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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담뱃갑 경고그림, '행복추구권' 침해하나?

입력 2015-03-05 22:12 수정 2015-03-0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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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필규 기자, 원래 오늘 담뱃세 올리는 법안 할 때 경고그림 넣는 것도 같이 포함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또 안 됐네요."

"네, 여야가 일단 이번에는 담뱃세 인상부터 통과시키고 경고그림 넣는 것은 내년에 더 논의하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 약속 지켜지지 않으면 정치권이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국민을 기만했다는 비난,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지난해 12월 2일 방송됐던 팩트체크 내용입니다. 당시 담뱃값 인상하면서 경고사진 넣는 것, 다음 회기에서는 꼭 처리하겠다고 정치권이 약속했고, 저희도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이번에도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흡연자들의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는 것인데 오늘(5일) 팩트체크에서는 이 문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행복추구권, 맞는 얘기일까요?

김필규 기자, 이게 어떻게 무산된 건지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죠.

[기자]

담뱃갑에 경고그림 넣게 하는 법안, 일단 발의가 돼서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 심사도 잘 마쳤습니다.

그러면 본회의에서 표결로 통과시키기 전에, 이게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여기서 제동을 건 겁니다. 어제 회의 장면 보시죠.

[이상민 법사위원장/새정치연합 (3일) : (7항도) 2소위로 넘겨요?]
[김진태 법사위원/새누리당 (3일) : 네 7항(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도 넘겨야겠습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새정치연합 (3일) : 잠깐만요. 7항(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하고 8항은 2소위로 넘기자는 의견이시네요? 김진태 의원님은 7항(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김진태 법사위원/새누리당 (3일) : 네]

[앵커]

그러니까 7항을 지금 잠깐 얘기하는데, 오래도 얘기 안 하는군요. 바로 저 7항이라는 게 담뱃갑에 경고그림 넣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이 내용이죠? 그런데 이게 말씀드린 것처럼 별 논의도 없이 바로 그냥 제2소위로 넘겨버리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제2 법안심사소위로 넘긴다는 게, 문제가 있으니 본회의로 보내지 않고 다시 한번 검토시킨다는 건데, 결국 이번 회기에 처리를 못 하게 된 겁니다.

[앵커]

조금 전 그걸 주장한 사람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었죠? 행복추구권, 흡연권을 주장하면서 반대를 했는데요.

[기자]

예. 그래서 법제화가 무산된 뒤 김진태 의원은 본인의 SNS 통해서 이 부분을 설명했는데, "제가 반대해서 법사위에 계류시켰다. 담배 피울 때마다 흉측한 그림을 봐야 하는 것은 흡연권, 행복추구권 침해다. 또 담뱃갑의 50% 이상에 하라는 건 과도한 규제다"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그 두 가지를 다 따져봐야 할 텐데, 우선 행복추구권이라는 게 여기에 적절한 것인지 들여다보죠.

[기자]

일단 행복추구권의 기원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1776년 미국독립선언과 버지니아 권리장전입니다.

존 록크의 사회계약론에 기초해 "모든 인간은 안전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정부는 이를 지켜줘야 한다"는 내용이 처음 명시가 됐습니다.

우리 헌법에서는 1980년 8차 개정 때 이 행복추구권의 개념을 가져온 거고요.

[앵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미국에서는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지 않고 있던데, 행복추구권을 지키기 위해 그러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그 말씀 드리려고 아까 존 록크까지 가져와서 설명드린 건데요.

미국에서는 오히려 관련법이 2009년 연방 차원에서 통과됐습니다.

'가족 흡연 방지와 담배통제법'이라고 해서 담뱃갑에 시체나 손상된 폐 사진을 넣으라는 것이었는데, 이후 담배 회사들이 법원에 소송을 냅니다.

"경고사진이라는 것은 정부의 메시지인데 담뱃갑을 무료광고판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이건 담배 회사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정헌법 1조 침해"라는 주장인 거죠.

결국 대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진 삽입이 미뤄졌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경우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위해서 입법이 안 된 게 아니라, 담배회사 소송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던 거죠.

[앵커]

그럼 앞으로도 얼마든지 미국 담배에도 이런 경고그림이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얘기네요. 상황에 따라서는.

[기자]

그렇습니다. FDA의 승인만 나면, 마련이 되면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앵커]

사실 미국담배회사들의 로비력이라는 건 굉장하죠, 저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자리에 나왔던 러셀 크로가 주연했던 인사이드라는 영화도 바로 담배회사의 막강한 힘을 표현한 그런 영화이기도 했는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떻습니까? 만약에 이 법안이 이번에 통과가 됐다면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몇몇 헌법학자들에게 물었는데 대답은 대개 비슷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대 :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것이지 '침해'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의미가 달라요. 그러니까 어떤 공공의 목적이나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국가안보라든지 사회질서라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 법률로써 약간 못하게 하는 것을 '제한'이라고 하고요. 그 정도를 넘어서가지고 제한하는 것을 '침해'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제한'은 합헌이고, '침해'는 위헌인 거죠.]

제한과 침해를 구분해야 된다, 경고그림 가지고 행복추구권 침해됐다고 하면, 앞서 가격 올린 것부터 또 금연구역 확대한 것 모두 위헌이라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헌법에선 공공복리 위해 필요한 경우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했는데, 흡연자가 혐오스런 그림을 안 볼 권리와 비흡연자가 건강할 권리, 어디에 무게중심을 둘지 생각해볼 일인 거죠.

[앵커]

잠깐 얘기했지만 그것도 사실 그렇군요. 그러니까 좀 험한 그림을 보는 것이 내가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냐 아니면 담뱃값을 2배까지 높여서 내가 못 피우게 하는 것이 행복추구권 침해냐, 따져볼 만한 문제이기도 하네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김 의원이 얘기한 것 중에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담뱃갑의 50% 이상을 그런 경고사진이나 그림으로 채우는 것이 너무 과도하다. 이 부분은 어떻게 봅니까?

[기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에서 2003년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맺었고, 우리도 여기에 서명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원칙적으로 주요 표시면의 50%, 적어도 30% 이상 크기로 경고를 넣으라고 명시해놨습니다.

지금 전 세계 60여개국이 실제 50% 이상 넣고 있고, 80% 이상을 채운 곳도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것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가 돼버리는데, 그러면 이런 건 어떻습니까? 실제로 이것이 나중에 통과가 되면 미국처럼 담배회사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든가 물론 우리는 그게 공기업이기 때문에 쉽게 못하겠지만 어떨까요.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KT&G 같은 경우는 사실상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경우는 없겠지만 아마 수입담배업체에서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도 봤듯이 행복추구권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경고그림 넣는 법안은 의회에서 통과가 됐고, 제동을 건 것은 담배업체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입법부에서 제동이 걸린 건데, 행복추구권의 의미가 뭔지 국회가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김필규 기자는 담배 안 피우죠? (네, 안 핍니다.) 저는 끊은 지 11년 됐는데 금연에 있어서는 제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데 모르겠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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