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방금 리포트에서 보신대로 주말에 큰 소란이 있었습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단통법이 생기면서 소비자들은 휴대전화 가격이 올라 불만이 컸죠. 그래도 이 법만 있으면 남들보다 정보가 늦어서 손해 보거나, 싸게 사려고 밤새 줄 서는 일 없을 거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는데요, 그게 한 번에 무너진 겁니다. 경제산업부 성화선 기자와 함께,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성화선 기자, 우선 궁금한 게, 새벽 시간이었다는데 어떻게 알고 했을까요?
[기자]
주로 인터넷과 휴대폰 단체 채팅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특히 암호를 해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ㄷㄷㅁ'은 어딜까요? 동대문입니다.
이런 식의 암호로 정보가 공유되는데, 그러다 보니 소수의 사람만이 정보를 알고 휴대폰을 싸게 살 것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제값을 주고 이른바 호갱이 되는 겁니다.
[앵커]
호갱, 풀이를 보니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쉬운 손님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그런데 왜 하필 아이폰6였나요?
[기자]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아이폰6 모델은 용량별로 3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용량이 가장 적은 모델 같은 경우 인기가 좀 없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보조금이 쏠렸는데요. 재고를 빨리 털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오고요.
또 하나는, 예전에는 아이폰을 SKT와 KT에서만 취급했는데 이제 3사가 모두 팔게 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앵커]
어떤 방식으로 신제품 값이 그렇게 싸진 건가요?
[기자]
그 구조를 한 번 보시겠습니다.
이통사에서는 판매점에 판매 장려금이라는 것을 줍니다.
평소에는 아이폰 한 대에 10만~20만 원 수준이지만, 이번 대란의 경우 최고 70만 원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그 원리를 좀 더 살펴보면, 판매 장려금 70만 원이 지급됐는데, 판매점에서 이 중 20만 원만 갖고, 50만 원을 소비자에게 주는 겁니다. 사실 이거는 불법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게 되면, 50만 원 보조금 받고 합법 보조금 20만 원을 받으면 아이폰6 출고가가 78만 9800원이지만 실질적으로 파는 가격은 10만 원이 안 되는 겁니다.
[앵커]
사전에 조짐이 좀 있었다면서요?
[기자]
예, 원래 주말에는 예약만 받고 개통이 안 됐습니다.
그런데 3년 만에 처음으로 주말에도 개통된다는 메시지가 지난 금요일 판매점에 전달됐다고 합니다. 판매점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죠.
[판매점 관계자 : 갑자기 (지난) 금요일 날 '토요일, 일요일에 전산이 켜집니다. 개통 업무를 하니 많이 팔 준비를 하라'는 문구가 오고. 음성적으로 보조금을 살포하는 주된 원인은 이통사들이 자꾸 푸시를 하는 거죠.]
[앵커]
인터뷰하신 분은 "원인은 이통사"라고 얘기하네요?
[기자]
앞서 보신 것처럼, 대란이 일어나는 구조를 보면 첫 출발은 결국 이통사에서 흘러나온 판매장려금이기 때문입니다.
10만~20만 원이던 걸 이통사들이 60~70만 원까지 올린 게 출발인 것이죠.
그래서 이통사가 '대란'을 부추겼거나, 적어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란이 일어나기 하루 전에 이통3사가 합의한 내용이 있었잖아요? 주말에 안 하던 개통 업무를 이번 주에는 하자라든지…그런 측면에서는 좀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박희정 사무총장/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 판매점들이 소비자한테 (불법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고 거기에 대한 법적 처벌은 판매상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악용해서 (이통사들이) 장려금을 폭등시키는 거죠.]
[앵커]
이렇게 되면 결국 피해는 누구냐, 이통사는 별로 안 볼 가능성도 있잖아요?
[기자]
제값을 주고 산 소비자가 가장 큰 피해자겠죠.
특히 아이폰6 같은 경우 새벽에 줄을 서서 제값 주고 산 소비자들이 많거든요.
그렇다고 판매점들이 다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이익은 일부 판매점만 챙겼고, 나머지 중소업체들은 망연자실한 상태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또 대란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휴대폰을 바꾸지 않고 기다릴 겁니다.
그러니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요.
더 큰 문제는 아이폰6의 경우 예약을 받았는데요, 예약한 사람들이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울고 있는 소비자와 유통업자들이 많습니다.
[앵커]
지금의 유통구조는 이통사가 판매 장려금을 통해 언제든지 대란을 만들 수 있다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단통법이 무너지는 거죠.
소비자들은 '자칫하면 호갱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 이게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알겠습니다. 성화선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