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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늘어나는 나라 빚, 괜찮은 건가

입력 2014-04-03 19:48 수정 2014-04-0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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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늘어나는 나라 빚, 괜찮은 건가

"도대체 우리나라가 빚을 얼마나 졌다는 거야? 이대로 괜찮은 거야?"

시청자 여러분의 숱한 댓글들 사이에 숨어 있는 의문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짧은 방송 시간 때문에 다 전해 드리지 못했던 내용을 몇 가지 더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
우선, 몇몇 분들이 따로 연락을 주신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 빚이 약 500조 원이라고 한 부분인데요. 실제로는 훨씬 더 크게 잡는 경우가 많은데 왜 줄였냐는 겁니다. 이건 길게 글을 쓰는 것 보다, JTBC 경제산업부 소속으로 세종시에서 활약 중인 이정엽 기자가 2월에 한 리포트를 보시면 참고가 되실 겁니다.

(△위 동영상 뉴스를 참고해주세요!)

보시다시피 기획재정부가 밝힌 나라 빚이 821조 원입니다.

앞서 약 500조 원이라고 한 건 이 중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 즉 '일반정부 부채'를 뜻하는 겁니다. 보통 국가 간 비교를 할 때 이용되는 수치입니다. 여기에 공기업, 연금 충당부채 등 뭘 더하느냐에 따라 여러 수치가 나옵니다.

반대로 가계 부문의 빚은 1223조 원이라고 소개했는데, 많은 분이 '가계부채 1000조 원 시대'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그새 늘어났다는 건가 하는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건 아닙니다. 이 자료는 모두 한국은행의 연간 자금순환표에서 나온 자료들인데요. 정확한 항목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느끼는 가계 부채보다는 숫자가 커집니다. 이때 비영리단체는 소규모 개인 사업자와 소비자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같은 민간비영리단체를 모두 합친 겁니다.

취재과정에서 한국은행 자금순환팀 관계자는 "개념상의 차이를 잘 이해해달라. 1223조 원을 가계 부채랑 똑같이 생각해서 1인당 얼마라고 하면 틀린 거다"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죠.

<2>
그럼, 정부 부채는 (논란에 비해)줄어들고, 가계 부분은 (상식에 비해)부풀려진 통계를 왜 굳이 꺼내서 보도까지 했냐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오늘(3일)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바로 그 이유입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 자료는 수십 년에 걸쳐 현재와 똑같은 계정의 수치 변화를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역시 수십 년에 걸친 통계가 나오는 국내총생산(GDP) 수치와 비교하면, 정확하고 손쉽게 장기간에 걸친 부채의 변화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겁니다.

분석을 해보니까, 명확한 특징이 드러납니다. 경제 규모를 상징하는 대표적 수치인 GDP의 증가 속도에 비해, 우리나라 가계, 정부, 기업 부문의 부채가 훨씬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10년간 GDP(명목 GDP)가 76% 늘어나는 동안,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채는 2.3배, 기업은 2.2배, 정부는 3.4배로 늘었습니다.

보도에서 최대한 단순화해서 보여 드리고,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 '증가 속도의 차이'였습니다.

<3>
이게 왜 문제인지는, 직감적으로 많은 분이 아실 겁니다. 어떤 사람의 빚이 1년 새 1억에서 2억으로 늘었다고 합시다. 같은 기간에 소득도 한 1억원(너무 많은가요?)에서 2억 원이나 그 이상으로 늘었다면, 빚 늘어난 거 별로 심각한 게 아니죠. 돈도 잘 벌고, 그래서 더 큰 집도 사고 좋은 차도 사고 하면서 부채가 늘었다는 거죠. 소득이 늘었으니 부채도 감당할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빚이 2억이 되는 동안 소득은 1억에서 1억 5000만 원 정도로 밖에 안 늘었다면, 뭔가 사정이 있는 겁니다. 하물며 이런 추세가 10년 동안이나 꾸준히 이어졌다면, 그건 '일시적인 사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드리고 싶었던 겁니다.

특히 GDP 증가율에 비해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는 정부 부채는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취재하면서 현대경제연구원의 이준엽 박사께 여쭤봤습니다. 이 박사는 특히 정부 부채의 증가 '속도'에 대해 우려하면서 몇 가지 설명을 했는데요. 요지는 이런 겁니다.

- 정부 빚의 증가는 크게 재정 지출 확대와 복지 비용의 증가가 원인이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 정책으로 빚이 크게 늘었는데, 그 결과 경제가 나아질 수만 있으면 그나마 덜 심각한 문제다.

- 문제는 복지 수요 증가에 따른 지출 증가다. 이게 무슨 대단한 복지 정책이 새로 생겨서 그런 게 아니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복지 수요는 늘어나는 데 생산이나 소득은 거기 못 미치게 된 결과다. 인구학적 흐름은 웬만해선 뒤집기 어렵다.

- 더 큰 문제는 정부 지출이 아직 본격적인 증가를 시작도 안 했다는 점이다. 연금과 의료비 지출은 생산활동을 활발히 하던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더불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앞서 간 선진국들이 다 그랬다.

- 아직 우리나라 정부 부채가 GDP와 비교했을 때 30~40%에 불과해 100% 전후인 선진국보다 낫다고 하는데 모르는 소리다. 증가 속도가 워낙 빠른데다, 우리나라처럼 경제가 많이 개방돼있는 나라가 이렇게 부채가 늘어나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

빚이란 건 한 번 늘면 웬만해선 줄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정도, 기업도, 나라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빚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걸 누구나 확실하게 느끼게 된 지금이, 어쩌면 이런 흐름을 되돌리거나 늦출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인지도 모릅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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