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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벌집? 불법 '방 쪼개기' 실태…화재 취약 우려

입력 2016-07-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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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9일) 밀착카메라는 등록은 한 가구로 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구가 사는 불법 방쪼개기 그 실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집을 구하기 힘든 대학생들이 또 요즘 이런 곳을 많이 찾는 다고 하는데요, 불법이라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불이 났을 때입니다.

박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학교 앞입니다.

인근 주택가에는 주로 이 학교의 재학생들이 살고 있습니다.

해당 다세대 주택의 건축물 대장을 떼 봤더니 보시는 것처럼 8세대가 살고 있다고 등록돼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우편함도 모두 8개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요. 301-1호, 2호, 3호라고 적혀 있고요. 4층도 401-1호, 2호, 3호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안쪽에 들어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건물 내부에 들어가니 층마다 현관문이 두 개씩 있습니다.

401호의 현관문을 열어봤더니 신발장이 보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 개의 방문이 이렇게 보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402호의 현관문을 열어봤더니 이곳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1호와 2호로 나눠져 있는 방문이 보입니다.

이 문을 열어봤더니요. 그제야 싱크대와 침대가 있는 원룸이 보입니다.

방 하나를 두세 개로 쪼갠 일명 '방 쪼개기'입니다.

배달원은 이런 건물이 익숙한 듯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세입자에게 주문한 음식을 건넵니다.

[음식 배달원 : 처음에 401호인지 알고 그냥 들어갔는데, 다시 1호라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현관문이) 있는 걸 아니까.]

이 일대에서 '방 쪼개기' 건물을 찾는 건 쉬웠습니다.

3가구가 살 수 있는 이 주택에는 실제로 10가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엄연한 불법입니다.

[학생 : (건물주가) 좋은 집이니까 2년 계약해서 살면 학생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37만 원.]

하지만 얇은 칸막이로 방을 나눠 방음에 취약합니다.

[학생 : 고양이 소리가 저녁에 많이 들려요. 옆에서 뭐라고 하는지 거의 다 알 수 있는 정도로.]

오피스텔보다 저렴하면서 고시원보다 생활 환경이 나은 '쪼개기 방'의 수요자는 대부분 20~30대 청년들입니다.

경기도 일산의 주택 밀집 지역입니다.

한 주택에서는 방을 네 개로 나누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건물주 : (이거 불법인 건 아시죠?) 불법이고 뭐고, 우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데도 다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 일대를 돌아다니며 건축물 대장을 확인해봤더니 위반 건축물로 적발된 주택이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4가구가 살고 있다고 신고한 주택 한쪽 벽면에 이렇게 도시가스 계량기 6개가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라 반대쪽에 13개가 더 있습니다.

4가구가 산다고 신고해놓고 실제로는 19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겁니다.

이쪽으로 오시면요, 불법으로 방을 쪼갠 정황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렇게 발코니에 임의로 칸막이를 설치한 다음에 발코니를 둘로 나눠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불법 개조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겁니다.

방을 쪼개다 보니 이동 통로는 좁아지고 소화기 같은 소방시설은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13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의정부의 아파트 화재는 '방 쪼개기'가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정부는 위반 건물주에게 원상 복구를 명령하고 이행 강제금을 징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제금보다 임대 수익이 더 큰 상황이라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 일산서구 관계자 : 이행강제금을 내고 계속해서 (건물을) 쓰겠다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건축법으로는.]

어둡고 미로식 복도에 있는 쪼개기 방들, 조금 더 저렴한 방을 찾는 세입자들은 오늘도 화재 위험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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