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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선업 1위, 그 뒤엔…현대중 잇단 '하청노동자 사고' 추적

입력 2021-08-23 20:45 수정 2021-08-23 20:58

'책임 바뀐' 사고 보고서…노동자들 "안전수칙도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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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바뀐' 사고 보고서…노동자들 "안전수칙도 허술"

[앵커]

현대중공업에서 올해 들어 하청업체 직원 4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얼마전 선박 구조물에서 떨어진 이성규 씨도 머리를 크게 다쳐 지금까지 의식이 없습니다. 추적보도 훅은 세계 1위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에서 사고를 당하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파헤쳤습니다.

정아람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이달 1일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중공업모스에서 추락 사고가 났습니다.

55세의 하청업체 노동자 이성규 씨.

언어 능력을 관장하는 좌뇌를 다친 이씨는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상태가 나빠져 지금까지 의식이 없습니다.

[이종옥/이성규 씨 아들 : 의식 없이 인공호흡기 끼고 계시고요. 좌뇌 70%가 괴사됐다고. (회복 가능성을) 굉장히 낮게 보고 있다고만 하고 힘든 상태다…]

현대중공업모스가 당시 내놓은 보고서격인 '사고 즉보'입니다.

이씨는 배에 들어가는 구조물, 다시 말해 블록 안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돼 있습니다.

20kg에 달하는 호스가 이씨가 입고 있던 안전벨트에 걸리면서 중심을 잃고 2.2m 밑으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노조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반드시 있어야 할 안전난간대와 안전통로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동석/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 : 안전 난간대만 설치돼 있더라도 이 사고는 막을 수가 있었죠. 그리고 안전 통로만 이렇게 설치가 돼 있더라도 막을 수가 있었고.]

이러자 현대중공업은 사고 장소를 '사다리'로 바꾼 보고서를 냈습니다.

바뀐 보고서에는 이씨가 사다리의 불안전한 위치에서 작업하다가 무게중심을 잃고 넘어졌다고 돼 있습니다.

안전장치 문제가 아니라 이씨의 부주의로 사고가 난 측면이 크다는 겁니다.

사측은 보고서를 바꾼 이유에 대해 "현대중공업 구급대원의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사내 구급차에 실려가던 이씨가 구급대원에게 "사다리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동료 노동자 A씨 : 계속 앓는 소리 내고 물어보는 말에는 정확하게 말을 못 했어요.]

[동료 노동자 B씨 : 말이 안 되는 게 우리는 다 못 들었어. 사람이 몇이 있었는데.]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평소 안전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임모 씨/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 (안전수칙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협력업체는 하루라도 빨리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수칙을 지키면 공정이 늦어지고. 관리자들이 뭐라고 하기 때문에…]

[박모 씨/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 여기는 완전히 60년대고. 사람이 이렇게 죽어 나가도 그때그때뿐이고. 항상 그렇습니다. 현대중공업이란 이 회사는.]

올해 들어서만 현대중공업 계열사와 하청업체에선 4명이 사망했고, 이씨를 포함한 3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당장 이틀 전에도 하청업체 직원이 펌프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사망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연초 "문닫는 각오로 재해를 막겠다"고 했고, 5월엔 고용노동부의 특별 감독까지 받았지만, 사고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달라지지 않는 다단계 하청 구조와 불공정한 하도급이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상국/숭실대 안전환경융합공학과 교수 : 2단계로 내려가니까 영업마진이 줄잖아요. 그러면 저임금에 시달리니까 빨리해야지만 수당을 더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과로할 수밖에 없고 안전은 뒷전이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상반기 선박 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배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오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났지만,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상황에선 사고가 더 많아질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현미향/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 물량이 늘어나면 일시적으로 단기업체 노동자들을 많이 쓰려고 하니까 안전 관리가 굉장히 부실해지거든요. 구조적으로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들이 더 강화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영상디자인 : 조영익 박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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