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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에 가까운 '휴전 합의'…아르메니아 국민들 분노|아침& 세계

입력 2020-11-16 08:32 수정 2020-11-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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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을 놓고 무력 분쟁을 이어가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평화 협정에 합의한 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완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르메니아는 패전의 아픔과 극심한 내부 갈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위치한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 켈바자르 마을입니다. 주민들이 살던 주택 수십 채가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휴전 합의에 따라 아르메니아군이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에서 철수하게 되자 오랜 기간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오던 아르메니아 주민들도 한을 품은 채 마을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적국인 아제르바이잔에 자신의 집을 내어줄 수 없다며 삶의 기억들이 담긴 소중한 집에 스스로 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마을을 떠나기 전 수도원에 함께 모여서 슬픔을 나눴습니다. 켈바자르 마을 주민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켈바자르 마을 주민 : 1915년(아르메니아인 대량 학살) 당시 아르메니아인들이 추방당해 떠나야했던 길을
생각하게 됩니다. 당시엔 소달구지였고 지금은 트럭으로 바뀌었을 뿐 입니다.]

지난 13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는 항복에 가까운 휴전에 합의한 정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수백 명이 정부 청사로 향했습니다. 파쉬냔 총리의 관사 로비 유리창을 깨뜨리고 시위대 일부는 명패를 뜯어냈습니다. 외신들은 이 과정에서 국회 의장이 분노한 군중들에게 구타를 당해 의식을 잃었다고 전했습니다. 시위대는 파쉬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시위 참여자 : 우리는 니콜 파쉬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오늘부터 그는 이 나라와 국민의 주요 반역자로 여겨질 것입니다.]

러시아는 앞으로 5년 동안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에 평화 유지군을 파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르메니아 주민들이 떠난 마을에 러시아 군인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파쉬냔 총리는 휴전에 합의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겼을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사퇴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야권 지도자 10명을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아르메니아 정보 당국은 이들 중 몇몇이 총리 암살을 시도하고 정권을 찬탈 하려고 한 혐의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항복에 가까운 휴전 합의 이후 내홍에 시달리는 아르메니아 상황 유라시아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이신욱 동아대 국제전문 대학원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정부의 휴전 합의에 항의하고 있는 아르메니아 야권과 국민들의 분노가 상당히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이유 뭘까요.

    간단히 말해서 스탈린의 행정편의주의가 낳은 비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사적으로 1920년 아르메니아가 소련에 투입될 때 나고르노-카르바흐 지역은 아르메니아 영토였고 인구의 80%가 아르메니아인, 나머지 20%가 아제르바이잔인이었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이 스탈린에 의해서 1928년 아제르바이잔으로 승계권이 넘어갔던 것입니다. 아르메니아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지만 스탈린 철권 통치 소련 시대에는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외세의 속박에 시달렸던 아르메니아인들에게 영토 문제는 무엇보다 민감한데요. 특히 이웃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감정은 기독교와 이슬람이라는 종교 문제까지 겹쳐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인들과 야권이 반대하는 이번 나고르노-카르바흐 지역에 대한 휴전 합의는 아르메니아군이 참패해서 허무하게 1994년 점령한 지역들을 아제르바이잔에 되돌려주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배후 세력으로 많은 아르메니아인들이 터키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고 터키에 의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로 100만 이상의 학살을 경험한 아르메니아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뼈아픈 휴전합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휴전합의는 아르메니아인들의 민족 감정에 불을 붙였다 할 수 있겠습니다.


  • 파쉬냔 총리는 야권 지도자들을 체포하고 있고요. 총리 암살 시도에 정권 찬탈 혐의까지 묻는 등 매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파쉬냔 총리의 현재 속내는 어떨 것으로 보세요?

    아제르바이잔과 갑작스러운 갑작스런 교전에 패배한 파쉬냔 총리는 정치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을 맞이했다고 생각됩니다. 파쉬냔 총리는 지난 2018년 기존 정치 세력의 구태와 독재에 맞서 아르메니아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습니다. 1993년에는 나고르노-카르바흐 지역 전쟁에도 참전했고 언론인으로 아르메니아 민주화에 헌신했고 미국과 EU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개혁적 성향의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번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굴욕적인 휴전협정을 체결해서 아르메니아 민족 감정에 불을 붙였고 실각 위기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지금까지 행보로 보면 파쉬냔 총리의 입장에서는 당분간 정권유지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랜 민주화 운동 경험으로 아르메니아 정국의 혼란을 수습하고 민주적 성과를 통해 정원을 이양하는 것이 아르메니아 민주화에 이바지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말씀하신 대로 파쉬냔 총리는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역시 국민들과 야권의 분노도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가 않고요. 전쟁에 시달리다가 이번에 내부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데 아르메니아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아마도 당분간 아르메니아의 정국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적으로 미국과 EU가 지지하는 파쉬냔 총리와 러시아가 지지하는 야권 세력의 대립이 있고 국제적으로는 러시아와 이란의 지지를 받는 아르메니아, 터키의 강력한 후원을 받는 아제르바이젠의 대립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카스피해를 놓고 벌이는 석유 패권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코카소스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아르메니아인들은 다시 나고르노-카르바흐 지역의 회복을 노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아르메니아인들은 유대인과 비슷한 결집력을 가진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더해서 기독교와 무슬림의 대립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르메니아 국내 정세보다 국제 정세가 더욱 더 걱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평화 협정이 성사되고 총성이 멈춘 지 1주일 만에 아르메니아는 다시 내부 갈등으로 인한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 국민들에게 진정한 평화는 언제쯤 찾아올까요. 아르메니아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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