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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반기문 총장이 보낸 '외교행낭 편지' 논란

입력 2016-07-2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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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최근에 충청 출신의 정치인인 김종필 전 총리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내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치적 해석 이전에, 이 서신을 우리 정부의 '외교행낭'을 통해 보내왔습니다. 그러니까 '공용'으로 쓰게 돼 있는 외교행낭을 반 총장이 사적으로 쓴 것인지, 그래도 괜찮은 것인지, 외교부에서는 관례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오늘(21일) 팩트체크에서 따져보겠습니다.

오대영 기자, 우선 외교행낭이 이겁니까?

[기자]

이렇게 생긴 우편물 가방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특별하게 생기지 않았지만 특별한 게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외교부가 해외공관과 비밀문서나 공용 물품을 주고받는 수단입니다.

왜 이런 걸 쓰느냐, 그 누구도 이걸 열어볼 수 없도록 국제 협약에서 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안전하다는 얘기죠.

[앵커]

보안이 필요한 문서를 담아서 보내기 좋다는 게 되겠는데… 그러면 반기문 총장의 편지가 과연 우리 외교부의 공식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것이냐를 살펴봐야겠죠. 그래야 이걸 사적으로 쓴 건지, 아니면 공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을테니까요.

[기자]

네, 그래서 편지가 무슨 내용이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저희가 오늘 김종필 전 총리 측을 취재해봤습니다.

[앵커]

직접 전화해봤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런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존경하는 김종필 총리님께. 보내주신 사진은 잘 받아보았습니다. 정초에 귀국하게 되면 그 때 찾아뵙겠습니다"

저희가 파악한 내용은 이정도인데요, A4용지 한 장짜리 편지였고 처음과 끝은 반 총장의 자필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 편지는 이런 흐름으로 김 전 총리에게 전달됐습니다.

[앵커]

그러면 가운데 '…' 부분에 공적인 내용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기자]

그 얘기는 저희가 면밀하게 취재를 했는데, 추가로 알려주지 않아서 파악을 못했습니다.

[앵커]

외교부는 그러면 뭐라고 합니까?

[기자]

외교부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습니다.

관련 지침을 보면 "재외공관장이 인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공용'으로 판단해 외교행낭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반 총장 측에서 외교행낭을 쓰자고 해서 주유엔대사가 승낙해줬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관련 규정을 찾아봤습니다.

관련 지침 4조 보겠습니다.

"공용물에 한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세부 물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견의 소지가 있습니다.

"외교부장관 및 재외공관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항"이라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앵커]

그 마지막 부분을 본다면 주유엔대사의 재량으로 외교 행낭을 쓰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 이렇게 해석한다는 겁니까?

[기자]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공적인 부분이라는 전제는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앵커]

무조건 이것은 공적이어야 되는 것이다?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예를 들어서 대사가 이건 공적인 것이야, 라고 판단할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아까 내용으로 봐선 그렇지 않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그 '…'에 공적이 사항이 있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아마 편지를 세세하게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이 지침은 외교부 훈령이고요, 그보다 상위 규정을 찾아봤는데 대통령령의 내용은 또 다릅니다.

"재외공무원은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의 사적이익을 위해서는 업무를 수행하여서는 아니된다"

[앵커]

굉장히 엄격하군요.

[기자]

"외교부와 재외공관 간의 업무연락은 긴급을 요하거나 기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전용통신망 또는 외교 행낭에 의한다"

그러니까 업무 수단인 외교 행낭을 특정인의 사적이익을 위해서 쓰면 안된다, 이렇게 해석이 되고요.

실제로 외교 행낭이 어떨때 쓰이냐면 대통령이 해외 출장중에 결재를 한 문서를 본국에 보낼 때, 혹은, 재외국민투표용지를 주고 받을 때 쓰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실 편지 한 통 보내준 것이 뭐가 큰 일이길래 이렇게 따지느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과 사의 구분이 이럴때일수록 구분해야 되겠죠. 외교부 차원에서도 이게 잘못된 관행이었다면 고쳐야 하는 것이 맞지, 관행이니까 괜찮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도 이런 논란 여러차례 이런 일이 있었죠?

[기자]

2011년에 감사원이 감사를 해봤더니요, 외교부의 '외교 행낭' 실태가 아주 심각했습니다.

어떤 게 들어있었느냐… 와인, 커피, 핸드백에서부터 로또복권, 외화, 칫솔, 수세미까지 있었습니다. 여기에 담아서 주고받다가 적발됐습니다.

2012년에 국정감사에서도 큰 논란이 됐습니다. 외교부는 당시에 "전직원에게 외교 행낭을 지침에 따라서 공적인 용도에만 엄격하게 사용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편지사건으로 이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드러난 셈으로 보입니다.

[앵커]

저 목록을 보니까 아까 오대영 기자가 얘기는 안했습니다만, 오징어도 있네요?

[기자]

오징어가 당시에 80마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앵커]

외교 행낭 안에요? (네) 오징어로 거의 꽉 찼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아무튼 그동안의 관행이 어땠는지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 총장 측은 이 편지를 일반 우편으로 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유엔에서 쓰는, 본인이 유엔에 있으니까, 유엔에서 쓰는 '행낭'도 이 따로 있을텐데, 왜 굳이 외교부의 외교행낭을 이용했을까요?

[기자]

유엔 사무총장이니까 유엔행낭을 쓰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좀 해석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제가 팩트만 간결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유엔 외교 행낭 쓰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보여드리면, 답이 일정부분 나올 수 있습니다.

유엔은 매우 엄격하게 공적으로만 쓰게 되어 있습니다.

공식적인 서신, 문서, 인쇄물 등 이렇게 명시하고 있고, 무게까지 제한하고 있습니다. 16kg을 넘어서면 안됩니다.

공적인 물품도 포함되어 있고요. 급한 용도의 건강보급품, 처방약, 안경, 보청기 등이 가능하고요.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우편 서비스가 없는 상황은 제한적으로 허용이 됩니다.

이 규정대로라면 반 총장이 자신의 개인 편지를 유엔의 외교 행낭으로 한국에 보내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앵커]

유엔은 굉장히 까다롭게 관리를 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한해동안 외교행낭에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갈텐데 취지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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