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영화계가 손꼽는 두 여성 감독이 나란히 극장가에 컴백했습니다. 장르는 달라도 우리 사회 약자에 주목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심수미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결혼을 불과 1달 앞두고 문호(이선균)의 약혼녀가 사라졌습니다.
전직 형사인 사촌형(조성하)에게 부탁해 선영(김민희)의 흔적을 더듬어보니 이름도, 경력도, 모두 가짜였습니다.
타인의 삶을 빼앗아야 했던 선영에게는 극도의 가난에 내몰린 과거가 숨어있었는데요.
[변영주/영화감독 : 대단히 출세를 하고 싶거나 모든 걸 갖고 싶은 여자가 아니라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여자가 주인공이에요. 근데 남들처럼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잔혹한 욕망인가, 개인파산을 한 것이 개인파산을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
위안부 피해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1995)로 잘 알려진 변영주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장편물입니다.
'고양이를 부탁해'(2001) '태풍태양'(2005) 등 청춘물을 주로 만들어 온 정재은 감독은 처음으로 다큐멘터리에 도전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 등 공공건축에 헌신하다 지난해 작고한 정기용 건축가의 삶을 조명했습니다.
대장암 투병으로 음성이 쇳소리로 변하고 눈에 띄게 쇠약해져가는 모습이지만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 감독의 시선이 담백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유머를 잃지 않으며 소외계층을 위한 건축에 몰두하는 고인의 모습이 정직하게 담겨있습니다.
[정재은/영화감독 : 환상을 만들고 어떤 대단한 볼거리를 주지는 않지만 한 인간, 한 사회를 위해서 살았던 사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그런 면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이라는 게 아름다운 작업이라고 느꼈어요.]
각기 다른 장르지만 두 영화 모두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킵니다.