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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내전으로 수백명 사망…난민 수천 명 발생|아침& 세계

입력 2020-11-12 08:58 수정 2020-11-12 10:23

이한규 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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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규 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교수 인터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한국 전쟁 당시 6천여 명의 장병을 파병해 우리를 도왔던 혈맹국이죠.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우리 외교부도 우려를 나타내면서 조속한 안정을 바란다는 논평을 내놨습니다. 에티오피아 북부에 위치한 티그라이 지역. 1주일째 에티오피아 연방군과 지역 집권 정당인 티그라이 인민 해방전선 세력 간의 산발적인 교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투기까지 출동해 무기고를 폭격하고 지상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면서 지금까지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55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천 명의 난민도 발생했습니다. 인근 마을에서 전투를 지켜본 주민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근 마을 주민 : 그날 우리는 총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마을 전체가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인근 지역 특수부대와 민병대원들 덕분에 많은 연방군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티그라이 인민 해방 전선은 2018년 아비 아머드 총리가 집권하기 전까지 에티오피아의 주요 정치 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비 총리의 개혁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외 됐다며 반대 노선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중앙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방 선거를 강행하면서 갈등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지난 4일 아비 총리는 티그라이 인민 해방 전선이 군 캠프까지 공격했다며 연방군의 투입을 결정했습니다. 티그라이 인민 해방 전선은 군 캠프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아비 총리는 비상 사태까지 선포했고 내전 위기는 고조되고 있습니다. 아비 총리의 말도 들어보시죠.

[아비 아머드 알리/에티오피아 총리 :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의 오래된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과거에 누렸던 과도한 특권을 회복하고 면책 특권을 영원히 지속하려는 의도로 에티오피아 국민들과 새 정부를 훼손하려는 은밀하고도 노골적인 시도를 계속해왔습니다.]

국제 사회는 1억 천만 명의 인구에 수십 개 종족이 공존하고 있는 에티오피아가 본격적으로 내전에 돌입할 경우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수단과 소말리아를 비롯한 이웃 국가들이 내전에 휘말리면서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동아프리카 지역 전체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수단은 국경을 봉쇄하고 병력 6천명을 배치해 난민 유입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티오피아 연방군과 티그라이 인민 해방전선의 무력충돌로 이미 2천 7백명이 집을 잃고 수단 국경을 넘어갔습니다. 수천 명이 지금도 국경을 넘기 위해서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아프리카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이한규 전 한국외대 아프리카 연구소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먼저 에티오피아의 내전 위기 배경부터 살펴보죠. 정치적인 이유부터 종족 갈등까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복합적인 여러 요인이 있지만 저는 민족 문제가 근본적인 배경이라고 생각해요. 1억 인구의 에티오피아는 79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오르모민족이 34%, 암하라민족이 27%, 문제의 티그라이 민족이 6%입니다. 그런데 이 소수민족이 1991년 쿠데타를 통해 27년간 장기집권하면서 민족 간의 크고 작은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했어요. 현 대통령 아비 아머드의 국정 철학이 국민통합과 범에티오피아 정책적 확립인데 그만큼 민족문제가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거죠. 이번 내전이 발생한 근본적인 배경은 세 가지입니다. 2018년 암하라민족의 지지를 받은 아비가 정권을 잡으면서 티그라이 출신 관료들을 대거 축출했고요.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아비 정부가 총선을 연기하자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은 헌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결사반대해 왔는데요. 이로 인해 결국 두 정부 간의 갈등이 고조됐다는 것이고요. 10월에는 의회가 재무부에 티그라이 주정부에 연간 예산을 보내지 말 것을 요구하자 티그라이 주정부가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무력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 국제사회는 에티오피아 내전으로 인한 혼란이 이른바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동아프리카지역 전체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동아프리카 뿔 지역은 오래전부터 안보가 불안한 곳입니다. 소말리아는 알샤바브, 이스라엘, 테헤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25개가 넘는 군무원들이 지방을 통제하고 있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입니다. 남수단은 여전히 분쟁 중이라서 에티오피아 국경을 위태롭게 하고 있고요. 사태악화로 염려되는 것은 민간안보의 주요핵심인 난민입니다. 동아프리카에는 이미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있는데요. 에티오피아에서 사태로 일어나는 수많은 난민이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어서 동아프리카 안보의 불안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아비 총리는 접경국인 에리트레아와의 전쟁을 중단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지난해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잖아요. 그런데 정작 자국 내 종족 갈등은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에티오피아의 민주정치계획의 성공 여부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아비 총리의 일련의 조치를 보면 노벨평화상 수상자 타이틀에 걸맞는 정치를 해야겠다는 어떤 조바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기본 정당계를 무시한 단일정당 형태의 개혁이라든가 코로나로 인한 일방적인 총선 연기 등에 대해서도 자신을 지지한 오르모 민족들조차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국민회의 같은 대국민 협의체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하는데요. 그렇지 않으면 1994년 인종대학살이 일어난 르완다 같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은 에티오피아에서 난민이 최대 200만 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아프리카연합은 성명을 통해 에티오피아에 평화회담과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아비 총리는 티그라이 사태는 주권국가로서 에티오피아 스스로 해결할 문제라며 사실상 휴전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티오피아를 넘어 동아프리카 지역 전체에 드리운 전운이 점차 짙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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