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농약 사이다' 피의자 구속 송치…범행동기는 '안갯속'

입력 2015-07-27 16:2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농약 사이다' 사건의 피의자 박모(83·여) 할머니에 대해 살인 혐의가 적용돼 대구지검 상주지청에 구속 의견으로 27일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지난 14일 오후 2시43분께 상주시 공성면 금계리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6명이 함께 마신 사이다에 고독성 농약 살충제를 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들 중 2명이 숨지고 1명은 의식을 회복했으나 3명은 여전히 중태다.

경찰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범행 증거물과 박씨가 사건 당일 피해자들과 함께 마을회관에서 유일하게 범행에 사용된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다는 점, 구조 과정에서 박씨가 보인 이상행동 등을 토대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박씨의 범행동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향후 추가 수사는 피해자들의 진술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송치 이후에도 검찰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에 대해 면밀히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다 안 마신' 박 할머니, 범행 근거는

박씨는 마을회관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있으면서 유일하게 범행에 사용된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인물이다. 경찰은 이 점과 박씨의 주거지에서 살충제 농약병 등이 발견된 점을 유력한 범행 근거로 들고 있다.

박씨의 주거지에서는 또 범행에 사용된 사이다의 뚜껑과 바꿔치기 돼 있던 자양강장제 뚜껑과 동일한 상표의 자양강장제 빈 병이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씨가 사건 당일 입고 있었던 의류와 타고 다니던 전동스쿠터 등에서도 사이다 병에서 검출된 것과 동일한 살충제 성분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이와 관련 박씨 측은 "피해자들의 입에서 나온 거품을 닦아주는 과정에서 살충제가 묻은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피해자들의 입에서 나온 거품과 타액 등에서는 고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남겨져 있던 투명액체 및 거품은 역류한 위 내용물이 아니라 고독성 살충제 중독에 의해 분비가 증가된 구강 내 타액"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도 살충제 급성중독에 의해 분비가 증가된 타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경찰, '박씨 일관성 없는 진술' 의심

경찰은 피해자 구조과정에 있어서도 박씨가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일 구조 과정은 오후 2시51분에 1차, 오후 3시45분에 2차로 이어졌으며 당시 119구조신고자의 진술과 구급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박씨는 1차 구조 때 부상자들이 마을회관에 더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아울러 2차 구조시까지도 구조 신고나 마을에 있던 다른 주민들에게 구조 요청 등 어떠한 구조활동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박씨 측은 "전화를 걸 줄 몰라서 구조 요청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해 왔으나, 경찰 수사를 통해 박씨의 집 전화와 휴대전화에서 발신내역이 확인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1차 신고부터 2차 신고까지 거의 1시간이 걸렸으며 그동안 박씨는 마을회관 인근에 있으면서 피해 할머니들이 구토를 하고 거품을 무는 등 중태에 빠졌으나 구조신고를 하거나 큰소리로 도움을 청하는 등 상식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씨가 범행 당일 행적에 대해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한 것도 경찰의 의심을 샀다.

박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지난 14~15일에는 "당일 점심을 먹은 뒤 오후 1시께 마을회관으로 갔다"고 진술했으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17~18일에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11시30분께 피해자 A씨의 집으로 놀러가서 오후 2시30분까지 이야기를 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특히 박씨 집 앞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영상에는 사건 당일 마을회관으로 갔다는 그 시간에 박씨가 전동스쿠터를 타고 마을회관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찍혔으며, 박씨가 자신과 함께 A씨의 집에 놀러갔다고 말한 또 다른 피해자 B씨의 가족은 "B씨는 사건 당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집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화투 때문에' vs '농지 임대료' 범행 동기는

경찰 측이 밝힌 범행 동기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 할머니들 간 화투놀이를 하던 중 다툼이 잦았다는 것이다. 할머니들 간 다툼 때문에 마을회관 내 식탁 의자 위에는 "싸우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써 있던 적도 있었다는 것이 마을주민의 진술이다.

경찰 조사에서는 박씨가 화투를 치면서 점수와 돈 계산 문제로 피해 할머니 중 1명과 다툼이 있었으며 사건 전날에도 같은 이유로 다툰 것으로 밝혀졌다.

두 번째로는 또 다른 피해 할머니와 약 3년 전 농지 임대료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 프로파일러 면담을 통해 박씨는 이러한 갈등으로 불면증까지 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마을 내에서 누적돼 온 사소한 불만과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범행 동기도 추정에 가까울 뿐 명확한 증거가 없어 범행 근거로써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살충제 구입은 어떻게 이뤄졌나

경찰에 따르면 박씨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살충제 농약병은 2011년께 생산된 후 2013년 말까지 유통된 것으로 이 기간 사이 박씨가 구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구입 시기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경찰은 상주시 공성면과 상주시내 농약판매점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진행했으나 농약 판매기록 보존기간은 3년으로 그 이전 판매기록은 확인할 수 없었다.

박씨의 아들이 지난 18일 압수수색 현장에서 발견됐다며 제출한 농약 3병은 1995~1996년 생산돼 장기간 사용하지 않고 창고 내 깊숙이 방치된 것으로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박씨는 범행에 대해 일체 부인해 왔으며 "변호사가 입회하지 않으면 진술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으나 지난 22일 변호사 사임 이후 새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에는 "머리가 아프다"며 반복적으로 병원진료를 요구하면서 결국 경찰의 추가 피의자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은 회복 중에 있는 피해 할머니 3명의 상태가 호전되는대로 추가 조사를 통해 박씨의 정확한 범행동기와 사건 경위를 밝힐 방침이다.

(뉴시스)

관련기사

'살충제 사이다' 사건 검찰 송치…증거부족 공방 예상 '살충제 사이다' 농약병 추가 발견…부실 수사 논란 '농약 사이다' 제3의 인물 사건 개입?…경찰 수사 '살충제 사이다 사건' 용의자 검거…같은 동네 할머니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