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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자릿세만 수십만 원 '계곡 바가지요금'

입력 2016-07-12 21:56 수정 2016-07-1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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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름 휴가 계획하고 있는 분들 2명 가운데 1명은 해외여행을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내여행이 자꾸 외면받는 데엔 이유가 있겠지요. "다들 이렇게 한다"는 말로 피서지 불법 영업이 수십 년째 계속되는데도, 당국 역시 수십 년째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비싼 돈 내고 휴가 기분도 망치는 건 또 서민들 몫입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가평의 연인산 도립공원 안에 있는 용추계곡입니다.

시원한 계곡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며 무더위를 쫓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곡을 따라 인공으로 설치한 축대 위에 평상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좀 더 가까이 들어가서 상황을 파악해 보겠습니다.

한 음식점에 들어가 평상 대여 가격을 물었습니다.

[식당 관계자 : 단체석 이런 거는 (하루에) 25만 원 해요. 이런 것만 해도 10만 원씩인데. 음식은 닭볶음탕, 백숙은 6만 원씩.]

다른 가게도 식사 비용 외에 자릿값을 요구합니다.

[식당 관계자 : 평상 7만 원. 음식 값 따로. 이게 다 따로예요. 다 그렇게 음식 드세요.]

계곡에 평상과 천막을 설치하는 건 자연공원법 위반입니다.

불법 시설물을 설치해 놓고 피서객들에게 자릿세를 요구하는 겁니다.

[식당 관계자 : 과태료 물고 장사해요. 1차에 50만 원, 2차에 100만 원, 3차에 150만 원.]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피서객 : 대한민국 사람은 어디를 가서 놀지를 못해! (나는 관리를 하는 거니까 이야기를 하는 거고.)]

[피서객 : 평상 이용하라는 거야. 9만 원 내고 계곡 이용하면 자기네(업주)들은 세금 얼마나 낼 거야?]

물놀이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이곳에선 다이빙도 수영도 모두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설치된 방갈로 아래에서 짐을 푼 피서객들은 안쪽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매년 100만 명이 다녀가는 경기도 포천 백운 계곡입니다.

계곡을 따라 이미 수백 개의 평상이 들어섰는데 하류 쪽에 추가로 평상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아래를 보시면 동여맨 노끈도 풀어지고 지주대 역할을 하는 쇠 파이프도 힘없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얼마나 허술하게 천막을 설치했는지 보여줍니다.

이 계곡에서도 역시 자릿세를 요구합니다.

[식당 관계자 : 평상 작은 거는 15만 원 이상 팔아주면 자릿세를 안 받고요. 음식을 싸 와서 빌릴 때는 10만 원씩 받아요.]

관리 명목으로 자릿세를 요구하지만 곳곳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고 주차 관리도 엉망입니다.

[지연희/용추계곡 피서객 : 맨 상에다 7만원 받으니까 비싼 것 같아요. 화장실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진짜야, 화장실 가면 숨 막혀.]

불법이 난무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은 느슨합니다.

지난해 경기도가 자연공원법 위반 혐의로 용추계곡 상인들을 조사했지만, 수사기관에 단 한 명도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기한 내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포천시는 백운계곡을 점유한 시설물에 대해 최근 10년 동안 단속을 벌이지 않았습니다.

[경기 포천시 관계자 : 강제로 부술 수 없는 상황이고, 영업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이와 달리 자릿세로 악명 높았던 북한산국립공원의 송추계곡은 2년 전부터 달라졌습니다.

계곡을 따라 즐비했던 평상이 사라지고 피서객들은 자유롭게 물놀이를 즐깁니다.

[박옥자/피서객 : 공기 좋죠, 물 좋죠, 환경 좋죠. 기분이 아주 그냥 최고죠.]

계곡 식당은 공원 입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길수근 회장/송추연합회 번영회 : 처음에는 (상인들) 불만이 많았죠.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사나. 그런데 이렇게 해놓고 보니까. 많이 와서 반응들 좋으니까 흡족합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지자체들은 지역 경제를 살려달라며 국내 여행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는 국내로 떠나자고 독려만 할 게 아니라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피서지 부당 요금부터 고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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