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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지구촌 곳곳의 소식을 전문가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전해 드리는 아침& 세계 시간입니다. 지난 28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국영 투자기업 관련 부정 부패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시탐바람/담당 검사 : 검찰은 판사가 기소 사건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기소 증인들의 신뢰성을 믿었으며, 그 결과가 정의의 승리라는 점이 매우 기쁩니다.]
나집 전 총리는 재임 당시인 2009년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설립한 국영 투자 기업을 통해 총 45억 달러 우리 돈으로 5조 2천억 원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총 42개의 혐의로 기소됐는데 지난 28일에는 그 중 일곱 개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일곱 개 혐의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고 징역 12년과 벌금 2억 천만 링깃 우리 돈으로 따지면 592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나집 전 총리는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나집 라작/말레이시아 전 총리 : 내 변호인단이 사건에 대해 많은 의문점을 제기했는데 이번 판결은 실망입니다. 우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항소할 것입니다. 빠른 시일 안에 전달되길 바랍니다.]
나집 전 총리는 말레이시아의 유명한 정치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화려한 경력과 카리스마로 말레이시아 국민들에게 한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난 2009년 총선에서 당선된 뒤 총리직을 수행했고, 2013년 재선에도 성공하면서 탄탄대로의 정치 인생을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2015년 국영 투자 기업 관련 부정 부패 의혹이 제기 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자택 수색 과정에서 트럭 5대로 실어 날라야 할 정도로 수만 개의 값비싼 핸드백과 시계 보석 등이 발견됐습니다. 민심은 등을 돌렸습니다.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도 격렬하게 이어졌습니다. 결국 2018년 총선에서 60년 만에 반대 정당에 총리직을 내주는 참패를 당했습니다. 나집 전 총리의 부정 부패 의혹은 말레이시아 정치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수많은 국가 재정 기관과 국제 투자 은행들까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제적 파장도 큽니다.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말레이시아 전문가죠. 김형종 연세대 국제 관계학과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총 42개의 혐의 가운데 지금까지 7개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만 내려졌습니다. 나집 전 총리는 항소 의지까지 밝혔고요.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죠?
[김형종/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그렇습니다. 일단 즉각적인 항소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항소법원, 연방법원을 거쳐서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1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재판이 특별히 한 사례에만 맞춰져 있고요. 앞으로도 이와 연관된 5개의 재판이 별도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작년 8월에 시작된 나집 계좌로 유용된 약 6000억 원 규모의 횡령에 대한 재판이 있는데요. 이것이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20년형의 선고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현재 나집은 2억 원 상당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있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집은 말레이 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항소심의 승리를 공언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유죄 판결에 대해서 국민들은 사법정의의 승리를 평가하고 이를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나집 전 총리는 그야말로 말레이시아 정계의 거물 아니겠습니까? 나집 전 총리의 최종 재판 결과에 따라서 말레이시아 정치권은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김형종/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그렇습니다. 이번의 판결이 그러니까 사법부의 정의라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정치적 과정에 의해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2월 의회 쿠데타로 집권한 현 정부가 개혁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나집 판결이 유죄로 확정되는 것이 개혁 의지로 선전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고요. 이번에 유죄 판결로 인해서 현재 여권 내에서 친나집 세력과 개혁세력 간의 갈등이 본격화될 수 있을 거라고 보입니다. 특히 국민의 신임을 믿기 위한 조기 총선의 실시가 예상되고 있는데요. 총선을 의식해서 나집의 유죄 판결이 더 구체적일 가능성이 있고요. 이 경우에는 현 여권의 세력구도가 현 총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나집의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게 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이죠.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금융기업들이 연루됐다는 의혹들도 나왔습니다. 국제적인 파장 어느 정도일까요.
[김형종/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당초 스캔들이 국제적 차원의 자금 세탁을 거쳤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국제적 압력도 굉장히 컸습니다. 미국 법무부가 관련된 자산을 압류하기도 했고요. 싱가포르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특히 1MDB 이번 금융 스캔들에 관련해서 적어도 미국을 비롯한 12개 국가에서 스캔들에 관련된 자금 세탁 조사 및 관련 자산 압류가 행해져 있고요. 특히 앞으로 비선실세로 지목된 조 로우의 신변 확보가 큰 관건이 될 예정인데요. 현재 마카오 등지에 있다는 속보가 전해짐에 따라서 그를 체포하기 위한 국제 공조가 강화될 예정이고요. 이 경우에 관련 수사와 재판이 가속화될 전망이고 이와 관련된 구체적 파장도 커질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김형종 연세대 교수였습니다. 나집 전 총리의 재판 담당 판사는 "검찰이 혐의를 의심할 여지 없이 입증한 반면 나집 전 총리 측은 반박에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나집 전 총리는 "이번 판결로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라며, 항소심에서 반드시 결백을 밝히겠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에서 결백을 밝히지 못했던 그가 남은 재판에서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아침& 세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