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에도 저는 지금처럼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을 취재하고 있었습니다. 세종시 문제로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말 그대로 피 터지는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요. 당연히 그때 저의 발제 중 대부분은 이러한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대통령이 바뀌고 국회의원이 많이 바뀌었는데, 4년이 지난 2014년에도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친이명박계, 아니 지금은 비박근혜계 좌장이 된 이재오 의원이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방침을 철회하고, 즉 정당 공천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 공약을 못 지켰으니 국민들에게 사과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얼마 전 친박근혜계 대표주자인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과를 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뜻이었죠.
그러자 다음날 아침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작심을 하고 나섰습니다. 목소리엔 결기가 가득 차 있어 마치 전쟁 중에 적 장수와 일대일 대결을 벌이러 나가는, 선봉에 선 장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홍 대변인은 "도대체 (이 의원이) 어느 당의 중진인지 모르겠다. 계속 이렇게 언제까지 SNS 정치만 하면서 뒤에서 당의 전열을 흐트릴 것이냐"라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또 "다시 계파정치를 하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만 그런 걸까요. 친박계와 친이계 아니 비박계의 싸움을 보고 있으면 정치인들의 수 싸움이 아닌 그냥 감정 싸움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공수만 바뀌었지, 공격하는 내용이나 사용하는 험한 용어까지 바뀐 것이 없습니다. 얼마 전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한 인사와 밥을 같이 먹었습니다. 그 분이 그러더군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늘 하던 말이 야당하고는 말을 해도 친박계와는 말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라고요. 이러한 생각은 제가 평소에 만나는 소위 친박계 핵심 인사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바뀌고, 국회의원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새누리당 내 갈등을 다루는 제 기사 발제는 별로 바뀐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4년만에 갑자기 "이젠 좀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케케묵은 계파 갈등을 보는 국민들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JTBC 정치부 구동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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