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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이번엔 저가 담배…흡연자들이 '호갱'?

입력 2015-02-2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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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시작은 앵커브리핑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가 하나 있습니다.

'호갱'

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라지요? 풀이하자면 어수룩하여 이용해먹기 쉬운 손님 정도가 될 겁니다. 오늘(23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 바로 '호갱'입니다.

지난 설 연휴. 담배 이야기 많이들 하셨을 겁니다. 끊었나 못 끊었나에서 시작해서 연휴 직전 정치권이 불 붙인 '저가담배' 논란까지. 담배는 참 두고두고 여러 사람의 마음을 애태웁니다.

발화점은 새누리당이었습니다.

"저가담배에 대한 요구가 있는 만큼 정책위에서 검토해달라"

여기에 질세라 야당도 나섰습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봉초담배 등 저가담배 활성화 입법을 추진하겠다"

저가담배 논의가 솔솔 피어오르면서 지난 2005년 단종된 '솔' 담배가 기억났습니다. 1980년 450원짜리 고급담배로 출시된 솔담배는 94년부터 오히려 한 갑 당 200원으로 가격이 내렸습니다. 당시 담뱃값을 200원 올린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담배로 솔담배의 가격을 낮췄던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세금'도 아니고…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렸다는 정부가 아니었는지요.

악 소리 나올 정도로 가격을 올려놓고 이제 와 흡연자들 주머니 사정을 걱정한다는 것. 흉흉한 민심과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속이 빤하게 보인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닷새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정치권은 뱉어놓았던 말을 서둘러 거둬들였습니다.

"아이디어 차원, 당장 추진할 계획 전혀 없다"

"포퓰리즘의 전형. 당 차원에서 검토한 바 없다"

그러나 올린 담뱃값을 마치 내려줄 수도 있을 것만 같은 말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더군요. "담뱃세 조정을 다시 해야 한다", "내 생각은 원래 천원 인상이었다"… 이런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쯤 되면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 이런 말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담뱃값을 일방적으로 올렸을 때, 흡연자들은 세금내주는 봉, 요샛말로 '호갱'이 된 셈이었지요. 이젠 담뱃값 내려주면 '표'까지 내주는 '호갱님'으로 여겨지는 걸까요.

"서럽고 처량하고 치사해서 끊은 것이다. 잘 가라 담배여. 나의 연차(煙茶)여"

연말 연시에 한창 담뱃값이 논란이었을 때 45년간 피워온 담배를 이참에 끊었다는 유홍준 교수의 말입니다.

오늘 전국은 황사 흙먼지로 뿌옇게 뒤덮였습니다. 서럽고 처량하고 치사해서 끊은 호갱님들의 가슴에… 담배 연기 대신 황사 먼지가 들어온 하루였습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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