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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잠도 못 잔다"…여름이 서러운 '폭염 난민'

입력 2016-07-14 21:30 수정 2016-07-1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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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에어컨은 한쪽에 찬바람을 내보내는 딱 그만큼 반대편에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습니다.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는 곳,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요즘 같은 더위는 견디기 힘든 고역입니다.

한여름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사람들을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서울 종로구의 패스트푸드점입니다.

좌석이 노인들로 꽉 찼습니다. 대부분 1000원 안팎의 아이스크림이나 그보다 약간 비싼 커피 음료를 들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뒤 패스트푸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제 뒤로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이는데요.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점들이 2000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커피를 팔고 있는데다 냉방시설까지 잘 돼 있어서 무더위 쉼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겁니다.

가장 저렴한 메뉴를 주문한 뒤 2~3시간씩 앉아 있다 갑니다.

[노인 이용객 : 일주일에 네 번 이상 나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난방이 되니까 따뜻하고. 비싼 집 가서 커피 마실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매장 직원들의 눈치가 보이는 탓에 붐비는 점심시간을 피해 찾아 오는 노인들도 많습니다.

[노인 이용객 : 나이 먹은 사람들은 다 점심시간 넘어서 오는 사람들이야. 그 전에는 애들이 그냥 햄버거 먹으러 와서 바글바글하잖아.]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노인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축에 속합니다.

이곳은 서울 탑골공원입니다. 평소 노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더운 날씨인데도 오늘(14일) 역시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은 모습입니다.

도대체 왜 이 무더위 속에서 공원을 찾아온 건지 직접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그냥 앉아 있는 거지. 여기 나오는 사람들 대개 다 이리로 나와요. 덥죠, 덥기는. 그런데 어쩔 수 없지.]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 등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거기 안 가. 거기 앉아 있으려면 뭐 사 먹어야 되지. 돈이 있어? 돈이 없는데. 정년퇴직하고 그러니까.]

이보다 더욱 고된 여름을 호소하는 취약계층은 서울 도심 한복판 쪽방촌 사람들입니다.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할아버지는 요즘 찜통더위에 밤잠을 설칩니다.

인터뷰 중에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장인업/서울 동자동 : 잠을 잘 못 자요. 더워가지고. 약까지 사 먹는다니까요. 벌써 이렇게 힘들어서 작년에는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어요. 올해는 힘드네.]

옆방에서 살고 있는 할아버지는 친구도 가족도 모두 떠나고 홀로 여름 더위를 버티고 있습니다.

[박삼섭/서울 동자동 : 친구들이 여럿이 있었는데 거의 다 죽고 남은 사람은 두세 사람 살았어요. (자식들은) 자기들은 자기고 나는 나고, 세상을 (내가) 잘못 살았어요.]

쪽방 안으로 직접 들어와 봤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방이 굉장히 좁은데요.

이쪽에 작은 창문이 하나 있긴 한데, 바로 옆 건물과 접해 있어서 바람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선풍기도 한 대 있는데요. 지금 바깥 온도가 28도가 넘는 상황이어서 선풍기에서도 계속 뜨거운 바람만 나오고 있습니다.

또 쪽방 특성상 음식 조리 도구도 모두 방 안에 있기 때문에 음식을 할 때마다 뜨거운 열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연신 몸에 물을 끼얹어봐도 그때 뿐입니다.

이들을 위한 대책으로 만든 '무더위 쉼터'의 샤워실은 하루종일 만원입니다.

[송윤수 팀장/서울역쪽방상담소 : 취사 부분이라든지 샤워 시설 부족으로 위생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이 있고요. 수면 부족으로 조금 힘들어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패스트푸드점 인근 번화가에선 냉방을 하며 문을 열어놓는 일명 '개문 냉방 영업'이 한창입니다.

문 밖으로 펑펑 쏟아지고 있는 이 바람이 없어서 잠을 못 이루고 건강까지 나빠지는 취약계층 사람들, 다른 건 몰라도 시원한 바람만큼은 조금 더 고루고루 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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