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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절차와 정반대로…하향식으로 흐른 '박근혜식 사면'

입력 2017-01-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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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리포트는 안종범 청와대 당시 경제수석이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겁니다. 시나리오대로 착착 진행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면을 놓고 대통령과 기업이 서로 '거래'를 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건데요. 취재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정제윤 기자, 이번 사면의 경우 대통령이 대상을 미리 찍어줬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잘못돼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상적인 사면 절차를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부 장관 주재로 법무부 소속 인사들과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를 엽니다. 여기서 사면 대상자를 일차적으로 결정합니다.

대상자가 결정되면 관계 국무위원들이 서명을 하고, 대상자 명단은 대통령에게 보고가 됩니다.

이후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명단이 확정됩니다.

[앵커]

그다음에 대통령에게 올라가겠죠. 이번 사면 과정을 보면 법이 정한 절차와 정반대였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원래는 밑에서 사면 심사위원들을 거쳐서 일차적으로 대상을 결정한 뒤에 결재라인을 따라 위에까지 올라가는 게 정상적인 절차입니다. 물론 결정은 최종 결재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사면을 막겠다는 취지로 노무현 정부 때 사면심사위원회를 만들어서 외부 위원들까지 참여시킨 건데요.

이런 취지가 무색해진 겁니다.

[앵커]

결국 국민이 준 특권인데, 그 특권을 마음대로 하지 말라고 절차를 만든 건데 완전히 무시됐다, 그러니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자는 취지로 만든 제도를 완전히 무시했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안 전 수석의 증언을 토대로 보면 그렇습니다.

박 대통령이 SK 측 고위관계자를 만나서 사면의 논의하고, 며칠 뒤에 "사면은 SK니까 자료를 준비해라" 이렇게 지시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은 "국민 감정이 좋지 않으니 사면 정당성을 확보할만한 것을 SK측에서 받으라"는 구체적인 지시까지 했습니다.

[앵커]

본인이 행할 사면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상당히 치밀했다는 느낌까지 주는데요, 이렇게 대통령이 사면을 해주기로 결심한 상태였는데, 법무부 절차는 거쳤습니까.

[기자]

네.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리기는 했는데요.

하지만 대통령이 이미 낙점을 한 뒤에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했겠냐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쉽게 말해서 정상적이고 법에 근거한 절차는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이어야하는데, 박 대통령의 사면은 본인이 결정을 이미 한 뒤에 요식적인 절차만 거치게 하는 '하향식'이었던 겁니다.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친 뒤에는 대통령이 안 수석에게 사면 확정 사실을 미리 SK측에 귀띔해주라는 지시까지 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각 기업이 이런 사면을 받고 돈을 냈다면 대가성이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건데요. 특검에서는 이번 사면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면권'은 예전부터 법치주의 정신과 삼권분립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폐해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게 이번 경우라는 게 특검의 판단입니다.

대통령의 초법적인 권한이라는 논란이 제기돼왔던 사면권을 대통령이 대가를 바라고 한 게 맞다면 이건 뇌물죄 가운데서도 가장 죄질이 좋지 않은 게 아니냐는 게 특검의 의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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