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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사" vs "구타사"…군-군인권센터 진실공방 확산

입력 2014-08-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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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숨진 윤 일병의 사건과 관련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군 인권센터가 수사기록을 공개하며 추가로 의혹을 제기하자 국방부가 다시 반박하고 나서는 등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 김경진 변호사, 그리고 이주찬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먼저 이주찬 기자, 사망원인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죠?

[기자]

예. 군 인권센터는 윤 일병 사망의 결정적인 원인은 가해자들이 지속적으로 때리면서 생긴 외상성 뇌손상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니까 하도 맞아서 일종의 뇌진탕을 일으킨 것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고 기도 폐쇄는 그 다음이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젊은 남성이 기도가 막혀 숨지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주장합니다.

보통 노인이 뱉어내기 힘든 인절미나 산 낙지 등을 먹다가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경우도 의식이 있을 때는 숨이 막힌다는 말을 하거나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사기록에는 윤 일병이 이런 표현 없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얘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음식물을 먹다가 기도가 폐쇄해 질식사한 것이지 숨진 직접적인 원인은 폭행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앵커]

또 사망시점을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기자]

군 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숨진 시점이 이미 4월 6일 뇌사상태에 빠져 연천군보건 의료원에 이송됐을 당시 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병원 이송 당시 호흡이 끊긴 상태였지만 바로 심폐소생술을 해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고, 이후 양주병원으로 이송했다"며 구타에 의해 쇼크사 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일병의 부러진 갈비뼈 15개 가운데 14개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보통 기도폐쇄가 일어나면 심폐소생술이 아니라 '하임리히법’, 즉 뒤에서 가슴을 밑을 끌어안고 음식물 등을 뱉어 내게 하는 방법을 썼어야 하는데 이 역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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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구타사' VS '질식사'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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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렇다면 이주찬 기자, 이번 윤 일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은폐와 축소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데, 국방부와 엇갈리고 있는 주장은 뭔가요?

[기자]

이번 사건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있는데요. 이 사건이 자칫 묻힐뻔 했는데, 한 병사의 전화 신고로 진실이 밝혀지는 결정적 단초가 됐습니다.

윤 일병이 병원으로 옮겨진 6일 이미 가해자들은 입을 맞추기로 하고 이를 지켜본 한 후임 병사에겐 "윤 일병이 자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6일 오후 A상병이 우연히 흡연장에서 가해자를 만났는데, 윤 일병의 병원 이송 이유를 묻자 "아 나 교도소 갈 수도 있겠다"고 얘기 한 것입니다.

A상병이 깜짝 놀라 관련 내용을 자세히 묻자 모든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그런 뒤 가해자가 불안했는지, 아까 A상병을 다시 불러 "우리 둘만 알았으면 좋겠다, 이미 입을 맞췄다, 그냥 윤 일병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며 "이 병장이 내가 말한 것을 알면 모두 죽여 버릴 것이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A상병은 고민 끝에 당직병과 상의한 후 밤 10시 40분쯤 해당 대대의 본부포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윤 일병이 쓰러진 것은 선임병들의 폭행 때문"이라고 보고했고, 보복이 두렵지 않느냐는 헌병대 수사관의 질문에는 "후회는 없다. 억울함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헌병대가 신고 있은 다음 날인 7일 저녁 7시가 넘어서야 가해자들을 체포했습니다.

국방부는 이미 조사내용에 다 있는 내용이라며 재판과정에서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가해자들이 윤 일병을 강제추행하고, 카드를 빼앗아 불법성매매를 했는데도, 같은 사실을 공소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재판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추가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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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장 심각한 '은폐·축소'는?

Q. 국방부, 가해자 살인죄 적용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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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 일병은 의무대로 전입한 뒤에도 수첩에 메모를 꼼꼼히 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면회와 외박을 기다렸던 활기찬 병사 였다고요?

[기자]

숨지기 전 까지 수첩에 작성했던 메모를 적어왔는데요. 외박이나 외출 등이 가능한지 행정반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는 암시를 적은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미뤄 누구나 그렇듯 외박을 아주 기다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사실은 숨지기 얼마 전인 3월 28일에 부대개방 행사가 예정돼 있었는데 온 몸에 멍과 다리를 절어 선임병들의 반강제적 권유로 가족들과 면회를 연기했다는 것입니다.

대신 2주인 4월 11일 가족들과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끝내 이뤄지지 못한 채 하늘로 갔습니다.

윤 일병이 작성한 다른 메모에는 업무를 익히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는데요, 전화를 받는 방법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처음 군대 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바로 단어 사용인데요, 흔히 '다나까'라고 하는 부분, 특히 전화는 통신보안 등의 이유로 일정한 형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부분을 적은 것입니다.

더 많은 메모를 남겼지만 사고 직후 가해자들이 찢어버린 상태입니다.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느리다며 구타 가혹행위가 벌어진 것으로 진술했다고 하는데, 군 생활 초기 윤 일병은 매우 활발했다고 합니다.

한 번 본보기 케이스로 찍히기 시작하면서 구타가 이어지니까 겁에 질리고 하다보니 말이 어눌해 지고 표정도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된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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