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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부 멋대로 정한 도로명주소 다시 바꾸는데 줄줄 새는 혈세

입력 2014-04-03 16:12 수정 2014-04-0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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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부 멋대로 정한 도로명주소 다시 바꾸는데 줄줄 새는 혈세


도로명주소가 전면시행된 지 석달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도로명주소는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도로명주소가 집값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접한 뒤 해당 지역인 강남구 대치동으로 취재를 나갔습니다. 실제 집값에 영향이 있는지를 물어보기 위해 인근 부동산을 찾았다가 생각치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주민들이 항의해서 '남부순환로'가 '삼성로'로 최근에 바뀌었어요. '삼성로'가 개포동까지 이어져서 개포동 주민들까지도 수혜를 봤다더라고요."

'삼성로'라는 이름이 강남의 부유한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는 적합한 이름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최근 서초구 양재동에서도 도로명주소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양재동의 도로명주소가 '바우뫼로'인데 '양재로'로 바꿔달라는 겁니다.

"'바우뫼로'가 도대체 왜 쓰인 거에요? 발음도 어렵고..."

우면산 주변의 옛 땅이름이 '바뫼'였고, 그 이름을 다시 가져다 도로명주소로 사용한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양재'라는 지역명이 주소에 드러나길 원합니다. '바우뫼로'에 산다고 하면 그게 강남인지 강북인지, 심지어 서울 안에 있는 지역인지 구분이 안가지만 '양재'라고 하면 바로 강남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강남 주민들만 도로명주소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인천 등 서울 외의 지역도 지역명이 제대로 반영 안 된 경우가 허다합니다. 인천 서구의 경우, 무려 11곳이 도로명주소를 변경했습니다. '청라'라는 지역명이 빠진 채, '에메랄드로', '커낼로' 등 온통 외래어로 된 도로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천 서구는 도로표지판 등을 재교체하는데 1천 7백여 만원이나 썼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렇게 도로명주소 재변경에 사용된 비용만 2억 원이 넘습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 줄줄 새고 있는 겁니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도로명주소를 만들었고, 또 애초에 주민의견은 제대로 취합이 된 건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관부처인 안전행정부의 답변은 어이없을 따름입니다.

"도로명주소를 만들 때인 2009년, 2010년도에 주민들의 의견수렴 기간을 가졌지만 당시엔 주민들이 별 관심이 없다가 이 정책이 전면시행 되고 나니까 바꿔달라는 요구가 늘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 잘 사용하고 있는 주소체계를 4천억원이나 들여 바꾸자고 한 게 국민도 아닌데 이제와서 국민 탓으로 돌리는 겁니다.

도로명주소 변경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구청들도 해당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 보도가 나가면 주소 변경 민원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론 구청 업무도 늘어난다는 이유에섭니다.

두 번 일하게 만들어 혈세를 낭비하는 안행부나 업무 늘어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구청이나 취재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정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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