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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못본 척 고개 푹…배려 없는 '임산부 배려석'

입력 2016-02-0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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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부터 서울시는 지하철 객실에 임산부 배려석을 분홍색으로 바꿨습니다. 이들을 위한 배려석을 따로 만들고, 게다가 잘 띄게 색까지 입혀 놔야 하는 현실이 어찌 보면 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굳이 이런 정책이 없더라도 알아서 배려해주는 문화를 기대해 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전동차에 오르면 눈에 띄는 분홍 자리가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등받이와 좌석 그리고 바닥까지 화려한 분홍색으로 꾸몄습니다. 바로 임산부를 위한 배려석입니다.

임산부 배려석이 분홍색으로 바뀌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부터입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부터 8호선까지 임산부 배려석으로 7000여 석을 지정해뒀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중 절반 가량을 분홍색으로 바꿨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은 객차당 두 좌석씩 있습니다.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열차 첫 번째 칸 임산부 배려석에 남성 두 명이 앉아 있습니다.

두번째 칸도 마찬가지. 임산부를 위해 비워둬야 할 자리지만 60대 여성이 앉아 있습니다.

열차 끝에서 끝까지 지켜봤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에 상당수 남성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시민 : (어떤 좌석인 거 같으세요?) 노약자석? (분홍색으로 바꿔 놨는데) 눈에 안 띄었던 거 같아요.]

[시민 : 이거요? 못 봤지. 카메라 내려.]

젊은 여성들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민 : (실례지만 임신 중이신가요?) 아니요.]

이번에는 출산 예정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만삭의 임산부와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한 남성이 주변을 둘러보는가 싶더니 고개를 숙입니다.

이 남성이 내리자 그 옆에 있던 다른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습니다.

[시민 : (임산부인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지하철 공간에서 요즘 남들한테 관심이 많지 않잖아요.]

양보를 부탁하는 취재진에 반문하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시민 : 저기요, 그런 법이 있나요? 동의를 받지 않고 임의대로 자리를 지정해서 한다는 것은 다른 이용권자의 이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죠.]

[이홍미/임신 9개월 :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핑크석에 서 있으면 그 옆에 앉아 있는 분이나 그 옆 옆에 앉아 계시는 분이 이쪽에 앉으라고.]

한 조사에 따르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리를 양보받은 경험이 있는 임산부는 3명 중 1명꼴에 그쳤습니다.

열차 한 칸 당 모두 54개의 좌석이 있습니다. 양쪽 끝에는 이렇게 노약자와 임산부를 위한 좌석 12개가 있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죠.

그런데 여기에 추가로 두 좌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한 것으로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광섭/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 상대적으로 임산부 수는 적으니까요. 역으로 일반인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임산부들은 기존 노약자 배려석에서도 밀려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길지연/임신 9개월 : 눈치가 보이고 아무래도 연세 많으신 분들이 계실 때는 일부러 그 앞에 서지 못하고 피하는 경우도 있어요.]

서울시는 올해 3억7천여만 원을 들여 나머지 임산부 배려석을 모두 분홍색으로 바꾼다는 계획입니다.

자리 양보를 강요하는 건 분명 곤란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교통 약자인 임산부를 위해 우리가 조금씩 불편을 감수하는 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배려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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