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15일)은 광복절이자, 일본이 패전한지 69년째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 왜곡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전쟁 당시 일본군 최고사령부를 위한 지하호 건설 현장에서도 조선인의 강제 징용 사실을 테이프로 가리고 있었습니다.
김현기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기자]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11월.
일본군 최고사령부와 왕실 등을 통째로 옮기기 위해 나가노현 마쓰시로 일대에 대규모 지하호를 만드는 이른바 '대본영' 건설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공사 인력 1만명 중 7,000명이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
이중 상당수가 숨진 걸로 전해집니다.
지하호엔 조선인 노동자가 고향을 그리며 새긴 듯한 '대구'란 글자도 보입니다.
[견학 고교생 : 여기 와서 처음으로 조선인 노동자들이 대본영을 만든 걸 알았습니다.]
지하호 입구에는 마쓰시로 대본영 공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설명하는 안내간판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인들이 노동자로서 동원됐다'고 하는 부분 일부가 이렇게 테이프로 가려져 있습니다.
나가노시는 최근 "전부 강제 동원된 건 아닐 수 있다"며 돌연 은폐 조치를 했다고 합니다.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부인하는 아베 정권의 입김이 미친 겁니다.
[메자와 다미오/'대본영 보존 추진 모임' 회장 : (문구를 가린 건) 가소로울 정도로 졸렬한 행위입니다. 누군가 강하게 시킨 사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일본은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의 무덤을 도쿄 한복판에 버젓이 만들어놨습니다.
국제적으로 전범의 묘를 만든 건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도쿄 도심에 고이 모셔놓은 A급 전범 도죠 히데키의 묘와 이곳 마쓰시로 대본영 안내문의 테이프는 일본의 비뚤어진 역사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