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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만 알면 누구나 딴다? 너무 쉬운 '총기 소지 면허'

입력 2015-03-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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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냥용 엽총으로 사람을 쏴서 살해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총기 소지자들에 대해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실제로 총기를 살 수 있는 면허는 한글만 알면 다 딸 수 있을 정도였고요. 간단한 동영상 하나만 보면 총기를 소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관리 감독도 허술 그 자체였는데요.

탐사플러스에서 집중 취재했습니다. 김태영, 심수미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2012년 수렵면허를 취득한 피의자 전모 씨는 이듬해 엽총을 샀습니다.

그리고 그 엽총을 갖고 3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70대 노인인 전 씨가 엽총을 사는 과정은 그리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총기안전국가로 알려진 우리나라에서 총기를 손에 쥐는 게 얼마나 쉬운지 취재해봤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한 총포사입니다.

엽총을 비롯해 각종 총기와 장구류가 가득합니다.

엽총을 살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총포사 업주 : 총기 면허를 합격해야 되니까, 국가고시나 다름없어,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사냥을 할 수 있는 면허만 취득하면 총기를 살 수 있는 겁니다.

어렵지 않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총포사 업주 : 운전면허보다 쉽다고 봐야지. 운전면허 실기까지 굉장히 어렵잖아. 이건 실기는 잘 쏘든 못 쏘든 총은 이렇게 쏜다 확인하고 내려오면 되고….]

실제로 쉬운지 살펴봤습니다.

환경부가 공개한 수렵면허 문제은행입니다.

실제 시험문제도 여기에서 출제됩니다.

사실상 시험문제를 사전에 공개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과목마다 40점 이상에, 평균 60점만 넘기면 합격입니다.

[엽총 소지자 : 한글만 깨우치면 어느 정도 다 딸 수 있습니다. 예상문제지를 다 외우면 그중에서 문제를 내기 때문에…]

별도의 인성이나 적성을 평가하는 절차도 없습니다.

수렵면허를 취득한 이후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더 쉽습니다.

시력과 소변 등 신체검사를 한 뒤 1시간짜리 동영상만 시청하면 됩니다.

경찰이 제공한 교육영상입니다.

주로 안전 수칙에 관한 내용입니다.

[경찰 관계자 : '이번에는 범죄 예방 교육입니다' 이렇게 해서 교육을 하는 경우는 없고요.]

총포 소지 허가증은 짧게는 하루만에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100만~300만원 정도만 주면 성능이 좋은 총기를 살 수 있습니다.

[총포사 업주 : 쏘면 어떻게 되나, 죽지. 짐승을 잡는 건데…]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생각한 뒤 일정만 맞아떨어지면 수렵면허에 총기 구매까지 일주일 안에도 가능합니다.

면허를 내준 이후에는 어떨까.

관리 감독이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5년에 한 차례 서류만 제출하면 면허 갱신이 가능합니다.

최근 잇따른 총기 사고로 정부가 갱신 주기를 3년으로 줄이고 4시간의 교육을 받도록 개선할 예정이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김철훈 부회장/야생생물관리협회 : 꼭 필요한 소양을 완벽하게 가르치기에는 짧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몇 시간 교육 시켜서 인성을 교화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합법적으로 총기를 손에 넣기 쉽다보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범죄에 악용할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경찰에 등록된 총기만 16만 정이 넘습니다.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심수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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