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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쿠데타" 국민 분노…페루 '대통령 탄핵' 후폭풍|아침& 세계

입력 2020-11-13 08:47 수정 2020-11-13 09:51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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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인터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지난 1963년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이후 꾸준하게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우방국이죠. 남미 페루에서 지난 9일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습니다. 정국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페루 국민들은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 있는 국회 의사당 앞,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이 방송 인터뷰를 하던 도중 갑자기 달려든 남성으로부터 얼굴을 폭행 당했습니다. 페루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에 강하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페루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나흘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페루의 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80% 가까운 응답자가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습니다. 시위대는 비스카라 대통령의 탄핵은 의회의 쿠데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시위 참여자 : 우리는 독재적인 의회를 가진 나라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길 바라고, 이미 겪고 있는 위기에 또 다른 위기가 생기지 않기를 원합니다.]

탄핵을 당한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2018년 취임할 때부터 부패 척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인기 높은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회는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 기업들로부터 우리 돈으로 치면 7억원 가량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문제 삼아 탄핵안 투표를 강행했습니다. 백 서른 명 가운데 백 다섯 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의회의 결정은 받아 들이겠다고 말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마르틴 비스카라/페루 전 대통령 (지난 9일) : 저는 오늘 대통령궁을 떠납니다. 의회의 탄핵 결정을 뒤집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하라는 무수한 권고가 있었지만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저는 어떠한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하루 만인 지난 10일, 헌법에 따라 마누엘 메리노 국회 의장이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하지만 의회가 국민의 공감대도 없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부패 혐의를 빌미로 대통령을 무리하게 탄핵 시켰다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반부패 개혁을 추진하면서 의회와 갈등을 빚었던 만큼, 의회가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시민들의 항의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은 페루의 상황,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임수진 대구 가톨릭대 중남미 학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무엇보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평소 어떤 평가를 받아왔길래 페루 국민들이 이처럼 거세게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의회가 주장하고 있는 뇌물혐의 이건 완전한 누명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아직 그 뇌물수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의혹만으로 탄핵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대통령 퇴임 이후에 검찰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지금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스카라가 취임 일성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강조했던 이유는 전임 대통령들과 그 대통령 후보들이 줄줄이 부패혐의로 수감되었고요. 또 자살까지 하는 그런 상황에서 이 사회 곳곳의 부패문제를 바로잡아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였습니다. 그런데 의회는 부패 척결을 반대하였고요. 그래서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8년에 국민투표를 통해서 사법개혁, 국회의원 연임금지 또 정치자금법 규제강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의회를 해산했고요. 그래서 이전 대통령 어느 누구도 보여주지 못한 강력한 반부패 개혁정책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높았습니다.


  • 페루 의회는 지난 9월에도 또 다른 부패의혹으로 비스카라 전 대통령 탄핵을 시도한 적이 있었잖아요. 국민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대통령 탄핵을 계속해서 강행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새로 선출된 현 의회 130명 의원 중에 68명이 부패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요. 또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으로 이 사건이 종결된 경우가 더 있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정치권의 부패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실 겁니다. 또 비스카라 대통령은 연임 금지 규정으로 내년 대선에 출마를 할 수가 없고요.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탄핵을 추진한 것은 행정부를 의회가 장악을 해서 그러니까 비스카라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향후 추진하려던 반부패 개혁을 막고 또 의원들의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겠습니다. 또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의회에서 반대해 왔는데요. 여당 의석이 1석도 없는 상황에서 의회 표결만으로 대통령 탄핵이 가능한 이러한 페루의 탄핵절차도 무리한 탄핵 강행에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 앞서 전해 드린 것처럼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을 했습니다. 하지만 혼란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일 것 같고요. 페루의 혼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지금 페루는 메리노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구호로 저항 중입니다. 먼저 내각이 교체되면서 경제와 방역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내년 4월 예정인 대선이 민주적으로 실시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내각을 구성하였고요. 또 선거위원회 위원도 교체한 상황입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볼리비아의 상황. 그러니까 1년 전에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으로 축출되고 또 상원부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하면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그런 상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미주기구 OAS는 페루 헌법재판소의 도덕적 무능이라는 탄핵사유가 적법성이 있는지, 정당한지에 대해서 조속한 심판을 요구한 상황이고요. 앞으로의 전국 향방은 그 과정과 결과에 달려 있다고 보겠습니다.


페루는 남미에서 코로나19 인구대비 사망자가 가장 많고 국내총생산이 올해 12% 감소할 것으로 발표되는 등 최악의 경제난까지 겪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탄핵으로 정국 혼란까지 더해졌습니다.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후폭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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