는데요. 그냥 나오는 대로 내요.]
[조윤경/아파트 입주민 : 그달 그달 낼 것만 확인해서 내죠.]
그러는 사이 관리비는 엉뚱한 곳에서 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각종 공사가 많은 아파트에선 입주자대표회의가 임의로 시공사를 정하는, 수의계약 논란이 빈번합니다.
[A아파트 동대표 : 이번에 공사한 것 보세요. 배관공사를 7억에 한다면서 10억에 했어요. 펌프를…(입주자대표회장이) 00회사 펌프를 찍어놨어요.]
2000여 세대가 거주하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선 도장공사를 할 때, 가구 수가 더 많은 다른 단지보다 비싼 낙찰가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유모 씨/아파트 입주민 : 다른 단지는 3800가구쯤 되는데 8억 얼마에 했으니 이건 너무 비싸다, (그쪽 가구 수가) 반이 더 많은데 가격은 비슷하잖아요. 바가지 쓰는 거라고요.]
아파트 운영은, 아파트의 주요 안건을 의결하는 입주자대표 회의, 아파트 관리를 책임지는 관리소, 부녀회, 노인회 같은 자생단체가 주축이 돼서 이뤄집니다.
문제는 이들의 전문성에 비해 권한이 지나치게 큰 데다, 이들을 감시할 수단이 턱없이 부족하단 점입니다.
[송주열/아파트선진화운동본부 회장 : 1000세대 같은 경우에는 관리비만 25억 정도 집행됩니다. 이걸 주민들이 의결해서 마음대로, 견제 없이 쓰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있죠.]
이제 300가구가 넘는 아파트는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형식적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김모 씨/전 관리사무소 직원 : 회계 감사가 잘 안 이뤄져요. 외부 감사인데 형식적이에요. 외부 감사를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요. 돈만 주면 해 줘요. 형식적이에요.]
아파트의 관리비와 입찰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공용관리비는 유사 단지와 비교해 높은 편이라서 유의해야 한다고 나옵니다.
새나가는 관리비를 막는 첫걸음은 무엇보다 입주민 스스로의 관심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