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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키워드] 반값 담배 부활? 논쟁 중심에 선 '봉초'

입력 2015-02-2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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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담뱃값 논란은 해가 바뀐 지 두 달이 지나면서도 여전히 뜨겁습니다. 정치권이 저가담배 얘기를 꺼내면서 다시 불이 붙은 면도 있는데요. 저가담배 얘기 중에 나온 것이 봉초였습니다. 그런데 과연 정부가 주장해온 국민건강 증진과 맞는 얘기인가…

매주 금요일 이 시간에 파고들어 보는 이지은 기자의 뉴스 키워드, 오늘(27일) 봉초의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기자]

서울 동묘 인근의 한 골동품 가게입니다. 30여 년 전에 사라져 이름마저 생소한 '봉초'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봉초를 꺼내자 할아버지들이 금세 봉초 주변으로 몰려듭니다.

[진짜 귀한 담배 나왔네]
[이게 예전에 그 풍년초인데…]
[이게 마는 방식이 양쪽 손가락으로 같이 잡고…]

최근 이 작은 봉초 담배가 큰 파장을 나았습니다. 2000원 오른 담뱃값에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그러자 정치권에선 값이 싼 봉초를 부활시켜 그 부담을 줄여주자는 논리를 폈기 때문입니다.

광해군 때 일본에서 처음 들어온 담배는 곧 민생 속으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선 담뱃대, 재떨이, 부싯돌, 쌈지 이렇게 4개가 있어야 했는데 문방사우에 빗대 끽연사우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농민들이 담배를 자유롭게 경작했는데 일제 강점기 때부터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조선총독부가 전매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런 형태의 봉초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요, 전쟁에 필요한 비용을 봉초에서 걷은 세금으로 쓰겠다는 것이었습니다.그러면서 이 같은 경고문도 걸었습니다.

'전매령을 준수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다'라면서 '잎담배 한 대. 그러니까 집에서 만들어 피는 담배는 인생의 수치'라는 내용입니다.

광복 이후에도 봉초는 여전히 민초의 담배였습니다. 벼 이삭 그림으로 유명한 풍년초, 장수연에 이어 철제 통에 담긴 하루방까지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1988년, 봉초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봉초는 사라졌지만 봉초의 현대판인 롤링 타바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최근 담뱃값이 오르자 말아 피우는 수입 담배, 롤링 타바코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제원/롤링 타바코 업체 대표 : 담뱃값 인상 이후에 롤링 타바코 파이프 등 다양한 상품들을 보고서 구매율이 높아져서 롤링 타바코만 봤을 때는 두 배 이상 손님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흡연자들이 롤링 타바코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격 때문입니다.

연초 40g짜리를 8천원에, 종이와 필터를 3천원에 구입했을 경우, 담배를 약 80개비 정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한 개비에 130원꼴인 셈입니다.

20개비 담배 한 갑으로 계산해도 2600원. 현재 4500원 담배에 비하면 대략 '반값 담배'인 셈입니다.

가격도 싸고 만드는 재미까지 있어 인기가 높아진 말아 피우는 담배. 과연 건강에는 어떨까요?

[서홍관/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 담배 피우고 나면 필터에 누렇게 낀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는데요. (필터가 있으면) 그런 만큼의 효과가 있습니다. 말아 피운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서 일반 담배를 피우는 경우보다도 구강암과 후두암·인두암이 더 많이 나타났다는 논문이 있습니다.]

정부가 담뱃값을 올리면서 내세운 명분은, 국민건강증진입니다.

과거에 서민들이 즐겨 피웠던 봉초. 그 뒷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네요.

'납세로 자립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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