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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님비' 아니라는 TK의원들 주장, 살펴보니…

입력 2016-07-14 21:43 수정 2016-07-1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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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3일) 새누리당의 이른바 TK(대구·경북) 의원 21명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단체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TK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에 대해 항의한 건데 기자회견에 나섰던 한 의원은 인터뷰에서 "님비라든지 지역 이기주의 차원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볼 수 있을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릴 것은 오늘 제 앞에 나와 있는 김필규 기자는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끝날 때 따로 인사를 하도록 하죠.

시작해볼까요, 방금 드린 말씀을?

[기자]

네, 님비라는 용어가 어디서 나왔는지부터 짚어보면요, 1987년 미국 뉴욕입니다.

시민들이 버린 수천 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싣고 화물선 모브로호가 무작정 출항했는데, 플로리다, 텍사스 등 다른 주에 돈 주고 팔려고 해도 모두 거절을 했습니다.

심지어 다른 나라로 가서 멕시코, 바하마까지 갔지만 역시 받아주는 곳이 없어 결국 6개월 후 쓰레기를 그대로 싣고 뉴욕으로 돌아옵니다.

이를 두고 '우리 뒷마당에는 안 된다', 'Not In My Back Yard'라고 해서 '님비'라는 말이 혐오시설을 반대하는 부정적 의미로 이때부터 쓰이게 된 거죠.

[앵커]

성명을 낸 TK 의원들은 어떤 면에서 자신들의 행동이 님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겁니까?

[기자]

성명 내용을 보면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정말 유해하지 않다면 다른 곳에 배치해도 되지 않느냐, 청정 지역을 훼손하는 데 대한 보상이 없다는 문제 지적이지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었는데요.

실제 성명에 참여한 의원들 한 명, 한 명 입장이 어떤지 살펴보면 우선 이완영 의원의 경우도 "국가안보차원에서 사드는 배치돼야 한다"는 당초 입장이었지만 7월에는 "인구가 밀집한 칠곡에 배치하면 주거환경과 안전에 피해를 준다"며 자기 지역구 배치엔 반대했습니다.

또 경북 김천이 지역구인 이철우 의원 역시 "군사력 강화 능력을 갖는 것은 국가안보상 사드배치엔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대구·경북에 신공항은 안 주고 사드만 주니 민심이 격앙돼 있다"며 TK지역 배치를 반대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의원 역시 대구·경북 지역 배치에 대해 본인이 한민국 국방부 장관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대부분 '기본적으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TK 지역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무리 들어도 님비인데요? 하여간 다 비슷한 얘기들을 일관되게 해온건 맞죠?

[기자]

그렇습니다. 과연 이런 대응이 님비인지 아닌지, 우선 전문가들에게 들어봤습니다.

[전형준 연구교수/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것이 바로 님비의 정의인데. 정의상에 딱 들어맞는 게 될 수 있는 건데요.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고 봐야겠죠, 사실은. 얼핏 보기엔 굉장히 모순되고 황당한 방식의 표현이 고육지책 차원에서 나오기도 하고.]

물론 과거 혐오시설 선정 때와 달리 이번엔 외교 문제가 걸려 있어 이례적으로 진행 속도가 빨랐다, 그래서 주민들 입장에선 충격과 불만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정치인 입장에서 '우리 동네만 안 오면 된다'는 이야기는 정치인들이 사회적 책임을 잊고 자기 이해관계만 따진 발언"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었습니다.

[앵커]

사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아무 정보 제공도 없고 설득도 없이 갑자기 발표가 났으니 굉장히 황당할 것 같고, 지금도 촛불 시위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을 보면 지역구 정치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더 당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또 태도가 상당히 달라진 게 바로 이 부분인데, 지난 총선을 앞두고 나왔던 발언, 들어보시죠.

[최경환 의원/새누리당 (1월 30일) : 그런데 지난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대구·경북 의원들 뭐했냐 이거예요. 도와주기는커녕 뒷다리를 걸거나, 뒤에서 비아냥거리거나, 그거 말고 한 일이 어디 있냐 이거예요. 이래서 대통령이 하도 답답해서. 여당만이라도 특히 대구·경북만이라도 도와줘야 할 거 아닙니까?]

[앵커]

잘 봤습니다. 이 장면은 가끔씩 보게 되네요. 대구에서 유승민 후보 출마를 놓고 이른바 '배신의 정치' 논란이 됐을 때, 최경환 의원이 이른바 '진박' 후보들 지원 나가서 했던 이야기였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제와 보면 정말 대통령이 답답할 때 뒷다리 거는 이가 누군지 헷갈리는 상황이 됐는데요. 모든 TK 의원들이 이번 성명과 같은 입장인 건 아닙니다.

더민주의 김부겸 의원의 경우 애초부터 사드 배치 자체에 반대하면서 TK 지역 배치도 반대한다는 입장이었고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당초 '사드 배치엔 찬성, 지역구 배치엔 반대'였지만 오히려 결정이 난 뒤 "필요하다면 어느 지역이든 수용해야 한다"면서 이번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또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고, 사드 배치 결정 자체가 옳았느냐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례별로 보면 어느 경우가 정치인의 님비이고 어느 게 아닌지 확실히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김필규 기자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팩트체크를 떠납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많이 아시겠습니다만, 연수차 떠나게 돼서 그만두게 되는데 잠깐 인사를 드려야 되는 것 아닐까요?

[기자]

오늘까지 346회의 팩트체크를 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과 격려 덕분에 300회 이상 가능했고요. 그런데 팩트체크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저희 팀이 만들어 왔습니다. 제 후임을 중심으로 해서 더 최선을 다해서 다음 주부터 더 날카로운 팩트체크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후임은 다음 주 월요일에 발표를 해드리는 걸로 하죠. 그래서 이제 미국으로 가잖아요? 언제 옵니까?

[기자]

내년 이맘때 오게 됩니다.

[앵커]

내년 7월에… 더 드릴 말씀은 없고,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좋겠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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