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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우영과 오마르는 무슨 대화를 나눴나

입력 2015-06-14 18:08 수정 2015-06-1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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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우영과 오마르는 무슨 대화를 나눴나


"정우영이 오마르와 무슨 이야기를 저리도 다정히 했을까."

지난 11일 우리나라와 아랍에미리트의 축구 국가대표평가전 때 이야기입니다.

후반전을 앞두고 그라운드로 나오던 정우영과 아랍에미리트 오마르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원래 둘이 친한 사이였나?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1차전 미얀마전을 위해 태국에 도착한 뒤 정우영을 만나 대화 내용을 물어봤습니다.

"오마르 선수한테 좀 너무 거칠게 해서 미안했어요. 하프타임때 '너무 더티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죠."

상대팀 선수에게 수비를 너무 열심히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겁니다. 그럴 만도 했습니다.

오마르는 아랍에미리트를 아시안컵 3위에 올려놓은 자국의 간판스타이자, ESPN이 선정한 '아시아 축구선수 1위'인데, 우리와 만나 아무런 활약도 못했으니까요.

A매치 데뷔전에 나선 정우영에게 꽁꽁 묶여서 이름값을 못한 오마르. 얼마나 화가 났을까요.

오마르가 뭐라 했는지 물었는데, 정우영의 대답이 예상 밖입니다.

"영어로 말을 걸기 시작하는데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거예요. 창피했어요."

오마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이제 미스터리로 남았지만, 그의 표정만 봐도 무슨 마음인지는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착하더라고요. 괜찮다면서. 매너도 좋더라고요."

오마르는 눈빛과 표정으로 정우영의 사과를 받아준 겁니다.

최근 축구장은 이런 훈훈함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지난 2월 킹스컵에선 우즈베키스탄 선수가 우리 선수를 무자비하게 때렸고, 지난달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A조 최종전에선 레퀴야의 남티희가 상대팀 선수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습니다. K리그에서도 전북의 한교원이 인천 박대한을 주먹으로 때려 논란이 됐었죠.

주먹을 휘두른 선수 모두 실력에서도 지고 인간적으로도 졌습니다.

스포츠는 전쟁이 아닙니다. 전쟁은 '죽거나 살거나'이지만 스포츠는 이기든 지든 '모두 살아야' 합니다. 그라운드에선 적이지만 그라운드 밖에선 모두 동료입니다.

정우영과 오마르 역시 그라운드 밖에선 적이 아닌 동료였습니다.

'내가 거칠게 수비해서 오마르는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에이스인 나를 막기위해 정우영은 얼마나 애를 썼을까?'

이들처럼 서로의 입장을 조금만 이해했더라면, 볼썽사나운 폭행 사건들은 없었을 겁니다.

후반전 시작하기 전에 오마르에게 거친 수비를 사과했던 정우영, 후반전엔 미안한 마음에 살살 했을까요?

"후반에도 거칠게 했어요. 어쩔수 없다고 생각해요. 오마르는 포인트가 되는 선수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막아아죠."

그라운드에 들어가는 순간 '인간 정우영' 아닌 '스포츠맨 정우영'으로 다시 돌아온 겁니다.팬들이 원하는 진짜 스포츠는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태국 방콕에서>

JTBC 김진일 기자 kim.jinil@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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