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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식량 안보 위협하는 기후변화

입력 2020-02-17 11:10 수정 2020-06-05 10:54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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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3)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 주에도 기후변화가 우리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에너지 안보는 우리의 일상생활부터 군사 분야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에너지 못지않게, 어떻게 보면 에너지보다 더 '원초적'인 안보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식량 안보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식량 안보 위협하는 기후변화


기후변화는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에너지 안보와 마찬가지로 식량 안보도 해마다 각 나라의 순위가 매겨집니다. 단순히 전시나 재난 상황에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양질의 식량을 충분히 적시·적소에 걸쳐 공급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식량 안보 위협하는 기후변화 (자료: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2019 글로벌 식량안보지수(GFSI)가 지난 연말 발표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종합점수 100점 만점에 73.6점을 받았습니다. 조사 대상인 113개 나라 가운데 29위입니다. 1위는 싱가포르로 87.4점을 기록했고, 미국(83.7점)은 3위, 일본(76.5점)은 21위, 중국(71.0점)은 35위였습니다.

113개국 중 29위면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OECD 국가 가운데엔 이마저도 하위권에 속합니다. 게다가 '천연자원 및 회복력'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썩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식량안보 측면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얼마나 대비했는가가 나타나는 부분인데요, 식량안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기후변화에 노출되었는지, 천연자원의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등을 평가한 겁니다.

이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61위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종합점수로 1위였던 싱가포르도 여기서는 최하위권인 109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15위로 상위권이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식량위기를 우려하는 조사 결과는 또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PwC와 네덜란드 은행 라보방크,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이 발간한 '아시아 식량 도전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에서 '아시아'라 함은 한중일 3국과 인도, 동남아를 포함합니다. 보고서는 이들 지역에서 농산물 수요가 높은 점에 특히 주목했습니다. 인구는 늘어나는데 기후변화가 작황에 영향을 미치게 된 거죠.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식량 안보 위협하는 기후변화 (자료 : 아시아푸드챌린지)

"아시아는 식량자급이 불가능하다. 미국, 유럽, 아프리카 등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현재 분석입니다. 10여년이 지나면 아시아의 인구가 2억 5천만 명이나 늘어나는데, 토지는 한정적이고 기상현상으로 생산량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또, "아시아 지역에서 식량 소비에 쓰는 돈은 2019년 약 4조 달러에서 2030년 8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며 "향후 10년 안에 8천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시아 식품업계는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조금은 무서운 우려도 담겼습니다. "식량은 민감한 주제다. 역사 속 많은 전쟁과 내전은 식량 때문에 일어났다. 우리의 식량을 지나치게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해결 못 하면 문제는 우리 발 앞에 바로 떨어질 것이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이 발표한 '2019 기아 지도(Hunger Map 2019)'를 보면, 식량 안보가 미치는 영향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 가운데 8억 2100만 명이 충분한 식사를 하지 못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홉 명 중 한 명꼴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식량 안보 위협하는 기후변화 (자료 :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영양 부족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아프리카 대륙의 마다가스카르, 말라위, 우간다, 잠비아, 중앙아프리카, 짐바브웨, 차드, 콩고(이상 가나다 순), 그리고 북한과 아이티로, 그 비율이 35%를 넘습니다. 전체 인구에서 25~34.9%가 영양 부족을 겪는 곳도 많습니다. 나미비아, 모잠비크, 보츠와나, 아프가니스탄, 예멘, 이라크, 케냐, 탄자니아 등등. 대부분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밀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지도엔 그저 영양 부족을 겪는 나라가 표시됐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는 각 나라의 경제적·정치적 안정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식량 안보 위협하는 기후변화 갈등이나 폭력으로 인한 국내 실향민 수 (자료 : 유엔국제이주기구, IOM)


나라 안에 내전이나 테러집단 간의 충돌로 갈등과 폭력사태가 빚어져 '국내 실향민'이 된 인구수를 집계한 지도입니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까지 가진 못 했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던 사람들 말입니다. 영양부족 인구비율이 높을수록 국내 실향민 수도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적·정치적 안정도가 낮을수록, 이처럼 이주자는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주자의 대다수는 난민이 되곤 합니다.

기후변화가 점차 가속화할수록 유엔식량계획의 지도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은 주황색으로, 주황색으로 표시된 곳은 빨강색으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유엔국제이주기구의 지도에선 동그라미의 크기가 더 커지게 되겠죠.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이 최근 급증하는 것처럼, 앞으론 아시아에서도 아프리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기후위기가 경제위기이자 안보위기라는 것은, 곧 기후위기 대응에 범정부, 범시민 차원의 노력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환경부든 산업통상자원부든 농림축산식품부든 모든 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좌우 진영논리에 상관없이 모든 정당과 시민이 함께 행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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