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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추, 금배추'라는데 산지농민은 "하늘이 원망스러워"

입력 2017-08-22 15:47

잦은 비 등 불량한 날씨 탓에 생산량↓ 상품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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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비 등 불량한 날씨 탓에 생산량↓ 상품가치↓

"지난 폭우에 상추밭이 온데간데없이 없어져 버렸어요. 비닐하우스 안 상추도 햇빛을 보지 못해 상태가 좋지 않아요."

올여름 폭염과 가뭄에 최근에는 폭우까지 이어지면서 상추와 고랭지 배추 등과 같은 채소 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22일 오전 충남 논산시 양촌면 한 비닐하우스 안.

이른 아침부터 상추 수확이 한창이다.

농민들은 상추 한 장 한 장에 상처가 날까 조심스럽게 따서 연신 상자에 담아냈다.

다가가 말을 걸어보지만 돌아오는 말은 비닐하우스 안의 뜨거운 열기 같은 짜증이 묻어났다.

"상춧값이 올랐다고 해도 농민들이 손에 쥐는 돈은 작년보다 훨씬 줄었어. 흐린 날이 잦다 보니, 상추가 제대로 크지 않았어. 무게가 나갈 리 없잖아요."

상추는 보통 4㎏들이 상자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되는데, 작황이 좋지 않다 보니 한 상자에 들어가는 상추 양이 지난해보다 두 배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일조량 감소로 상추가 제대로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같은 양의 상추를 땄다고 하더라도 막상 상자에 담으면 무게가 나가지 않아 팔 수 있는 상추 상자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흐린 날씨로 판매가 가능한 상추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 농민 입장에서는 손해가 막심하다.

비닐하우스 인근 노지 상추밭은 폭탄을 맞은 듯 군데군데 패여 있다.

지난달 하순 내린 폭우로 상추밭이 쓸려 내려간 것이다.

폭우에 쓸려가지 않은 상추도 짓무르거나 썩어 판매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부산 강서구 일대 상추밭에서도 짓무른 상추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농민 백남규씨는 "폭염 탓에 시들했던 작물들이 비가 갑자기 내리며 기온이 떨어져 제대로 크지 않았다"며 "꽃대가 올라오고 웃자라 상품가치가 떨어진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래서 출하량도 크게 줄었다.

공급이 줄어드니 도매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평년보다 1.5배가량 올랐다.

보통 삼겹살을 싸 먹는 꽃상추 4㎏을 1만원에 농산물시장에 넘겼는데 올해는 1만5천원이다.

백씨는 "가격이 오르면 농민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상추 농가 10곳 중 2곳 정도만 납품 가능한 상추가 있다"며 "흐린 날씨 때문에 올해 상추 농사는 모두 망쳤다"고 말했다.

고랭지 배추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름 배추 주산지인 강원 태백지역은 요즘 배추 출하가 한창이다.

상사미, 매봉산, 귀네미골 등 해발 650m에서 해발 1천300m에 이르는 고랭지 배추밭이 920㏊에 이른다.

이정만 태백 매봉산 영농회장은 "값은 지난해보다 40% 오른 3포기 상품 한 망에 1만5천원 수준"이라면서도 "비가 많이 와서 작황은 매우 좋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배추가 광합성을 하지 못해 크지 못했다"며 "잦은 비로 속까지 흐물흐물 무르는 등 상품가치를 상실한 배추가 밭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태백지역은 이달 들어 17일 동안 비가 내렸다.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14일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빗방울이 떨어졌다.

태백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일조량 부족으로 고랭지 배추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며 "평년에는 1천㎡에서 5t 트럭 10대 분량을 생산했지만, 올해는 3∼5대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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