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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이재용과 검찰의 동상이몽…'삼성 합병' 두고 왜 싸우나

입력 2020-06-12 17:51 수정 2020-06-1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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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이재용과  검찰의 동상이몽…'삼성 합병' 두고 왜 싸우나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습니다. 경영 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은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지난달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대국민사과에서 한 말입니다.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건희 회장-이재용 삼성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족벌 경영 시대의 종식을 의미했습니다. 구 에버랜드 체제부터 계속돼 온 세간의 비판과 검찰 수사 상황을 감안한 말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같은 달 26일과 29일 이 부회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고강도 조사를 받기에 이릅니다. 이 부회장 측은 조사 직후인 지난 2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것을 요청하는 걸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습니다. 기소(재판에 회부되는 것) 되는 것보다 검찰 단계에서 수사 계속 여부, 기소 여부 등을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 받고자 한 겁니다.

 
[취재설명서] 이재용과  검찰의 동상이몽…'삼성 합병' 두고 왜 싸우나


이날 수사심의위 요청과 함께 특수통 검사이자 검사장을 지낸 호화 변호인단이 꾸려졌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과 방위사업비리 합수단장을 지낸 김기동 변호사, 대검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낸 이동열 변호사,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국가정보원 2차장을 지낸 최윤수 변호사 등입니다. 대검 중수부장 출신 최재경 변호사 역시 삼성 법률 고문을 맡아 힘을 보태고 있다고 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승부'를 띄워보겠다는 삼성의 전략이었습니다

◇ 검찰 수사 방어하는 이재용 측…수사심의위 요청

검찰은 이틀 뒤인 4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왠지 '핑퐁 게임' 느낌이 계속됩니다. 하지만 판사의 영장 기각으로 이 부회장은 당장 한 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검찰의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수사심의위 절차를 밟아 기소를 막는 것이 삼성으로선 중요해졌습니다.
 

"(불법 합병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는 의혹이 있는데 계속 부인하시나요?)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 기각 후 구치소 나서며


이런 가운데 수사심의위 전 단계인 부의심의위에서 어제 심의위 소집을 요청하기로 정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소집하라는 뜻을 전했기 때문에 수사심의위 일정만 나오면 외부 전문가들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지 말지 논의하게 됩니다. 변호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법정 '외'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걸로 예상됩니다.

◇ '삼성합병' 두고 거론되는 '프로젝트G'

검찰이 중요하게 보는 걸로 알려진 '프로젝트G'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프로젝트이고 삼성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서 만든 일종의 계획안입니다. 합병 계획이 진행된 2012년부터 2014년 미전실에서 검토한 사안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삼성 합병이 착착 진행됐고 경영권 승계의 부당한 목적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는 겁니다.
 
[취재설명서] 이재용과  검찰의 동상이몽…'삼성 합병' 두고 왜 싸우나


여기서 이 부회장 측도 할 말은 있습니다. 프로젝트G가 만들어진 것만 해도 2012년으로 이건희 회장이 건재할 때 만들어진 만큼 이 부회장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2014년 이 회장이 쓰러진 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이 '이건희 회장님의 뜻'이라고 주장해 이 부회장이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입니다. '회장님 보고용 문건' 형식을 따랐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결국 합병은 '아버지' 책임일 뿐 이 부회장은 책임이 없고, 합병으로 인해 경영권 승계를 하려던 목적도 부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취재설명서] 이재용과  검찰의 동상이몽…'삼성 합병' 두고 왜 싸우나

◇ 박근혜 경제민주화, 이건희 탓?…책임 소재는?

이 부회장 측이 또 삼성 합병의 까닭으로 꼽는 대상은 '박근혜 정부'입니다. 국정농단 사건 때부터 지속적으로 밝혀왔던 정부 입김 논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도 "기업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거절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뇌물을 공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호소한 겁니다. 이번에도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을 피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지분을 옮기려다 벌어진 일"로 합병을 설명합니다. 다만, 이번 이 부회장 조사 과정을 비롯해 영장심사, 수사심의위 과정에 이르기까지 국정농단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정농단 때의 '스탠스'와 지금은 엄연히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1년 8개월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직접 개입을 입증할 자료를 다수 확보한 걸로 전해집니다. 특히 2015년 4월 작성된 'M사 합병 추진안' 문건이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적 합병 과정에 개입한 결정적 단서인 걸 걸로 판단했다고 합니다.

결국 검찰은 합병 '목적'도 부당, '행위'도 부당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검찰로서는 프로젝트G의 존재가 '피의자'로 규정한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있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공소장에 써 내려갈 혐의사실은 아니더라도, 그만큼 삼성이 계획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 하기 위한 조직적 작업을 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모두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 어떤 범죄가 발생하기 전 배경이란 겁니다.

이건희 회장이 주도했다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로 하나의 동기이자 배경일 뿐이라고 봅니다. 결국 해당 문건에 이 부회장 명시는 안 됐어도 승계, 지배권 강화 등 표현이 다수 담겨있고 추후 실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방안도 10여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돼 있으니 승계 작업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합니다. 즉 합병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합병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부당했고 불법성이 있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 입장입니다.

◇ 이재용 혐의, 결국 재판에서 다뤄질까?
 
[취재설명서] 이재용과  검찰의 동상이몽…'삼성 합병' 두고 왜 싸우나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 이 부회장 영장 기각사유


검찰은 지난 영장심사 당시 판사가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밝힌 이 내용을 들어 '기소'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는 내용도 기각사유였는데, 이 부회장 측은 합병 관련 기본적인 사실관계만 인정했을 뿐이라 하고, 검찰은 혐의가 일부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합병 과정의 이사회 결의 과정, 주주총회에서의 결의과정,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최소화를 위해 한 행위 등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합니다.

결국 양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결정지을 '키'는 수사심의위가 갖게 됐습니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2018년 검찰이 자체 개혁안의 하나로 만든 것입니다. 국민적 의혹이 많은 사건 등의 수사 계속 여부 등을 따져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총 8건 가운데 7건이 검찰이 신청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가 열리게 됐으니, 당사자 신청으로는 역대 두 번째입니다.

기아차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 14명에 대한 고소사건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인사보복 의혹 사건,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 채용비리 및 배임의혹 사건 등이 수사심의위에서 다뤄졌습니다. 검찰은 지금껏 심의위 의견을 존중해왔습니다. 다만 검찰이 심의위 의견을 따라야만 하는 '강제성'은 없고 권고이기 때문에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도 열려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재판이 진행되는 것처럼 치열합니다. 기소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도 수일이 소요될 걸로 예상됩니다. 만약 기소가 결정된다고 해도 재판 과정이 만만치 않아보입니다. 아직 정해진 게 없지만, 서초동 법원 안팎은 벌써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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