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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여전한 호통에 졸기까지…국정감사 '요지경'

입력 2013-10-20 13:01 수정 2013-10-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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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마다 이맘 때면 국정감사가 열리면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데요. 성과도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구태도 여전합니다. 심지어 국정감사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인데요.

국정감사의 이면을 임진택, 김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배영호/배상면주가 대표 : 예. 원안에 (합의서대로 이해하시겠다 그 말씀이죠?) 예. (잘못을 시인하시고.) 예, 하여튼.]

올해 국정감사에선 기업인들의 수난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하루 동안 재계 수장 19명이 떼로 불려 나온 지난 15일.

하지만 대부분 짤막한 답변을 하곤 돌아갔습니다.

[민병두/국회의원 (민주당) : (한성 인베스트먼트와 한성 자동차) 같은 회사 아니예요?]

[임준성/한성인베스트먼트 대표 : 저희 회사는 자동차 수입과는 관련 없습니다.]

[민병두/국회의원(민주당) : 총괄적으로 질의할테니까 답변 받고 끝낼게요.]

계열사 대표의 발언이 불성실하다며 즉석에서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경우도 있습니다.

[허인철/이마트 대표 : 제가 맡고 있는 회사는 SSM사업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강창일/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 지금 전혀 관계없다고 하니까 증인을 내보내도 되겠습니까. 정용진 회장을 불러야 될 것 같은데.]

[이진복/국회의원 (새누리당) : 그룹사니까 그룹 회장이 와야하는 것 맞아요. 이 부분은.]

이런 저런 훈계를 하는 모습도 흔한 광경.

[안덕수/국회의원 (새누리당) : 이런 데 나오셔서 증인으로 회사를 밖에 홍보할 수 있는 겁니다.]

기업체가 답변을 주저하면 정부를 압박합니다.

[이상일/국회의원 (새누리당) : 단말기 원가를 공개하실 의향은 있습니까?]

[백남육/삼성전자 부사장 : 영업 비밀 보호 때문에 공개하기가 어렵습니다.]

[유성엽/국회의원 (민주당) : 그러니까 통신 원가를 아셔야 그 자료가 있어야 요금이 적정 수준인지를….]

제조사들은 난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자통신 업계 관계자 : IT시장 경쟁이 심한데 '너네들 비밀을 내 놔라', '무기를 까발려 봐라'… 말도 안 되는 어려운 일이죠.]

대부분 질의 시간이 답변 시간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이 말할 땐 대놓고 조는 경우도 곳곳에서 보입니다.

자기 말만 하는 보여주기식 국감. 일부에선 무용론까지 나옵니다.

[신율/명지대 교수 : 실질적으로 전문성 부족입니다. 핵심을 못 짚는 거죠. 일단은 대충 불러놓고. 사실 질문이 좋아야지 답변이 좋거든요.]

증인석이 괴롭긴 노조 간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규한/쌍용차 노조위원장 : 의원님들 많이 도와주시고… 저희들 그만 불러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이 자리를 빌어 말씀을 드립니다.]

+++

[앵커]

네, 보신 것처럼 국감 현장에선 구태가 여전한데요. 잠시 취재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임진택 기자,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겁니까.

[기자]

네. 저런 행동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당내에서 공격수, 저격수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판단이고, 또 하나는 저런 튀는 행동들이 국민들에게도 어필을 한다고, 그래서 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국감장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또 다른 백태가 벌어진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관련 내용 보시죠.

+++

국감장 밖에서도 전투는 계속됩니다.

모니터에 집중된 수많은 시선들. 바로 감사를 받는 기관의 직원들입니다.

국감 준비에 골병이 든다고 말합니다.

계속된 밤샘 문서 작업.

앉은 채로 쪽잠을 자기도 하고 기진맥진한 채 소파에 반쯤 누운 경우도 있습니다.

산더미 같은 요청 자료에 대한 불만을 넋두리처럼 풀어냅니다.

[국감 대상기관 직원 : 저걸 책으로 꼭 만들어야 하는지. 이 전자시대에….]

국회 복도에서 빵으로 식사를 때우기 일쑤입니다.

국감장 밖에서는 의원 보좌진들에게 수모를 당하기도 합니다.

한 부처 직원은 꼼짝 못하고 추궁을 받습니다.

[의원 보좌관 : 박스 하나라도 보셨어요? 박스에 이렇게 돼 있잖아요.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확인하고 보고하시고.]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금융감독원.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사무실은 환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직원 : 지금 현안들이 많아서 더 남아계신 분도 있고….]

