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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장 은행' 찾는 사람들…출범 한달만에 47명 대출

입력 2015-03-31 20:55 수정 2015-04-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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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빵 한조각을 훔쳐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처럼 벌금형을 받고도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가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야말로 생계형 범죄자들에게 벌금을 빌려주는 일명 장발장 은행이 지난달 문을 열었습니다. 그사이 벌써 1억원 훨씬 넘는 돈이 모였다고 하는군요.

장발장 은행을 찾는 사람들을 최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화기를 내려 놓자마자 전화벨이 연이어 울립니다.

대출 심사를 기다리는 서류가 책상 가득 쌓여있습니다.

죄를 지어 벌금형을 받았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돈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이 찾는 '장발장 은행'입니다.

[대출 희망자 : 벌금은 한 70만원하고… 그것만이라도 풀리면 제가 신용불량자는 풀릴 거 같은데…]

오늘(31일) 하루만 백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신청하면 누구나 돈을 빌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성범죄 등 파렴치범이나 상습범 등은 걸러냅니다.

출범 한 달만에 성금 1억 2000여만 원이 모였고, 47명에게 8200여만 원을 빌려줬습니다.

1인당 최대 300만원을 무이자로 1년간 빌려줍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모 씨도 이달초 100만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지적장애 3급인 김씨는 지난해 찜질방에서 지갑을 훔쳐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304시간의 사회봉사 명령 가운데 130여 시간을 채웠지만 모자란 벌금은 충당할 길이 없었습니다.

[김모 씨/대출이용자 : 사회봉사를 했는데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그래서 장발장 은행이 뉴스에서 나온다길래…]

그러나 김씨처럼 돈을 빌려 벌금을 내는 경우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형을 택하는 사람이 한해 4만 여명에 이릅니다.

[오창익/장발장 은행 대출심사위원 : 장발장 은행을 오래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벌금제도를 조금만 고치면 벌금 못 내서 교도소 가는 사람들의 숫자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2011년 소득에 따라 벌금을 차등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논란끝에 폐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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