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청와대로 간 '찌라시'…정치권도 쥐락펴락

입력 2014-12-02 21:3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먼저 앵커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오늘(2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는 '찌라시'입니다.

일본어입니다. 본래 광고 전단지란 뜻이고 일본에선 삐라와 혼용해 쓰이기도 한답니다.

우리나라에선 좀 다른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죠.

우리는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을 모은 증권가 정보지'를 찌라시라 칭합니다.

연예인이나 기업인 등 유명인사들을 둘러싼 각종 풍문들이 이 찌라시의 단골메뉴입니다.

80년대 중후반. 찌라시가 주가를 흔들기도 했던 전성기 땐 한밤중에 비밀스레 팩스로 유통됐고 연 구독료 2천만 원짜리 문건도 있었다 하니 위력 또한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맞아도 그만, 틀려도 그만인 소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요즘은 주로 SNS를 통해 유통되고 있더군요.

문제는 이 찌라시가 활동무대를 청와대까지 넓혀 정치권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하다"

청와대 대변인 공식 브리핑에서 '찌라시'라는 비속어가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지난 2012년 대선판을 뒤흔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논란도 결국 찌라시로 마무리됐죠.

[김무성 의원/지난해 11월 14일 : 찌라시 형태로 '대화록 중의 일부다' 하는 그러한 문건이 들어왔습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증권가 찌라시'에서 봤다고 말한 김무성 현 새누리당 대표는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점잖지 못한 단어 '찌라시'

정치권이 '사설정보지' 혹은 '전단' 같은 다른 표현을 두고 유독 찌라시라는 표현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에는 미확인 비행물체, 즉 UFO가 처음으로 떨어졌고 사람들은 거기서 나온 외계인을 미국정부가 감추고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그 유명한 음모이론의 탄생이었습니다.

음모이론과 찌라시는 닮아있습니다. 그 내용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정윤회 문건의 경우도 그것이 음모에 의해 찌라시가 되는 순간 그 누구도 그것을 증명할 수도, 증명할 필요도 없어지는 셈입니다.

로스웰에 UFO가 떨어진 지, 혹은 떨어졌다고 믿게 된 지 50주년이 되는 1997년 7월에 저는 바로 그 로스웰에서 UFO 신봉자들을 취재 중이었습니다.

바로 그날 미 국무성은 미국 정부가 외계인을 감추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성명을 내놓았지요.

그리고 마지막엔 이런 문구를 하나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실컷 설명해도 당신들은 전혀 믿지 않겠지만…"

음모론이든 찌라시든 그것이 갖는 공통점은 그것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데에도 있지만, 동시에 불신감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는 데에도 있지 않을까요?

관련기사

'실세 논란' 정윤회 입 열다…"내 모든 것을 수사하라" 정윤회 "하나라도 잘못 있으면 감방 갈 것" 의혹 부인 박 대통령, 청와대 문건유출 국기문란 규정…'정윤회 논란' 정면돌파 시도 청와대, '정윤회 국정개입 보도' 세계일보 고소장 제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문…청와대 "법적 대응"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