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 같은 당 의원들의 의견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했고, 유 원내대표는 그 뜻을 즉각 수용해 원내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
이날 의총은 오전 9시15분부터 12시50분까지 4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모두 33명의 의원들이 발언대에 올랐다.
이날 의총은 거취 논란 당사자인 유 원내대표와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정책위의장 등은 불참한 채 시작됐다.
이날 의총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로 온 의원들의 얼굴에선 착잡함이 묻어났다.
유 원내대표와 함께 대야 협상을 이끈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의총에 참석하며 "공정하게 민주적으로 (의총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오늘 의총에서 의원들의 총의가, 전체적인 뜻이 명확히 확인돼서 논란이 종식됐으면 한다"며 "여러 뜻의 총의를 모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여당의 투톱인 김무성 대표 역시 의총에 앞서 '간밤에 잘 주무셨나' 질문에 "잠이 잘 오겠나"라고 되물었다.
친박근혜계인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인사들은 아무 말 없이 입장했다.
다만 김태흠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이런 상황, 이런 사태를 만들어놓고도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 자체가 사퇴할 이유다. 그래서 전 사퇴해야 한다는 그런 입장을 강력히 주장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강하게 유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해온 김태호 최고위원은 "먹구름이 지나가면 맑은 하늘이 보일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유 원내대표 사퇴 압박에 반발하며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 전체에 책임론을 제기한 정두언 의원은 "원내대표 사퇴 결의안 이런 개콘(개그콘서트)같은 일을 의총에서 할 게 아니라, 다음 지도부와 청와대의 대화촉구 결의안 이런 것을 주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전 9시 넘어 의총이 시작된 직후 김무성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지금까지의 상황 등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표는 특히 "정치인의 거취는 반드시 옳고 그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을 던지면서 나보다는 당을, 당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당을 위해 희생하는 결단을 부탁하는 것"이라며 "선당후사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갈등과 혼란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되지 않겠나. 이것은 국민과 당원 동지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제 결단을 내리고 모든 일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되돌려놔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자유토론서 '사퇴권고' 분위기 모아져
김 대표가 발언을 마친 뒤 의원들의 자유 토론이 시작됐다.
의원들의 이야기는 다 달랐지만 유 원내대표 체제는 더이상 존립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모아졌다.
맨 처음 발언에 나선 박민식 의원은 "이번 사태가 (당내) 민주주의 (확립과) 당청 소통이 잘 되게 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의원은 "현실적으로 유 대표 체제 존립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당청 소통에 있어 당도 문제가 있었지만 청와대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 지도부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선 반대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국민의 바람은 분란을 수습하는 것이지, 더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날 발언에 나섰는데, 서 최고위원은 "정치인의 사퇴는 불명예가 아니고 아름다운 것"이라면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홍문종 의원은 의총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가) 그만둬야 한다는 게 대세"라며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하는 것 같다. 사퇴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사퇴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 의견이 많이 갈려. 당청 관계 원론적인 문제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사퇴에는 동의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장우 의원도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이 80%"라며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 역시 "모든 의원이, 유 원내대표 입장에 섰던 사람도 사퇴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결론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 표결여부 두고 친박 비박간 고성도
이런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해 표결을 하자고 주장했는데, 표결 여부를 두고 친박, 비박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대충 '우~' 해서 박수치고 끝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명 한 명 의사를 제대로 파악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다음에 대통령이 또 이러면 어떻게 하냐. 확실히 매듭짓고 가야 한다"면서 유 원내대표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한 표결을 주장했다.
특히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이종훈 의원도 재신임 표결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발언을 하자 친박계인 함진규 의원이 "(유 원내대표와) 같은 식구인 사람은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치는 등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훈 의원을 비롯해 김용태, 김희국, 유의동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이 주로 표결을 주장했으나 이에 친박계 의원들은 '극소수 의견'이라며 일축했다.
이를 두고 정두언 의원은 "내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개혁보수는 표결하자고 하고 꼴통보수는 표결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라며 "웃기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윽고 김무성 대표가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표결을 주장한 일부 의원들을 향해 "따라주면 안 되겠나.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취지로 말하면서 의총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거취 논란의 당사자인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총이 진행되는 동안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 머무르며 입장발표문을 다듬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