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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취업난의 그늘…썰렁해진 대학 졸업식

입력 2016-02-24 22:04 수정 2022-07-0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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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대학가는 졸업 시즌입니다. 온 가족이 모이고 사람들로 북적이고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이런 졸업식을 떠올리셨다면 요즘 졸업식 풍경에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졸업식 풍경을 밀착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학위증을 받아 든 졸업생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묻어납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온 할머니는 손자가 마냥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때 그 시절 대학 졸업식은 온 가족이 모이는 잔칫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2016년 대학 졸업식의 풍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졸업식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의 한 대학 앞에 나와 있는데요. 직접 들어가서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한 재학생이 손팻말을 들고 졸업생들을 찾아다닙니다.

[선배님들, 오늘 저희 모여서 사진 한 번 찍어요.]

[대학 재학생 : (힘들게 소리치는데 선배들이 잘 안 모이네요?) 네. 그래서 마음이 좀 아파요. 취업난인데 선배들이 졸업하실 때 무거운 마음으로 졸업하실까 봐 마음이 굉장히 아파요.]

학위수여식이 열리는 강당에는 빈자리가 곳곳에 눈에 띕니다.

상당수가 학교를 아예 찾지 않거나 졸업장만 받아가기 때문입니다.

[김민규/대학 졸업생 : 제 친구도 오늘 온다고 했다가 안 왔는데 그냥 딱히 졸업식에서 하는 것도 없고 학위증만 받는 거라 귀찮아서 안 오는 거 같아요.]

'졸업이 제일 쉬웠어요. 8년밖에 안 걸렸어요'
'행복 끝, 고생 시작'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에는 장난스러운 문구 속에 학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졸업을 하는 학생들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예진/대학 졸업생 : 백수가 된다는 게 조금 마음 아프기는 한데 그래도 더 자극이 많이 될 것 같아서 시원섭섭한 마음이 큽니다.]

취업을 한 졸업생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김민주/대학 졸업생 : 많이 못 오는 거 같아요. 졸업식에요. 사진 찍다가 그 친구만 없을 때가 보이니까요. 안타까운 거밖에 없는 거 같아요.]

졸업식장을 찾은 부모들도 걱정은 비슷합니다.

[송정주/졸업생 학부모 : 무사히 잘 졸업하고 군대도 잘 갔다 오고 좋습니다. 아직 취직을 못 해서 취직을 좀 빨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수도권의 또 다른 대학 졸업식장,

학위수여식 시작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자리가 상당수 비어 있습니다.

졸업생이 줄면서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와 꽃을 파는 상인들도 울상입니다.

[꽃 노점 상인 : 20년 넘게 (장사를) 했습니다. 졸업생보다 꽃 장사가 더 많아. 그래서 (요즘에는) 꽃이 잘 안 팔려요.]

후배들의 축하 헹가래를 받은 졸업생도 마음은 취업 걱정으로 가득합니다.

[김대용/대학 졸업생 : 최종 면접이 남아있는데 만약 이번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급여랑 직무와 위치에 상관없이 좀 많이 여기저기 (입사원서를) 넣어야 될 것 같습니다.]

대학 도서관 안입니다. 지금 바깥에서는 졸업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요. 도서관 안은 적막만 감돌고 있습니다. 열람실 안으로 잠깐 들어가 보겠습니다.

방학 중인데도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위해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외국어능력시험부터 각종 자격증 취득까지 취업에 대비해 챙겨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장지영/대학 재학생 : 졸업식 갔다가 선배들 보고 돌아오는 길이에요. 방학 중에도 매일 도서관 나와서 12시간 정도 공부하고 집에 들어가고 했어요.]

이렇게 졸업식이 모두 끝났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 기쁜 날 마땅히 축하받아야 할 주인공들은 자리에 많지 않았습니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익숙해져 버린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자화상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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