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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도망치고 발뺌하고…흡연 단속 천태만상

입력 2015-01-0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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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0년대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을 기억하시는지요. 단속 경찰과 숨바꼭질도 많이 했습니다. 비슷한 풍경이 생겼습니다. 단속대상은 담배입니다. 걸리면 10만원까지도 낼 수 있습니다. 실랑이가 없을 수 없죠.

김관 기자의 밀착카메라입니다.

[기자]

금연 지도 요원들의 단속복입니다. 제가 지금 이 옷을 입고 있는 이유는 실제로 단속반과 함께 금연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돌아다녀보기 위해서인데요.

여기는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앞입니다.

이 광장 일대는 모두 1만9천여m²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겁니다. 실제론 상황이 어떨까요. 지금부터 함께 가보겠습니다.

이곳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하루 평균 5천명.

지정된 흡연실에서만 피워야 합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두웠습니다.

[단속 요원 : 신분증 좀 제시해주세요. 과태료는 원래는 5만원인데 15일 이내에 자진납부하면 4만원입니다.]

금연 구역임을 알리는 문구 바로 앞에서 걸린 겁니다.

이 남성도 비슷합니다.

지정 흡연실을 몇 발 앞에 두고 적발됩니다.

[(여기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있어요.) 제가 이쪽 지리를 잘 몰라서. (흡연실 있는 거는 지금 보셨나요?) 못 봤으니까 봤으면 들어갔을 텐데. (요즘 담배 피우기 힘드시죠?) 예, 많이 힘듭니다. 끊어야겠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이 정도면 수월한 편입니다.

다른 터미널로 가봤습니다.

금연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중년 남성이 포착됩니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단속 요원과 실랑이를 벌이더니, 갑자기 줄행랑을 칩니다.

단속 실패.

[단속 요원 : PDA 기계로 신분을 확인하려고 하니까 도망가버렸죠. (신분증 달라고 했는데요?) 저기 신호등도 위반하고 도망가버렸어요.]

그런데 JTBC 취재진이 도망갔던 그 남성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과태료 부과 안 받고, 도망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 왜 도망가셨나요?) 아니, 아까 담배 피운다고 그래서 그냥 갔는데요? (밖에서 흡연하다 걸리신 걸로) 나는 그걸 몰랐어요. 흡연 장소인지 어쩐지를.]

그 사이 단속 요원들이 왔고, 결국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됐습니다.

하지만 되레 화를 냅니다.

[(어떠세요, 5만원 내지 4만원인데?) 난 (과태료) 내지도 않을 거예요. (차라리) 징역 살지. (안 내실 거예요?) 그럼요. 절대로 안 내요. 인건비는 안 올리고, 담뱃값만 올려놓고.]

아예 발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분증 좀 제시해주세요.) 신분증 안 가져왔는데. (그럼 주민번호를 적어주시요.) 55년에 0월 0일. (뒷자리 모르세요?) 뒤에는 몰라요. 앞에 것밖에 모릅니다.]

건물 등 시설물 안에서 적발되면 과태료는 2배가 됩니다.

그래서 이 남성도 담배에 불을 붙인지 1분만에 10만원짜리 과태료 스티커를 받습니다.

[(이게 과태료가 10만원이고요.) 네? 알았어요. 그냥 주세요.]

이뿐 아니라 흡연자들이 금연 정책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쪽 바닥도 담배 꽁초들이 이렇게 떨어져 있고요. 이쪽은 더 많네요. 보니까 아예 빈 담뱃갑이 이렇게 바닥에 버려져 있기도 한데요.

바로 주변만 보더라도 금연 마크가 보도블럭에 박혀져 있고 금연거리다, 흡연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지만 소용이 많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흡연자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흡연자(단속 적발) : 아니 뭐 흡연 부스라도 만들어주든가. 아니면 흡연(구역) 있다는 것만 알려주면 거기 가서 피웠을텐데, 모르잖아요. 뉴스에서 보도하는 것도 별로 없고. 이상이에요.]

그래서 흡연실을 찾아가봤습니다.

터미널의 유일한 흡연실이 바로 저곳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입구에 흡연실이 어디다 라는 안내 표시가 전혀 돼있질 않습니다. 안 쪽으로 가보겠습니다.

한번 와봤더니 실제로 대여섯명 정도가 들어가면 가득 찰 정도로 비좁아 보이고요. 바로 그 앞에는 이렇게 고압전류가 흐른다, 고압설비가 코앞에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좀 위험한 느낌까지 들게 합니다.

하지만 강력한 금연정책을 반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김혜진/서울 성현동 : 담배 꽁초 던지실 때 아이가 조그맣잖아요. 그래서 맞은 적도 있고 그렇거든요. 저는 (거리 흡연이) 사라진 게 굉장히 반가운데요.]

여기는 서울 강남대로입니다. 전국 최초의 금연거리이기도 합니다.

금연 시행 3년차에 접어들자 주변에서 불법으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2015년 새해부터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취지에 맞게 금연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 취지에 맞게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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