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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취업난이 바꾼 풍경…대학 졸업식 가보니

입력 2016-02-23 20:12 수정 2016-03-0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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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지영의 현장에서 순서입니다. 강지영 아나운서가 졸업시즌을 맞아 대학 졸업식을 다녀왔죠?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기자]

요즘 취업 연애, 결혼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삼포세대를 넘어 엔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죠. 인문학의 90%는 논다는 인구론을 비롯해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말하는 취업깡패 등 취업난에 대한 신조어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요즘 졸업식 풍경을 바꿨다고 하는데요, 그 현장 가봤습니다.

< 서울시립대학교 학위수여식 >

벌써 한해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학생들은 학업을 마무리하는, 어쩌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분이 들 것 같은데요. 그래서 대학생으로서의 마지막 날이자 사회인으로 출발하는 첫날, 대학교 졸업식 현장에 나왔습니다.

"헹가래를 치며 즐거워하는 졸업생들"

[이주진/건축학과 졸업생 : (졸업하시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조금 시원섭섭해요. 요즘 건축 쪽 경기 자체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취업해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새로 뽑는 인원이 적어요.]

[김정수/건축학과 졸업생 : (취업을 아직 못 했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래도 낙관적으로 생각해요. 어차피 될 거라서, 저는 될 몸이에요. 저는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어요. 일단은 막막하겠죠. 당장 어디 갈 데가 없으니까. 근데 준비하는 기간이라 생각하면…]

[손빙산/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졸업생 : (친구들은 졸업식에 많이 참석했나요?) 같이 와서 사진 찍기는 했는데, 졸업은 안 하고. 보통 (졸업을) 유예하고… 그렇죠.]

[김지광/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졸업생 : 여기 졸업식에 온 사람은 취업을 한 사람들이 오지 않았을까요? 졸업을 유예하거나 보통 그러니까.]

[김소희/국제관계학과 졸업생 : 저희 학과는 35명이 졸업을 했는데, 취업을 못 한 친구들은 거의 오늘 참석을 못 했어요. 다들 많이 참석을 안 한 편이었어요. 절반 이상도 취업이 안 된 상태니까. 이 와중에도 저기(도서관)에서 (친구들은 공부하고 있어요)]

< 중앙도서관 >

인터뷰를 했던 한 학생의 말에 따르면, 많은 친구들이 졸업식날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졸업식날에 도서관에서 4학년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사실일까요?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제법 차 있는 도서관 열람실"

[(혹시 몇 학년이세요?) 4학년이요. (졸업식에도 불구하고 공부하고 있는 건지?) 졸업식에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데 졸업식이 온 거죠. ((취업 준비로) 졸업을 유예하는 친구들이 많나요?) 그렇죠. 아무래도.]

[(혹시 죄송한데 몇 학년이세요?) 4학년이요. 기사시험 때문에 도서관에 있어요. 저희는 아직 해야 할 것이 있으니까.]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졸업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조금은 우울하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졸업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꽃을 파는 상인들도, 사진을 찍어주는 기사님들의 표정도 조금은 어두워 보였습니다.

[(여기서 얼마나 꽃을 파셨어요?) 한 20년 됐지. (해마다 졸업식 상황이 어때요?) 매년 다르지만, (요즘은) 안 와. 취업이 안 되니 학생들이 안 와.]

[(오늘 몇 명 정도 사진을 찍으셨어요?) 오늘 못 찍었어요. 많이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안 찍어요. 안 찍어.]

[김연순/노점 꽃다발 상인 : 안 팔려요, 이제. 옛날하고 달라요. 학생도 줄었지만, 워낙 (졸업식 분위기가) IMF보다 더 안 좋아서]

1월 기준 청년실업률 9.5%. 16년 만에 최고치라고 합니다.

"그동안 수고했어 졸업을 축하해" 이런 말들만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취업은 했니? 졸업은 언제 할 거니?" 이런 말들이 우리 청년들을 졸업유예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앵커]

제가 졸업했을 때, 취업도 하고 애인이 있으면 금메달, 취업만 하면 은메달, 애인만 있으면 동메달, 그리고 아무것도 없으면 목메달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그때는 목메달이어도 졸업식에는 다들 오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많이 다르네요. '졸업식인데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데 졸업식이 왔다'는 한 학생의 말이 요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정치권의 몫이겠죠. 분발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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