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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청와대 항의 방문하기까지…유가족에게 무슨일이?

입력 2014-05-09 22:42 수정 2014-05-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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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부터 이 상황을 취재해온 이지은 기자가 제 옆에 나와 있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죠.

유가족분의 항의가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어제가 어버이날이었는데 안산 합동분향소 분위기는 굉장히 침체해 있었습니다.

가슴에 카네이션 꽃을 달아줘야 할 아이들이 사망하고 실종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후 4시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분향소로 가기 전, 우측에 유가족 대기실이 있는데요, 여기에 KBS 간부들이 조문하러 가다 유족들과 마찰을 빚게 된 것입니다.

[앵커]

유가족들이 그렇게 화를 낸 이유는 뭘까요?

[기자]

KBS 보도에 대해 여러 가지 불만을 나타내셨는데 특히 오늘 사의를 표명한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에 분노를 표출하신 겁니다.

언론노조 KBS 본부가 성명서를 통해서 김 국장이 기자들에게 세월호 사망자 수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하는 얘기를 했다고 폭로하지 않았습니까.

김 국장은 전혀 그런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유가족들은 김 국장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앵커]

발언의 맥락을 볼 때 유가족이 화를 내실만 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기자]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도 일부 있었다고 하는데 취재진은 유가족 대기실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 밖에서 들리는 고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다가 결국 KBS 본사까지 가시게 됐다는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유가족은 김 국장이 찾아와 사과할 것을 계속 요구했습니다.

계속 기다려달라, 기다려달라는 이야기가 반복돼 유가족이 화가 많이 나셨고, 100여 분 정도가 분향소로 가 아이의 영정사진을 떼서 KBS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로 가자고 해서 가게 된 것입니다.

저희 JTBC 취재진이 버스를 타고 동행 취재를 했는데요,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인데 도로를 달리면서 유가족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앵커]

동행 취재는 유가족이 저희에게 원해서 가게 됐던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앵커]

어젯밤 상황을 보니 KBS 앞에서 더 격앙된 분위기가 나왔습니다.

[기자]

저도 현장에 있었는데 저도 개인적으로 화가 난 부분이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이 KBS에 도착한 시간이 밤 10시 10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찰 병력 500여 명이 정도가 KBS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유가족분들은 "사과를 받으러 온 건데 왜 시위꾼 취급을 하느냐"며 감정이 더 악화됐습니다.

유가족 대표들이 KBS 측에 길환영 사장과 김 국장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유가족들은 길에서 떨면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사실 어버이날을 그렇게 보내면서 점점 감정이 격해진 겁니다.

[앵커]

KBS 안에는 들어가지 못한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자정이 지나서 유가족 10여 명이 대표단을 구성해 폴리스라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KBS 측은 사무실에 올라가려면 보안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름과 연락처를 써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유가족들은 "KBS에 견학온 것도 아니라 사과를 받으러 왔는데 왜 이런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셨고, 로비에 있겠다고 해서 또 한 번 감정이 악화됐습니다.

이렇게 1시간 반 정도가 지나갔고, 유가족들이 저희 취재진에게 KBS의 무성의한 태도를 취재해 달라고 요청하셔서 유가족과 함께 KBS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KBS 측에서 저희 취재진의 출입을 막았습니다.

[앵커]

결국 KBS 책임자들을 만나지 못한 상황이네요.

[기자]

네, 못 만났습니다.

유가족은 4시간 이상 밖에서 떨다 새벽 2시 반쯤 '청와대로 가야겠다'고 결정을 하셨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KBS의 사과를 받아 달라고 요구하기로 한 겁니다.

차를 타고 광화문 광장에 내려서 청와대 인근까지 30여 분을 걸어가셨고, 이때 시각이 새벽 3시 30분 정도였습니다.

[앵커]

그때는 이미 주변에 경찰 병력 배치가 다 끝난 상황이었죠?

[기자]

청와대 주변에 경찰 병력 900여 명이 배치돼 있었고, 유족들은 인근 도로에서 계속 KBS 사장의 사과와 김 국장 파면을 요구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새벽 4시쯤, 유족들이 학생들의 휴대전화에서 복구한 동영상을 대형 화면에 띄워서 같이 봤습니다.

영정사진을 품은 유족들은 오열하며 통곡해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유족들이 기운을 모두 소진한 상태에서 날이 밝았습니다.

[앵커]

KBS 측에서도 보도 자료를 냈더군요.

[기자]

네, 오늘 오전 KBS 홍보실 명의로 자료가 왔는데요, "분향소에 조문 갔던 간부들이 폭행당했고, 5시간 동안 억류를 당했다"는 내용을 낸 게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약간의 다툼은 있었지만, 폭행이 오가진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또 한 번 감정이 악화됐습니다.

[앵커]

유가족분들이 억울해하는 부분이 이 부분인 것 같은데 그래서 취재진에게 동행해 취재해달라는 이야기가 나온 거죠. 오후에는 김시곤 보도국장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

자신의 발언은 세월호 사망자 수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단순히 비교한 게 아니라 이번 참사를 계기로 KBS가 교통사고 등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발언을 왜곡한 언론 등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해당 발언이 있던 자리에 동석했던 KBS 과학재난 팀장이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사고가 일단락되는 시점에서 안전불감증을 점검하는 시리즈를 기획하려고 했다"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말이지만 이 발언은 지난달 28일에 나왔습니다.

세월호 사고 13일째 정도인데, 당시 아직 많은 실종자가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사고가 일단락됐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여러 가지 질곡 끝에 오늘 유가족들이 요구한 KBS 사장의 사과와 보도국장의 사퇴는 수용된 것이라고 봐야겠죠.

[기자]

네, 유족들의 청와대 인근에서 항의집회를 했고, 오늘 오전과 오후까지 계속됐습니다.

청와대 박준우 정무수석이 유족들을 만났습니다.

유족들은 KBS 방문 과정에서 사장 면담이 원활하게 되지 못한 점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후 오후 3시 30분에서 4시 사이에 KBS 길환영 사장이 유족들을 찾아와 공개 사과를 했습니다.

유족들은 이야기를 듣고 안산 합동분향소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꼬박 24시간이 걸렸습니다.

[앵커]

힘든 날이네요. 모두에게. 이지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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