올해 첫 국감을 맞는 세종시도 예외가 아닙니다.

부처 직원들은 서류 가방이며 음료수 등을 챙겨 바쁜 걸음을 재촉합니다.

일부 직원은 굳이 세종시까지 의원들이 내려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국감 대상기관 직원 : 화상회의 시스템이 돼 있는데 굳이 내려오는지 모르겠어요. 맛이 안나잖아요. 페이스 투 페이스(대면)를 해야 자기한테 깨갱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러지.]

이럴 때를 위해 16억원을 들여 갖춘 최첨단 화상 회의실은 텅 비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질의가 끝나자 자리를 뜨는 의원들.

반면, 세종시 부처 직원들은 늦은 밤까지 국감장을 떠나지 못합니다.

의원 보좌진들은 국감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는데 마치 갑의 위치에서 횡포를 부리는 것처럼 매도 당하는 건 억울하다고 하소연합니다.

여기 저기 서류가 쌓인 의원실.

회의실에선 내일 국감을 위한 작전회의가 열립니다.

[10명을 확인하고 여기에 연락처를 확인해야 돼. 연락처를….]

새벽 2시가 넘어가면 피곤이 몰려 옵니다.

[김창현/국회의원 비서관 : 그냥 의자 뒤로 젖혀놓고 자는 거죠. 마땅히 잘 데는 없어요.]

회의실 의자에서 쪽잠을 자는 보좌진들.

[김현승/국회의원 비서 : 의원실에서 거의 졸고, 일어나서 질의서 작성하고….]

한 초선 의원실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해봤습니다.

자정이 넘었지만 서류 작업은 계속되고, 새벽 4시가 돼서야 마지막 보좌진이 일을 마치고 불을 끕니다.

그리고 불과 3시간 뒤, 의원실은 다시 당일 국감 준비로 분주하게 돌아갑니다.

[박철우/국회의원 비서관 :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좋은데 그게 안 되는 게 가장 힘들죠. (그걸 못 찾으면?) 거의 죽음이죠.]

+++

[앵커]

임 기자, 국감을 저렇게 벼락치기로 하면 하는 쪽이나 받는 쪽 서로 피곤한 거 아닌가요?

[기자]

네, 국정감사 기간은 3주입니다. 주말을 빼면 15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피감 기관이 670곳에 달합니다. 제대로 된 감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죠.

그래서 상시 감사를 하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앵커]

정책적 논의보다는 정치적 공방에 빠지게 되는 것도 그런 벼락치기 국감 아닐까 싶네요.

[기자]

맞습니다. 구조적으로 정쟁, 정치 공방으로 갈 유인이 있는 거죠.

그런 내용들 좀 더 보시겠습니다.

+++

[최경환/새누리당 원내대표 :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할 것을 약속하는 대국민 선언을….]

[전병헌/민주당 원내대표 : 진정성이 담겨있는 제안이기를… 기대를 갖고 협의에 나서도록….]

국정감사 첫날. 여야는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말뿐이었습니다.

고성이 오갑니다.

위원장이 의원들에게 자제를 부탁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급기야 삿대질까지 나오고, 국감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됩니다.

올해도 의원들의 고압적인 태도가 이어집니다.

[정청래/민주당 국회의원 : 지금 말 장난하는 거예요? 부임할 때부터 시작해서 답변 태도가 너무 오만 불손해요.]

증인에게 대놓고 호통을 칩니다.

[김현/민주당 국회의원 : 아는 게 뭡니까. 지금 경찰청장은? 아는 게 뭔데 이 자리에 앉아 계십니까?]

[이성한/경찰청장 : 당시로서는 수사 팀장….]

인내심이 서서히 한계에 이릅니다.

품위와 상식이 사라진 국정감사를 보는 전문가들의 마음도 답답합니다.

[김삼수/경실련 정치입법팀장 : 여기서 정국 주도권 잡아서 내년 지방선거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황태순/정치평론가 : 20일 정도 한시적으로 국정 감사를 하는 것이 과연 견제와 감시, 감독이라는 근본 취지에 맞는지….]

해마다 10월이면 반복되는 국감 백태.

정부의 잘못을 따지는 자리지만, 오히려 정치권의 허물이 더 커 보입니다.

+++

[앵커]

네. 소모적인 국감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임진택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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