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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낫다" vs "있어야"…'거리 쓰레기통' 줄다리기

입력 2016-04-0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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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거리를 지다가다 쓰레기를 좀 버리고 싶은데 쓰레기통을 찾기 어려운 경우, 많습니다. 그러면 그냥 버리기도 하고 그래서 자체들 사이에는 쓰레기통은 있어야 한다는 쪽도 있고요. 반면에 쓰레기통이 있으면 무단 투기가 더 많아진다는 쪽도 있는데요.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이곳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도로 앞입니다.

지금 제 옆에 있는 이 쓰레기통,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쓰레기통인데요.

사실 이건 서초구에 하나 밖에 남지 않은 공용 쓰레기통입니다.

서초구에서 쓰레기통이 사라지게 된 건 쓰레기통이 없는 게 더 낫다는 구청의 철학 때문입니다.

쓰레기통이 오히려 무단투기를 조장한다는 겁니다.

서초구와 강남구를 가로지르는 강남대로의 서초구 관할에선 쓰레기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초구청 환경미화원 : (쓰레기통 없는 게) 더 편하죠. 쓰레기통이 있으면 집에서 출근하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갖다 넣고요. 그렇게 많이 버려.]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은 강남구 관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맞은 편 서초구 관내에 비해서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인데요.

강남구는 이렇게 거리 곳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해 두는 게 쓰레기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입니다.

[강남구청 환경미화원 : 지금 이게 (쓰레기통이) 있으니까 깨끗한 편이잖아. 안 그러면 여기 X판이야. 쓰레기통 없으면 버릴 데가 없잖아요.]

강북 지역도 지자체별로 상황이 다릅니다.

곳곳에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는 홍대 인근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깨끗한 편이지만 무단투기 문제가 심각합니다.

쓰레기통 앞쪽에 재활용품만 버리라고 써 있는데요.

실제로 안에 어떤 쓰레기가 버려져있는지 직접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먼저 못 쓰게 된 구두가 눈에 띄고요. 이쪽에는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있습니다.

여기에는 아예 비닐봉지 채 이렇게 버려져있는데 안에는 휴지, 과자봉지 같이 가정집에서 나온 것 같은 생활쓰레기가 들어있습니다.

반면 종로구의 경우 먹자골목에서도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거리 곳곳에 각종 쓰레기가 쌓여있습니다.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버립니다.

[(방금 왜 꽁초를 바닥에 버리셨나요?) 쓰레기통이 하나 보이면 '저기 가서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종로 이화마을, 마을 초입에서 상점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얼마 전 구청으로부터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상인이 내놓은 종이 상자 안에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버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해당 상인 : 외국 사람들 많이 와요. 홍콩이니 일본이니 오는데 (쓰레기통을) 하나도 안 해놔. 관광객이 버렸는데 왜 내가 16만 원을 내느냐고 (항의했죠.)]

주요 명소까지 쓰레기통이 없어서 관광객들의 불편도 큽니다.

[알렉산드라 샤샤/벨라루스 관광객 : 쓰레기통이 거리에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쓰레기 버릴 곳이 없어서 쓰레기를 그냥 들고 다닐 때가 있거든요.]

자치구별로 입장이 분분하다보니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

서울시는 '최소한 주요 번화가나 관광지에는 쓰레기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구본상 과장/서울시청 생활환경과 : 관광객이나 유동인구의 수요에 맞춰서 쓰레기통을 많이 늘리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고 보고 자치구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쓰레기통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쓰레기를 줄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우리의 시민의식입니다.

쓰레기통 하나 설치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양심이 거리를 더 깨끗하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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