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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우리가 바라본 제각기 달랐을…'두 개의 달'

입력 2015-11-1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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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앵커브리핑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뜹니다. 노란색 달 뒤편에 희미하게 떠 있는 초록빛의 또 다른 달.

이 두 개의 달은 두 개의 다른 세계를 상징합니다.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결코 건너갈 수 없는 두 세상은 공존하기 어려운 초월적인 시간과 공간으로 존재하지요.

그리고 그날 저녁 역시 달은 두 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겹겹이 세워진 성처럼 견고한. 3중의 차벽이 세워졌습니다. 공권력은 거리로 나선 시민과 그렇지 않은 이른바 순수한 시민을 '벽'을 세워 구분했습니다.

인체에 얼마나 유해할지 가늠조차 힘든 짙은 농도의 최루액이 시위 시민을 향해 조준발사 됐고, 발사 규정을 위반한 물대포는 60대 노인을 쓰러뜨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원칙 잃은 일부 시위대의 폭력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일선 경찰들은 부상했고 성처럼 버티고 있던 경찰버스는 파손됐습니다. 강경진압이 시위대의 폭력을 유도했다 주장해도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더 조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따라붙습니다.

거리에서도. 양쪽으로 갈라져 서로를 비난했던 SNS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쓰러뜨린 마치 전쟁과도 같았던 우리의 자화상.

우리가 바라본 하늘은, 달은 제각기 달랐을 테지요.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정치권도, 한쪽면만 부각해서 전달하려 하는 일부 언론도.

우리는 어쩌면 두 개의 달을 가진 서로가 함께할 수 없는 두 개의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혼돈의 와중에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차벽을 세운 경찰버스 뒤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경찰의 눈에 들어간 최루액을 씻겨주는 한 시민의 모습.

서로를 향한 증오와 폭력의 이면에서 발견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과연 그 두 개의 다른 세상을 만들고 부추긴 이들은 누구일까도 생각해봅니다.

철옹성같이 세워진 차벽. 차벽의 이쪽과 저쪽을 가르고, 순수한 시민과 이른바 불순한 시민으로 나누고, 그리하여 우리가 서로 다르다 말하고 이러한 비극을 통해 이익을 취하려 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생각들.

또 하나의 푸른 달이 떠오른, 눈물과 함성이 범벅이 되었던 그날 밤.

오늘(16일)은 그 달마저 보이지 않는 비 내리는 밤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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